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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이혜묵 May 27. 2024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 6

(한 달 동안 내내 배우는 경기도일자리재단의 도배 심화과정을 다니다.)

워크넷에 가입을 했더니 경기도일자리재단에서 도배실무과정이 있다는 안내 문자가 왔다.

욕실리모델링 특별 교육을 받고 있던 터라 많이 갈등했다. 일일 2만 원 교통비와 식사비를 제공해 준다는 도배실무과정에 접수를 할까 말까.


공짜는 뭐도 먹는다고.

그래 욕실리모델링 교육은 기간이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한 달간 있다는 도배실무과정을 신청해 보자. 몇 년 전에 국민내일 배움 카드로 한 달간 야간에만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첫 도배학원을 수료하고 내 집, 누나집 그리고 직원들 숙소로 사용했던 아파트 등 몇 군데 도배를 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도배를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곰팡이 난 곳은 어떻게 하지, 구멍이 있는 벽은 어떻게 처리하고 도배를 한담. 그냥 벽지 위에 도배해도 되는지 아니면 다 뜯어내고 해야 되는지 의심 나는 점들이 너무 많았다.


칼질할 때마다 잘 되지 한고 톱니처럼 잘렸고 실크 맞댐선이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표시가 나고 고수들은 이런 것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항 상 궁금했다. 

직업으로 계속하는 것도 아니고 이따금씩 일이 생기면 도배를 해서 그런지 실력도 많이 늘어나지 않는 것 같았다.


여러 의문점들을 유튜브,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를 보고는 임기응변으로 해결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도배 실무과정을 지원을 했고 경쟁이 있어서 그런지 면접까지 보고 합격했다.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10분까지 수업을 받게 된다.

첫날 강의는 안전하게 작업발판 오르내리기, 도배 도구사용 방법과 청소와 시설이용방법들을 안내받았다.


첫날에만  6가지 새로운 사실을 건졌다.

   1. 실크도배할 때 사용하는 로라는 맞댐 간격이 넓은 경우 멀리서부터 맞댐이음 쪽으로 밀어 오고  

        맞댐 이음 부분에서는 로라의 끝쪽 부분만 사용해 이음 한다.

  2.   풀칠 후 20~30분 정도 숨죽이기는 숙성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벽지 붙일 때 기포가 발생해 공기가 많이 찬다.

 3. 칼을 쉽게 빼서 쓸 수 있도록 3개의 칼집을 연결해 사용한다.

 4. 기존 몰딩 부분에 태움 선을 제거할 때는 칼로 벽 부분(몰딩 부분이 아니라)을 자르고 

      갈고리로 한번 잡아당긴 후 물 먹은 걸레로 닦아만 준다

 5. 본드를 보관하는 주머니는 공기가 안 들어가도록 전선 cd(플렉시블) 관을 이용해 뚜껑을 만든다.

본드가 굳지 않도록 전선관으로 닫는 뚜껑 만들기

 6. 실크도배 할 때 기존 풀에 접착력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서 

     본드+바인더+풀을 썩은 조그만 통을 준비해서 벽 가장자리를 발라 준다  


                                   교육생들을 위한 각 부스별로 도배학습 도구


14명의 교육생이  한 달간 같이 수업을 받아서 그런지 정도 많이 간다. 이중에 한분은 아직도 같이 일을 다니고 있다.


도배선생님은 도배를 가르치기보다는 인생을 가르치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마다 수업 들어가기 전에 고등학교 시절 조회시간처럼  인생강의를 시작한다. 그리고 국민체조를 하고 실습에 들어간다.

언제 공부를 하였는지 책을 읽었는지 모르지만 인생 조언들을 한마디 씩 들려준다.


이 선생님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른다. 

단지 광명에 산다는 것. 과거에 폴리텍에서 도배를 가르첬다는것. 그리고 YWCA를 통해서 도배를 배웠고, 도배 봉사활동을 다니며 교회에 다니는 정도만 알고 있다. 

이거면 다 아는 것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이분의 가르치는 방법과 언행 때문에 살아온 인생을 더 많이 알고 싶어 졌다.

