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앨프리드 마셜의 수요공급 곡선, 로버트 루카스의 합리적 기대이론, 대니얼 커너먼의 행동경제학. 유명한 경제학자의 저서를 전부 읽을 필요가 있을까. '그럴 필요 없다'고 답하는 책이 바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토드 부크홀츠는, 애덤 스미스부터 제임스 뷰캐넌까지, 총 10명의 핵심 이론을 이 책에 설명해놓았다. 각 챕터는 경제학자의 생애, 경제학 이론의 탄생 배경, 해당 이론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경제학 기초 상식, 해당 이론의 특징 및 문제점과 한계, 해당 이론의 정책 적용 사례 및 효과를 유기적이고 짜임새 있게 설명한다. 경제학자의 자사전이자, 경제학 교과서이자, 작가의 경제학 논평이기도 한 책의 스토리텔링은 경제학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독자들조차 경제학의 가치에 매료되도록 만든다.
특히, 왜 이 책의 제목이 <경제학자의 아이디어>가 아닌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인지, 다시 말해, 왜 작가는 '죽은'과 '살아있는'이라는 수식어를 강조했는지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경제학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제목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생각에 따르면,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많은 가르침은 지금까지도 유효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는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경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것에 도움이 된다. 경제학자들의 위대한 업적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대신 그들의 지혜를 새로이 습득하고, 시험하고, 평가해보자는 작가의 생각이 이 책을 탄생시켰고, 독자가 경제학을 재조명하도록 이끈다.
인상적인 문구 소개
경제학자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기업의 임원들은 경제학자들이 비용과 이익을 정확하게 계산할 줄 모른다고 비난한다. 이타주의자들은 그들이 비용과 이익에 대해 너무 까다롭게 군다고 나무란다. 한편, 정치가들에게 경제학자들은 단 한 사람의 희생도 없이 모두가 공동 번영할 수 있다는 유토피아적 공약에 찬물을 끼얹는 머저리에 바보천치들이다.
(중략)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런 비난에 억울함을 호소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들이 경제라는 기상에 그늘을 드리우는 나쁜 뉴스를 만드는 장본인들이 아니라 있는 사실을 알리는 단순한 전달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전달하는 메시지 또한 간단하다. 그들은 항상 인류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더 이상 에덴동산에 살지 않는다. 세계는 젖과 꿀이 넘쳐 나는 곳이 아니다. 더 맑은 공기와 더 빠른 자동차, 더 큰 주택과 더 넓은 주차장, 더 많은 노동 시간과 더 많은 여가 시간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이 가운데 어느 것이 나쁘고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가 그것을 한번에 모두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다.
(사람들이 '경제학자'에 가지는 부정적 인식과, 경제학이 필요한 이유, 경제학자가 맡은 중요한 임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대목이기 때문에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