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한약이 다한증에 도움을 준다?
9월 15일 D-32
친구 H가 살이 엄청 빠지는 한약이 있다고 했다. 살이 한번 찌면 내려가지 않는다. 안 먹어도, 운동을 해도 소용이 없다. 한번 찌면 끝이다.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가지 않는다. 지난주 내내 저녁을 먹지 않고 하루에 1시간 정도씩 운동을 했다. 체중은 그대로다.
친구가 다이어트 한약을 몇 포 더 받았다고 줬다. 3일 먹었는데 체중의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마황 성분이 들어 있는건가? 한약을 먹고 네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 갑자기 몸에 확 땀이 올랐다. 그런데 이상한 건. 상대적으로 손에 건조한 느낌이 들더니, 땀이 나고 나서 마르기도 했다. 다이어트 한약 성분 중에 마황이 들어 있다는 오의 말에 찾아보니, 다한증에 마황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가 나왔다. 뭐지? 덜 난다고 해서 다른 이들처럼 그런 것은 아니지만. 순환의 문제인가? 생각도 든다.
동료 생일이어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러 갔다. 손에 땀이 안 난다. 이럴 때는 대범해진다. 이야기를 하며 손이 닿아도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다. 확실히 손에 땀이 나면 몸이 경직이 된다. 다른 사람들과 닿지 않기 위해 경계 태세에 돌입하는 형국이다.
9월 16일 D-31
자료 입력 관련해서 노트북을 빌렸다. 빌린 노트북을 가지고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가 켜는 동안 노트북에 물이 묻는다. 최소한으로 만지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말로 마무리 했다. 상대방은 좀 더 불친절하게 느꼈을 테고, 나는 최대한의 배려를 한 셈이다. 땀은 그렇게 오해를 가져온다.
무언가를 나눠 주려할 때도 미리 손에 들고 있으면 낭패를 보기 쉽다. 최대한 마지막 타이밍에 잡아서 테이블에 슬쩍 놓아야 한다. 상대방의 손에 직접 주는 일은 없다.
9월 17일 D-30
회사에서 일을 시켰지만, 노트북은 주지 않았다. 내 개인 노트북으로 회사의 업무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럴 수 있지. 검색을 하고 로그인을 하고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 된 순간, 내 노트북은 이미 젖어 있다. 그것을 앞에 있는 사람이 바톤 터치해서 입력해야 한다. 서로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지. 하지만, 젖은 물건을 만지면 모를 수가 있는가.
예전에 같이 근무했고, 나를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보다 낮은 자리로 가게 하려고 안달이 나 있던 M은 불쑥 내 방에 들어오길 서슴치 않았고. 갑자기 내 마우스를 잡았으며 그럴 때마다 찝찝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 때 알았어야 하는데. 뒤로 나를 몰아낼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당하기까지 순진하게 사람을 믿는 습성이 강하다. 그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보고 있던 나를 떠올리니... 나의 이 미련한 성격이 내 손에 수도 없이 흐르는 눈물을 가져오게 한 것은 아닌지, 안쓰럽다.
9월 18일 D-29
내 노트북을 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이다. 나의 게으름에 고마움을 표한다. 만약 내가 만지다가 빌려줘야 했다면 젖어 있는 상황에 상대방이 당황했을 것이다. 마음껏 놓고 쓰렴.
9월 19일 D-28
며칠 전부터 손에 허물이 벗겨진다. 오랜만이다. 계절이 바뀌고 있나 보다. 가을이 온다. 어릴 때는 더 자주 있었다. 계절이 바뀔 때면 도마뱀이 탈피하듯이 손바닥 전체 허물을 벗었다. 체온 조절도 잘 되지 않았다. 추우면 한없이 추워졌다. 인간의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는 인간의 허물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설거지를 맨손으로 하게 된다. 장갑을 사 놓으면 s가 치워놓거나 구멍을 낸다. 하루 만에 일어나는 일이라 매번 맨손으로 하게 되고, 하고 나면 손이 너무 아프다. 매일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게 되는데도 적응하지 못한 손은 매번 갈라지고 아프다. 여분을 가져다 놓아도 어김없이 사라진다. 사라지는 건 비단 고무장갑만은 아니다. 내 마음도 사라진다.
그럴수록 고이 모시고 사랑해야 하는데, 그저 힘들어하기만 하는 내 손이 가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