그동안 여러 기술학원을 다녀 보았다. 이렇게 겸손하게 기술을 가르치는 분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선생님이 하셨던 이야기를  적어 놓은 노트에서 다시 한번 상기해 본다.

 1. 도배는 여행이다. 이곳저곳 낯선 곳도 다니고, 

     이동하다 들판이 나오면 나물도 캐고 풍광도 구경하는 직업이다.

 2. 쥐가 닭을 잡아먹는다. 쥐가 누워 있는 닭의 똥구를 살금살금 긁어 주면 

     닭은 기분이 좋아 가만히 있다.    

     쥐는 좀 더 깊숙이 들어가 결국 닭의 내장까지  살살 긁어내어 먹는다. 

      그래서 닭이 죽었다. => 유혹은 슬그머니 나도 모르게 다가와 망가 뜨린다.

 3. 안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된다고 생각해라. 

     도배는 무점포도 가능하고 개업과 폐업도 자유스러운 직업이다

 4.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역사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기적이 일어난다.

     좋은 이야기만 나누고 남의 험담을 하지 말라

 5. 나의 에너지를 빼가는 모임은 살그머니 빠져나와라. 

     괜히 에너지 뺏길 이유는 없지 않는가.

 6. 같은 일도 손쉽게 하는 방법을 모색해라.


이분은 수강생들을 다그치거나 꾸지람 주는 일이 없다.

모든 연습은 먼저 시범을 보인다. 

보고 있을 때는 교육생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지만 각자 직접 실습할 때는 다들 재 각각이다. 선생님은 가만히 중간지역에서 보고 있다가 "저! 불렀어요"  이렇게 말씀하고는 실습생에게 달려간다.


처음에는 나도 "어! 내가 선생님을 부른 적이 없는데" 생각하고 있으면, 선생님은 벌써 내 곁에 와서 "이렇게 해봐요. 참! 쉽죠." 하면서 연습자세를 고쳐 준다.

"저! 불렀어요" 하는 소리가 들리면 "아! 내가 또 뭐가 틀렸구나. 아이고 걸렸네"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들의 표현이 왜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다. 나도 어디 가서 이것 좀 써먹어야겠다. 


도배학원을 다니는 게 재미에 푹 빠져었다. 

이것에 정들면 욕실리모델링 학원으로 돌아가기 어려운데. 

빨리 이것 마치고 욕실리모델링 학원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선생님 때문에 결석도 조퇴도 못했다.


어느 날은 앉아서 학습자들을 관찰하고 있는 선생님께 조용히 다가가 " 선생님!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어요?'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대답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 아니! 왜 그렇게 돈을 벌려고 해. 그 정도 나이면 먹을 만큼 벌었 놓았을 것 같은데, 

이제는 쉬엄쉬엄 적당히 벌면서 봉사활동하면서 인생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술도 늘건대.

기술도 늘면 돈도 생기고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벌릴 건데, 

뭐가 급해서 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해요."


이소리를 듣고는 욕심 많은 나의 뒤통수를 함마로 맞은 기분이다.


이분은 수강생들에게  이것 청소해라.

저것 씻어 와라 말하지 않는다. 

재활용하기 위해 직접 비닐봉지도 씻고 바닥에 종이도 줍고 어떨 때는 본인의 공구통 걸레로 무릎을 꿇어가며 바닥도 닦는다. 


"제가  닦을게요" 하면  " 그렇게 닦고 싶으면 본인 공구통에 걸레 가져와서 닦아요. 내 것으로 닦으려고 하지 말고"

또 한 대 맞은 기분이다.


벽지 포장 비닐, 물, 쓰다 남은 벽지, 붙이고 버려도 될 벽지 등 한 번 쓰고 버린 적이 없다. 

계속 재활용하라고 한다. 참 교수법이 특이하고 본받을 만하다.


이렇게 뒤통수 맞고 나오는 날에 푸른 하늘을 처다 보았다. 너무 아름다운 하늘이다.


얼마 만에 쳐다본 하늘인가. 너무 바삐 살아온 것 같았다.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살아온 아쉬움에 후회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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