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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이혜묵 May 31. 2024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 7

한국사람이냐고 묻는 온수온돌기능사 학원과  불합격 수기

한국산업인력공단 명의로 된 자격증이 9개 있다. 이제 10번째 자격증을 위해 온수온돌기능사에 도전을 시작했다. 기능사에서부터 기술사까지 그동안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개수가 늘어났다.


왜 자꾸 이런저런 자격증을 따려하는가? 

그냥 One thing.  즉, 한 가지에만 집중하지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집수리나 욕실리모델링을 배우면서 필수적으로 관련된 일들이 타일, 전기, 배관 그리고 보일러 설비를 알아야 했다.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 끝이 어디인지 파봐야 한다.


된장인지 똥인지 직접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온수온돌기능사까지 오게 되었고 앞으로도 산업인력공단에 지불해야 할 원서비(응시료)가 여러 종류가 더 있다.

어디 자랑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거실벽에 전시하고 싶어서 도전하는 것도 아니다. 

하나라도 더 알고 싶을 뿐이다. 


나의 의구심은 언제 멈출지 나도 모르겠다. 

아마도 병이 들어 움직이지 못하면, 더 이상 가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온수온돌 학원을 등록한 후 1주 반 정도 뒤였다.


원서접수를 하고 학원에 수강문의를 했더니, 시험 한 두 주 전에 30만 원 들고 오면 4회 수강해서 시험 보러 가면 된다고 했다. 

시험 때 필요한 파이프렌치, 동파이프 벤딩기와 같은 도구 임대비 8만 원은 별도 라고 한다.


                                               시험에서 완성시켜야 할 작품



학원은 퇴직하기 일 년 전인 22년 초에 건축도장기능사를 배웠던 학원으로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 있었다. 전에는 구 경기도청 앞에 있었는데 우리 집 가까이로 이사해 있었다.  상담을 담당했던 실장님은 무척 친절했고 앞으로 진행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실습장으로 들어서자 벌써 몇 사람이 작업을 시작했고, 선생님은 공개문제 프린터물을 주면서 "이 수치는 머릿속에 외우세요"하면서 프린터 물에 빨강 숫자를 적어 준다.


9시가 되자  25개 정도 되는 실습실 테이블이 꽉 찼다. 

여기저기에서 중국어가 들리고 한쪽에서는 러시어가 들린다. 

내 앞 테이블 사람도 중국에서 왔는지 나를 쳐다보며 "처음 이세요"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자기는 여기 앞쪽 건축공사현장에서 전기보조(데모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왠지 한국어 발음이 확실하지가 않았다. 그래도 인상은 좋았다.

서로 작업을 하면서 빙긋이 웃으며 곁눈질도 해 보고  몇 시간 앞서 왔는지 충고도 내게 해주었다.


나의 테프론(누수되지 않도록 감는 테이프) 감는 모습을 보고는 너무 세게 잡아당기지 말고 슬슬 감으라고 충고를 해준다. 정말 그동안 테프론을 너무 세게 잡아당겼던 것 같다. 

좌우지간 배워야 돼. 그 충고에 테프론 감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


선생님은 소켓과 길이에 맞는 탄소강관을 바구니에 담아 오라는 지시를 했고, 도면에 따라 나열해 보고 간단하게 조립해 보라고 했다. 

첫날은 강관을 절단하고 나사산(야마)을  만드는 나사절삭기인 미싱기는 눈으로만 처다 보고 왔다. 


둘째 날은 나사절삭기 미싱기계를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워낙 손재주가 안 좋은 지 진도 나가질 않았다.


                                                          첫 연습 (부품 연결해 보기)


나의 수업시간은 오전 한 번으로 끝났고 앞에 중국사람은 오후까지 실습을 계속하는 것  같았다. 

학원비를 얼마 냈느냐에 따라 수업시간이 틀리기 때문이다. 테이블에 배관자재와 기구들을 정리하고 백팩을 메고 앞사람의 작업광경을 잠시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디서 사느냐, 고향은 어디냐 하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더러 처음에 중국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국 사람이세요?" 하고 묻는다. 

한국땅에서 한국사람이냐고 질문을 받다니. 

너무 황당하다.


이곳 학원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25명이 넘는 실습자 중에서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선생님 밖에 없었으니, 나도 당연히 외국사람으로 보였을 것 같다. 

"아! 한국사람들은 지금 이 시간에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런 하찮은 일보다는 고부가 가치일을 하고 있겠지"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한국인들이 없고 외국인들로 가득 차 있다는 현실을 여기서부터 느껴야 될 것 같았다.


4일간 토, 일요일 주말을 통해 배웠다.

시험 전날 마지막으로 학원에서 연습을 했는데 치수 초과로 실격처리 판정을 받았다. 

치수초과만 주의하면 되겠다 싶었다.

드디어 시험날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작품 테스트에서 누수로 불합격했다.


시험 시작 전에 감독관은 수험자들에게 번호표를 뽑도록 한다. 아무래도 맨 앞이면 감독관들이 주로 머무는 곳이라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실력 발휘가 잘 안돼서 다들 좋은 번호를 기대하고 뽑는다.

나의  비번은 3번이었다.

최종작품을 제한된 시간 안에 제출하고 5분 뒤쯤이 되자

"3번 나오세요" 그런다. 

"여기 보세요. 물이 세고 있죠. 맞죠? 이곳에 사인하세요." 감독관들은 비번표시 3번을 들고 세는 곳에 나의 번호표를 대고 사진을 찍고 난리다. 

15mm와 연결된 동관 링소켓 쪽에서 물이 조금씩 세고 있었다. 

치수만 너무 신경 쓴 나머지 몇 바퀴 덜 돌렸더니 이곳에서 하자가 난 것이다.


2주간 주말만 실습을 했지만 집에 와서 수치 외우고 학원에서 제대로 설명 못 들은 내용 유튜브 보고 아침저녁으로 빼앗긴 시간이 꽤나 되었다. 


금전적인 손실도 계산해 보았다.

 -학원수강료 30만 원, 공구대여비 8만 원, 시험접수료 약 8만 원 => 거의 50만 원이  사용되었었다.


그동안 시험에 잘 떨어지지 않았는데 떨어졌다고 인정하는 순간 머리가 띵했다. 실패의 원인은 역시 연습부족인 것 같았다. 

보통 수강생들은 40~50만 원을 지불하고 무한대 강의로 등록을 한다.

그런데 나는 수강료 아끼려고 30만 원짜리를 선택했으니 그럴만하다.

한 번은 학원 선생님의 어투가 안 좋아 서로 언쟁이 붙어 그 이후 3번째 4번째 연습 때 의문점들을 제대로 물어볼 수 없었던 것도 실패의 한 원인이었다.


아무튼 2개월 뒤에 다시 시험이 있는데 이 학원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선생님과 한 번의 언쟁 때문이었다.


그래도 다음번을 기약하면 실패한 원인을 기록하여 보관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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