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교도소 정신병원에 소속된 하급 교도관은 수감자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해야 한다. 원격 드론 공습에 동원되는 사이버 군인은 드론을 조종하고 폭격 및 살인 명령을 내려야 한다. 도축 공장 노동자는 육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식문화 때문에 피를 뒤집어쓰며 소, 돼지, 닭을 하루에 수백마리씩 죽여야 한다. 다국적기업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시추하고 파쇄해야 한다.
사회에서 궁핍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이러한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 즉 책의 제목인 ‘Dirty work’를 도맡는다.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이얼 프레스의 저서 <더티 워크>는 미국사회의 ‘더티 워크’ 문제를 낱낱이 고발한 다음 날카롭게 비판하는 책이다. 작가는 사회 계층 구조의 밑바닥에 위치한 사람들이 떠맡게 되는 문제를 취재한다. 이 책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더티 워크를 도맡은 사람들이 겪는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그려내고, 탐사보도를 통해 더티 워크로 인해 답습되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외면하면서 동시에 더티 워크 문제를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숨겨버리는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작가가 <더티워크>에서 더티 워크 종사자들을 비판하지 않는다. 문제의 책임을 져야 하는 대상은 (1)더티 워크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사람들, (2)눈에 띄지 않게 처리되는 ‘더티 워크’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 혹은 (3) 더티 워크 문제를 자각함에도 구조적 불합리성을 간과한 채 더티 워크 노동자들을 ‘지저분하고 불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다.
‘더티 워크는 정해진 숙명이 아니다. 살아 있는 인간들이 내린 구체적인 결정, 원칙적으로 우리가 도로 물릴 수 있는 결정의 산물이다. 우리 정부가 채택한 정책과 우리 의회가 제정한 법률의 산물이다.’ <더티워크>는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가 타인에게 어떤 끔찍한 일을 시키고 있고, 어떤 부정의한 사회질서를 무의식적으로 승인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더티워크>를 통해 우리는 혐오스러운 일을 주류 사회의 뒤편으로 격리시키는 사회 구조의 폭력성과, ‘모르는 척’과 ‘선량한 척’을 당연시하는 사고방식의 불합리성을 고찰해볼 수 있다.
더티 워크는 ‘그들의 손은 왜 더럽혀졌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우리의 손은 과연 깨끗한가?’라는 질문으로 끝난다. 노동의 불평등 문제를 이해하고 싶고, 구조적 불평등 문제와 자신과의 연관성을 깨닫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티 워크>를 추천한다. 작가의 말처럼, 앞으로는 우리가 더티 워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우리 사회의 근간을 드러낼 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