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화 Jan 18. 2024

마니또를 돌이켜보니

Self interview-크리켓 마니또 행사



마니또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나요?

아니요. 몰랐어요. 궁금해서 지금 검색 중이에요. 마니또는 비밀 친구로, 제비뽑기를 해서 선정된 상대방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편지나 선물, 선행 등을 제공하는 사람을 뜻하네요.


그러면 마니또 행사는, 마니또를 뽑은 다음, 정체를 숨긴 채 각자 서로의 마니또가 되어준 다음, 마니또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겠네요. 맞나요?

맞죠. 크리켓의 마니또 행사도 전반적으로 그렇게 이루어졌어요.


크리켓의 마니또 행사만이 지닌 특별함이 있었나요?

당연히 있었어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자면, 크리켓 마니또 행사는 카카오톡 익명채팅방을 사용해요. 제가 OO의 마니또라면, 익명채팅방에서 이름을 'OO또'라고 설정하면 되요. 마니또 행사를 운영하는 익명의 방장이 익명채팅방에서 마니또 미션을 톡으로 보내주고, 저희는 그 미션을 수행하면 돼요. 부끄럽긴 하지만 크리켓 마니또 행사를 해보기 전에는 카카오톡에 익명채팅방 기능이 존재하는지를 몰랐어요. 익명채팅방을 사용해서 마니도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참신하게 느껴졌고, 운영진의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미션을 수행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당연하죠. 이모티콘으로 자기소개하는 미션, 같이 가고 싶은 학교 주변 음식점/카페를 알려주는 미션,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코디를 추천해주는 미션, 쓸데없는 선물 해주는 미션,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료수 기프티콘 보내주는 미션, 그 사람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 추천해주는 미션, 내 이름이 담긴 노래 가사를 보내주는 미션, 그 사람이 학교에서 받아갈 수 있도록 깜짝 선물을 준비하는 미션 등등 다양했어요. 

(아 참, 마니또 미션하면서 카카오톡 코드선물하는 방법도 처음 알았네요.) 


마니또 행사에서 무엇이 인상적이었나요?

굉장히 많은 것들이 인상적이었죠. 그래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나봐요. 


먼저, 미션을 통해 크리켓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니또 톡방에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미션 인증하는 톡들이 계속 올라오잖아요. 톡 내용을 읽으면서 크리켓 사람들은 어떤 노래를 즐겨 듣는지, 어떤 패션 스타일을 추구하는지, 어떤 음식점을 좋아하는지 등을 파악하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저희는 늘 조금씩 궁금해하잖아요. (아닌가. 저만 그런가요?)  마치 잡지를 읽듯이 다양한 취미와 라이프스타일을 탐색할 수 있어서 재밌었고, 다른 사람들의 추천에 따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예를 들어 제 마니또가 일곱평이라는 음식점을 추천해줘서 나중에 같이 그곳에서 밥을 먹었는데, 제 마음에 쏙 드는 파스타 맛집이어서 기뻤어요. 이렇게 마니또 행사 덕분에 뜻밖의 발견을 많이 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제 일상이 조금 더 다채로워질 수 있었어요. 정리하자면, 남의 리스트를 알아가고, 나의 리스트를 업데이트하는 즐거움!


또한, 행사의 성공에는 좋은 콘텐츠와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수적임을 다시금 깨달았아요. 우선 마니또 행사가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마니또 미션이 쉽고, 재밌고, 창의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글이 아니라 이모티콘으로 자기소개하기. 내 이름 한 글자 공개하기가 아니라 내 이름이 들어간 노래 가사 보내주기. 쓸모 있는 선물이 아니라 쓸모 없는 선물해주기 등등. 공지되는 미션을 확인하면서 '우와 신선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미션 인증에 부담이 가지 않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미션 자체가 좋았기 때문에 저희 모두 마니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 않았나 싶어요. 또한, 마니또 진행 시스템이 굉장히 효율적이었던 것도 행사의 성공에 큰 몫을 차지했다고 봐요. 익명채팅방으로 마니또 행사에 필수적인 익명 상태 유지, 톡으로 미션 공지, 해시태그(#첫번째미션인증)를 통한 미션 인증, 사담방에서 자신의 마니또에게 감사인사하기, 정기 회의 세션에 프로젝트 진행 상황 공유한 이후 마니또 매칭하기. 마니또 맞추기에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작은 선물 제공하기. 이러한 일련의 시스템이 되게 탄탄하고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어서 운영진 입장에서도 행사를 관리하고 진행하기 수월했고, 비운영진의 입장에서도 행사에 참여하기 편했어요. 특히 일반 선물이 아닌 코드 선물하기, 마니또에게 음식점 추천 미션 진행->마니또 결과 공개 후 그 음식점에서 마니또와 밥약하기 등을 통해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운영진의 철저함까지 확인할 수 있었네요. 혹시 미래에 행사를 기획해야 되는 일이 생긴다면, 크리켓 마니또 행사를 참고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센스 있는 선물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었어요. 인간관계에서, 아니 어쩌면 인생에서, 다른 사람에게 센스 있는 선물을 하는 것이 중요한 능력임을 깨달았아요. 없다고 해서 큰일 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있으면 정말 좋은 능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좋은 선물은 선물을 주는 사람과 선물을 받는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하니까요. 예쁜 꽃다발을 선물하는 친구들, 올리브영 스테디셀러 화장품을 선물하는 친구들, 귀여운 키링을 선물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무척 감명받았어요. 돌이켜보니 저는 선물할 때 그 사람이 진짜로 좋아할 만한 것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 혹은 내가 그나마 잘 알고 있는 것을 선물했더라고요. 정리하자면 선물의 종류가 한정적이었고, 선물의 선택이 편향적이었던 것이죠. 다른 크리켓 친구들은 받았을 때 진짜로 기분이 좋아지는, 내 돈을 쓰기에는 조금 아까우나 그래도 언젠가는 장만하고 싶은 선물들을 센스 있게 하더라고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아, 이런 것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겠구나.' '선물 고를 때는 이런 기준을 따라야 되겠구나'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었어요. 그리고 마니또 선물 미션을 통해 센스 있는 선물을 하는 연습까지 할 수 있었고요. 한 사람은 헬스가 취미여서, 언젠가 대화할 때 그 사람이 언급했던 인기 많은 프로틴 간식을 선물로 준비했고, 한 사람은 영화를 좋아해서, 그 사람의 영화 아카이빙 인스타 부계정에 업로드된 영화의 대본집을 선물로 준비했었어요. 크리켓 마니또 행사가 계기가 되어서, 지금도 저는 센스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작가의 이전글 Pause가 필요하면, 뷰클런즈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