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불편함까지 사랑하겠어. 그냥 내 손이어서 참는 거지.
9월 14일 D-33
오늘은 알밤줍기 체험을 하러 가기로 했다. 운전대를 잡았다. 내 운전대는 나를 만나면 운다. 촉촉하기만 해도 좋을 텐데, 줄줄 운다. 에어컨이 틀어져 있으면 손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온도가 변하면 좀 사그라들면 좋으련만 야속하다.
가는 길에 약을 놓고 왔다는 j. 급하게 편의점을 찾아 들어갔지만, 24시 편의점에만 구급약이 판다고 했다. 다른 길로 돌아가고, 찾는 사이 내 손은 더 긴장을 하나보다. 몸이 긴장하여 손에 땀을 내보내는 건지, 손만 긴장한 건지 모르지만. 흥건하다.
공식적으로 악수를 해야 할 때가 있다. 회사에서 의미 없는 존재로 있기에 횟수가 잦지는 않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 상대방은 당혹스러워한다. 내 손을 잡은 뒤에 다음 사람도 잡아야 하는데 마치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똥 냄새가 나서 얼른 보고 나왔더니, 다음 사람이 마치 내가 똥 냄새를 만든 사람인 줄 아는 것 마냥 바라봐 억울한 표정이다.
연인관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보통 상대방이 호감을 표하여 만나는 일이 대부분이어서 내 손에 땀이 많이 나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손에 땀이 많으면 닦아주었고, 심지어 J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손을 잡는 활동이 꽤 있었다. 몇 번 참았다는 식으로 “넌 도대체 땀이 왜 이렇게 많이 나냐!”라며 내 옆에 있는 것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동급생이 있었다. 병이라고 말이라도 해볼 걸 그랬냐? 연신 손을 닦고 잡았지만 이내 흥건해질 뿐이었고, 몸이 꼬이고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꼭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인가? 불편함을 사랑하면 덜 불편해지지는 않을까? 불편함을 사랑할 수 있나? 수 십년의 시간을 참고 견디며 살아온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어떻게 불편함까지 사랑하겠어. 그냥 내 손이어서 참는 거지. 손이 없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
다한증 수술은 땀분비와 관련된 흉부의 교감신경을 절제하는 수술을 하는데, T1~T4까지 수술 범위이다. 예전에 T1이나 T2를 하던 경우에는 보상성이 얼굴 쪽으로 오기도 했고, 보상성이 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갈수록 더 아래쪽의 교감신경을 자르는 기술이 발달하고 있고, T4까지 내려 온 것이다. 담당 의사는 내 경우에는 T3를 해야 손에 땀이 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는데, 이 의사가 다른 환자에게도 그렇게 말했다는 걸 알게 알게 됐다. 후기를 남긴 환자는 그럼에도 T4를 했다고 하며, 다행히 손에 땀이 나지 않고, 보상성은 아직 없다고 했다. 수술 날에 어디를 절제할 건지 말하면 그곳을 자른다고 하는데, 나는 수술도 전에 T4를 자르겠다고 했다. 혹여 T3를 잘라서 보상성이 더 세게 올까 봐 겁이 났다. 아마 T4를 절제하여 효과가 없어도 더 이상의 수술을 하지 않을 것이다.
수술을 한 이들의 후기에는 보상성 다한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고, 수술 후 회복 과정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다. 폐를 수축해서 수술을 하는데, 수술 후 폐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에 대해 찾아봤다. 고통이 어마어마해서 회복하는데 꽤 오래 걸린다고 했다. 의사는 간단한 수술이고, 수술 당일에 퇴원 가능하며 일상생활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무서워진다. 공황장애로 숨쉬는 것이 잘 안되었던 적이 있기에 공포는 더 했다. 폐가 정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숨을 쉴 때마다 엄청난 고통이 오지만, 잠도 잘 수 없고 계속 숨을 쉬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수술 후 손에 열감이 심하다고 했다.
의사에게 병가 관련하여 진료를 봤다. 의사는 병가를 왜 내냐고 했다. 이건 수술 축에도 끼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충수염 수술 후에도 몇 년간 부작용에 시달린 이력이 있다. 오한이 멈추지 않아 꽤 오랜 시간 고생했다. 그런데 수술 후기에 오한이 와서 죽을 것 같았다는 글이 있었다. 의사는 수술 후 부작용도 없고, 자신을 신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을 만큼 생활에 개선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폐가 아파서 숨 쉬기가 힘들지 않냐고 했더니, 그런 거 없단다. ‘당신한테 수술 받은 이가 오한과 폐 통증으로 고생했다고 수술 후기를 작성했다고요!!’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믿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섰고, 나는 믿지 않고 마음의 각오를 다졌다.
좋다. 좋은 날들을 생각해 보자. 다한증을 고치고 나면 어떤 점이 좋을까? 땀이 많이 나서 불편한 점들이 없어질 테고, 궁극적으로 손으로 할 수 있는 것들, 하고 싶었던 것들에 손을 내밀 수 있겠다. 다시 피아노 학원에 가도 손에 땀이 나지 않은 채 퉁탕퉁탕 피아노를 칠 수 있을까? 바이올린, 기타를 치면서 손에 땀이 나지 않아서 마음이 편할까? 뜨개질을 하는데 손에 달라붙고 뜨개실이 젖는 일이 없어서 조금 더 수월할까? 손을 사용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에 도전할 수 있겠다. 거기에 손에 땀이 난다는 제약은 없겠다. 그런 생각만으로 한결 좋다.
손으로 해야 하는 것들이 많고, 그 많은 것들은 나는 애써 외면하며 지냈다. 반기기까지는 아니어도, 외면하지 않는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