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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se가 필요하면, 뷰클런즈로.

by 온화


나는 주로 책이나 영화에서 문장을 수집한다. 특히 가장 아름다운 문장은 시집에서 발견된다고 생각했었다.

뷰클런즈는 내 편견을 깨뜨린 공간이었다. 나는 무더운 여름날 뷰클런즈에 잠시 들러서 빈둥거렸을 뿐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풍미가 깊었던 커피처럼 찬찬히 음미해보고 싶은 문장들이 내 시선에 닿았다.

좋은 공간에서도 아름다운 문장을 수집할 수 있다.

카페 뷰클런즈가 방문객들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뷰클런즈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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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클런즈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


첫 번째.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을 뿐. 생각을 시작하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생각하지 않고 느낄 때 진정한 내가 되었다.

깊은 생각은 지혜가 되는 반면 많은 생각은 독이 된다고 믿었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문제야’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고, 생각을 단순히 하려고 노력했으나 끝내 강박을 버리지 못했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발췌된 문장은 ‘때로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깨달음을 내게 주었다. 무언가를 제대로 느껴보지도 않았으면서 그것을 생각하려고만 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가령, 전시회에서 그림을 눈에 담기도 전에 ‘이 전시회에 와서 이 그림을 봤다는 기록을 남겨야 해’하고 생각하며 그림을 사진으로 찍었던 나의 구차함. 특별한 경험을 했어도, 느끼지 않고 생각만 잔뜩했다면 그 경험은 쓸모가 없어진다. 당장 내 갤러리만 살펴봐도 예쁜 것을 찍은 사진만 수십장일 뿐, 예쁜 것을 내 것으로 체화하는 데 성공한 사진은 거의 없다. 무언가를 마주하고 느끼는 것을 온전히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것이 내게 도움이 될까, 내가 이것으로 얻어가는 게 있을까,’ ‘이것을 어떻게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나’와 같은 생각에서 자유로은 상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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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뷰클런즈하다. Pause. 잠시 멈추고 오롯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는 의미.

Rest라는 단어 대신 Pause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휴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은 없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휴식은 다름 아닌 행위의 부재를 의미할 수도 있겠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가 사라진 상태가 바로 휴식임을 이 문장은 알려준다. 그 덕분인지, 뷰클런즈에 머무는 시간에서 나는 휴식하며 책 대신 나의 내면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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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깨달음을 얻기 위해 애쓰던 그 모든 어리석음을 보고 나는 정신없이 웃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깨달음을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미 주어진 것을 얻기 위해 그처럼 애를 쓰는 것 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깨달음은 그대의 본성 그 자체이다.

대학생활에서 나는 유난히 ‘다양하고 의미있는 활동’에 집착해왔다. 깨달음은 외부의 경험에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지 못했거나, 운이 나빴거나,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중요한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생각 탓에 괴로워했다. 깨달음은 밖이 아닌 안에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이 문장이 큰 위안이 되었다. 내가 집착했던 ‘다양한 경험’은 깨달음을 조금 더 빠르고 쉽게 얻도록 도와주는 ‘매개체’ 혹은 ‘보조제’일 뿐이지, 결코 깨달음의 ‘원천’은 아니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마음이 편해졌다. 도전과 노력을 포기하겠다는 극단적인 선언이 아니다. 특별한 경험에 집착하기보다는 나의 일상을 즐기며 그 의미를 충분히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야 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깨달음을 품고 있는’ 나 자신을 몰아세우고 다그치는 대신 조금 더 아끼고 믿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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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에 발견했던 좋은 공간을 소개한다. Pause가 필요하다면, 이 공간에 들러서 좋은 문장과 맛있는 커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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