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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Jul 01. 2024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송길영

송길영은 스스로를 mind minor라고 정의한다. 이름에 걸맞게 그는 일상의 파편에서 시대의 본질을 캐내는 것에 특출난 사람이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역시 송길영이 'mining'한 인사이트를 담은 작품이다. <그냥 하지 말라>와 비슷한 내용이 아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방향성은 전작이 추구하는 바와 다르다. 작가의 전작 <그냥 하지 말라>가 현재를 정의하고 '그냥 하지 말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와 달리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는 미래를 예견하며,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할 거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바로 이것이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의 매력이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는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고로, '편식하지 않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제 1장 <K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문화예술

제 2장<코파일럿은 퇴근하지 않는다>: 과학기술, 윤리

제 3장 <채용이 아니라 영입>: 취업, 자기계발, 경영

제 4장 <효도의 종말, 나이듦의 미래> : 가족관계, 가치관

제 5장 <핵개인의 출현>: (1장~4장에서 다룬 모든 내용 종합)

제 1장을 읽으면 K라는 개념이 문화예술산업에서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할 수 있고, 제 2장을 읽으면 인공지능이 어떤 지점에서는 인간과 차별화되고, 어떤 지점에서는 인간을 보완하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제 3장은 '경력'만 우대하는 사회에서 개인은 어떻게 커리어패스를 구축할지를 생각하게 하고 , 제 4장은 효가 필요하지 않은 미래에서 부모 자식간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처럼 책은 다양한 분야를 다룰 뿐더러, 그 분야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건드린다. 여기서 핵심이란 곧 나타날 '변화'다. 작가가 예견하는 변화는 우리가 당연시한 관습,규범,가치관 모두를 뿌리째 뽑아 흔들거나, 산산히 조각낸다. K는 더이상 대한민국이 아니고, 동료는 더이상 인간이 아니고, 채용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고, 효도는 더이상 자식의 도리가 아니다. 결국 개인에서 멈출 줄 알았는데 우리는 초개인이 된다. 책에서 예견하는 모든 변화는 결국 '내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세상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 질문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과 이 질문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 사이에는 큰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송길영은, 책의 독자가 전자에 해당되는 사람이 되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에 시달리거나 쏟아지는 정보와 사건에 피로함을 느끼지만, 이 상황에 '안주'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에게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를 추천한다. 이 작품은 우리가 상대하고 파고들어야 하는 실체를 알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대략적인 책 소개 글이고, 지금부터는 책의 내용을 분석해보려고 한다)

제 1장 <K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K는 적어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물리적 존재에 머무르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고전소설론 수업을 들으면서 감탄했다. 고전소설이면 그저 '옛날에, 우리나라에서, 우리 말로 쓰인,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전소설 전공자인 교수님께서는 "옛날의 시간대는 정확히 언제일까? " "우리나라의 범위는 어떠할까?" "우리 말이라고 하면 한글과 한자 모두 포함되어야 할까?" "소설이 아닌 다른 서사 양식은?"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엄밀하지 못한 고전소설의 정의에 문제를 제기하셨다. 마찬가지로 이 책도 K 푸드, K 팝, K 드라마 등등 사람들이 남발하고 있는 'K'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Korea에서 유래된 K가 이제 Korea가 아닌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외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아이돌이 한국에서 데뷔하고 한국 노래를 부른고, <파친코>, <H마트에서 울다>처럼 한국인 작가가 쓰지는 않았지만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사례를 통해 책은 K가 대한민국이라는 물리적, 문화적 공간을 넘어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적 정체성'을 지키는 것보다, 한국의 정서와 양식을 향유하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며 '개방성'을 갖추는 것이 'K'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글로벌과 로컬의 상호작용을 강조한 작가의 생각처럼, 우리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K와 세계인들이 생각하는 K를 다각도로 바라보며, 확장되고 만들어지며 새롭게 합의되는 K를 받아들여야 한다. 


제 4장 <효도의 종말, 나이듦의 미래>

"나이듦을 판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가 완고함입니다. (중략) 나이가 젊더라도 과거에 갇혀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지만, 나이듦이 나타나는 방식은 누구나 조금씩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 서로 다른 세대가 연대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나이듦'에 관한 편견을 깨야 한다는 작가의 분석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생물학적인 '나이듦'이 아니라, 인지적인 '나이듦'을 생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는 낯선 것을 수용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지니고 있는가? 생물학적 나이가 많아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의지를 갖추고 있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생물학적 나이가 적어도 관성대로 기존의 것만 고수하려는 사람도 있다. '나는 젊지만, 당신은 아니다'라는 사고방식으로 우리는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을 구분하여 나이든 사람을 타자화한다. "중노년을 바라볼 때 우리의 시각은 양극화되어 있습니다."라는 작가의 문장은 섬뜩하리만치 정확하다. "과연 나는 젊은가?"하는 자성과 함꼐, 우리는 노년의 진정한 모습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나'이다. 


"헌신의 대가로 자식에게 관심받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과 미안한 짐을 벗고 싶은 자식의 마음은 이상한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냅니다." 

작가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가족관계에 문제를 제기한다.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어머니를 향한 '미안함'은 관계가 공정하지 않다는 마음의 신호이고, 자식 역시 오래된 시스템의 방조자임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뜨끔해졌다. 나 역시 엄마의 희생과 돌봄에 의존하며, "크면 언젠가 보답해야지"하며 얼버무리는 비겁한 딸이 아닐까. 내 삶이 누군가를 돌보기 위한 자원으로 인식되는 것은 죽도록 억울해하면서도, 여태껏 어머니를 나를 돌보는 자원으로 당연시해왔던 이중잣대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 누구도 '도구화'되지 말고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부모 자식 간 관계는 "부모가 자식을 위해, 혹은 자식이 부모를 위해 희생하는 관계"라는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 "받은 만큼 돌려주는,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서로 깔끔하게 주고받는 관계."로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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