다한증 수술 D-34

내 땀은 왜 쉬이 멈추지 않는 걸까?

by 김오 작가

9월 13일 D-34


건강검진을 받는 날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이들은 모르겠지만, 손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리고 의식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손을 만지는 담당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엑스레이를 찍으려고 할 때 손을 이렇게 하라면서 내 손을 가져다가 정해진 위치에 놓는다든가 하는 것이다. 오늘 건강검진을 받는 동안 땀이 나지 않았다. 정서가 안정되고, 평온하다. 정서가 안정되서 땀이 안나는 건지, 땀이 나지 않아 정서가 안정되는 건지. 오랜 시간 겪어온 나로서는 후자에 가깝다. 마음껏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어도 좋다. 만약 땀이 났다면 인바디를 잰다고 할 때 발에 땀이 나서 기계 위로 올라가는 것부터가 고역이었을 것이다. 기계를 손으로 잡아야 하는데, 잡는 동안에도 땀이 흘러서 체지방량은 고사하고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래야 했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샌들은 신지 않았다. 만약 굽이 있는 샌들을 맨발로 신을 경우 미끄러지고 발목이 꺾이는 사태를 피할 수 없다. 요즘은 양말에 샌들을 신는 것이 일반적이라서 굽이 없는 샌들 정도는 양말과 함께 신는다. 오히려 땀이 덜 고여 좋다.


스프리스, 반스와 같은 고무로 되어 있는 신발을 신으면 비 오는 날 신발이 물에 빠진 것 마냥 이상한 소리를 낸다. 찌그덕 찌그덕. 정 사고 싶어서 사기는 하지만 모셔 놓는 신세가 될 경우가 많다. 나는 신발이 많은 편이다. 오늘 신은 신발은 당분간은 신기가 어렵다. 다음날에도 축축할 경우가 많아 같은 신발을 고집하여 신을 수가 없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거나 신발에 냄새가 베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나는 전자를 택했다. 나는 냄새에 민감하다. 시력이 나빠지면서 동시에 후각이 좋아졌다.


그러고 보니 초등시절에 인라인을 내 몸과 같이 탔던 때가 있다. 그 날도 인라인스케이트를 탔고, 집에 돌아오니 친척들이 모여 있었다. 밥을 먹으라고 해서 앉았는데 사촌이 키득키득 웃는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세탁을 할 수 없다. 왜 할 수 없냐고 한다면 나는 할 수 없는 줄 알았다. 세탁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한번 타고 나면 젖어 있을 테고, 다음 날에도 젖어 있는 채로 신었을 테고, 인라인에서는 말도 못할 냄새를 끌어안고 있었을 것이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의 사장은 일이 끝나면 새벽에 문 연 인근 식당에서 밥을 사주셨는데, 그 날 나는 버켄스탁을 신었고, 코르크에 땀이 많이 베어 있었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식당이었고, 자리에 앉자, 청국장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착한 사장은 아무 말도 못하고 아주 빠른 속도로 밥을 먹고 사라지셨다.

어디 착용하지 못하는 것이 샌 뿐이랴. 회색, 하늘색 셔츠는 꿈도 꾸지 못한다. 손과 발만큼 겨드랑이에서도 땀이 폭발한다. j가 예쁘다고 사준 하늘색 남방을 입으려면 겨드랑이에 땀 부착 패드를 대고 티를 받쳐 입고 살짝 걸치는 정도가 가능하다. 가수 싸이의 모습을 보면서 숙연해 지는 이는 나뿐인가. 방송에 나와서 겨드랑이를 들으면 온통 땀으로 젖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그 모습이 세상 그렇게 슬프다.

하루 종일 땀이 나고 나면 온 몸이 붓는다. 마치 물 속에 오랫동안 담겨져 있었던 것 같다. 붓는 것을 넘어 불어나 있다. 물에 불린 미역같다. 붓고, 미끌미끌하다.


더울 때는 더워서 땀이 나고, 추울 때는 왜 나는지 모르게 땀이 난다. 양말이 젖은 채로 신발을 신고, 추운데 꽁꽁 언 발은 감각을 잃어간다. 소름 돋게 추우면 땀이 멈출 만도 하다만, 으슬으슬 감기에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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