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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이혜묵 May 20. 2024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 5

실리콘 쏘는 방법 배우러 다시 부산까지

어떤 틈사이를 메우는 것을 코킹(caulking)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틈사이를 메꾸는 것을 실리콘 쏜다고 한다. 틈사이를 메꾸는 일을 코킹보다는 실리콘이 더 통용되는지는 내게 중요하지는 않다.

얼마나 깔끔하고 오래 유지되도록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하고 이를 통해 수입을 창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동안은 이 실리콘에 대하여 아무러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당연히 그렇고 그래서 이렇게 만들어졌겠지로 여기고 살아왔다.

어느 날 인테리어 필름을 창틀에 붙이게 되었는데 과감하게 유리를 감싸고 있는 실리콘을 칼로 잘라내고 인테리어 필름을 붙였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붙여진 필름과 유리사이를 실리콘으로 채워 보기 좋게 마감을 해야 했었다.

가족이 운영하이었기에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실리콘 전문가 불러 다시 시공했어야 했다.

필름 붙이는 시간보다 실리콘과 씨름하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울퉁불퉁, 유리에 묻고, 다시 긁어내고, 손가락에 침도 묻혀 보고, 헤라로 매끄럽게도 해보고

정말 보기 싫게 되었다.


같은 사람이 쏘는 건데 왜 안되지.

내 이를 정복하고 말리라.

실리콘 관련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고, 안방에 연습대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도배할 때 사용하는 각대라는 플라스틱 자재가 있는데 이를 책장에 수직과 수평으로 붙여 놓았다.

그리고는 실리콘이 20개 들어 있는 한 박스를 인터넷을 통해 주문해 받았다.

오늘부터 무조건 1통씩은 연습해야지 하는 각오를 했다.

시간이 깨나 걸렸다. 한 줄 쏘고 고무헤라로 긁어내고 장갑을 끼워도 손과 옷에 실리콘이 달라붙어 있었다.

냄새도 보통이 아니라 아내와 딸아이는 냄새난다고 질색이다. 문을 닦아 놓고 집에 가족이 없을 시간에 주로 연습을 했다. 


이렇게 연습해도 쉽고 부드럽게 실리콘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 돈을 들이자. 


고수에게 한 수만 배운다면 연습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고수 찾아 삼만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부산에서 방충망을 배웠던 곳에 대표님이 실리콘도 가르친다고 유튜브에 많이 소개를 하고 있었다.

방충망을 배우던 날 대표님께 아내와 함께 실리콘 교육을 받으러 한번 더 오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대표님이 개인당 40만 원인데 부부가 오면 60만 원으로 20만 원 할인해주겠다 했다.


아무래도 아내를 끌어들여야 아군이 생길 것 같아서였고 처음 실리콘을 가지고 씨름하던 날 

아내는 "비켜봐, 내가 쏘아 볼게" 하더니, 처음 해본 작품 치고는 나보다 더 나았다.

나의 손은 똥손, 

아내의 손은 조금만 다듬으면 돈손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칭찬을 몽땅 해주었다.

그래야 반대에 반대만 하는 적군을 한 사람이라도 아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왜 내가 거기까지 가야 되느냐"라고 몇 번이고 거절을 했는데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꼭 이분에 교육을 같이 받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번 설득을 했다.

우리 별로 놀러도 안 갔는데 부산 관광이나 하자고 하면서 여기에 실리콘 교육 프로그램을 하나 추가 했다.


나는 너무나 몸치인 것 같다.

지난 집수리 아카데미도 그랬고 지금 다니고 있는 타일 및 욕실리모델링 아카데미도 그런 가 같다. 

고집은 세고 기술은 없고 이런 사람이 집에 관련 기술을 배우고 있다니 참 남들이 보기에는 답답한 모양이다.

그래도 어쩌랴.  

나에게는 있는 기질이란 꾸준함과 부지런함 밖에 없다. 

계속하다 보면 느리지만 잘할 때가 있겠지.


 실리콘 교육 때도 선생님께 많이 혼났다. 아마도 집에 가서 잊지 마라고 혼을 내겠지 하는 마음으로 교육을  받았다. 

승용차를 몰고 내려가면서도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평소 답지 않게 오한과 함께 약간에 기침, 머리가 띵한 느낌에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병가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몇 달 전 잡아 놓았던 약속. 그리고 이번 기회가 아니면 아내의 시간을 또 내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감기가 걸려도 약을 잘 먹지를 않았는데 이번에는 약국으로 바로가 기성제품의 약 2종류를 입에 털어 넣고 버텨보았다.


약 때문인지 교육 중에 너무 졸음이 온다. 

몇 번에 세수 그리고 머리의 혈자리에 대표님이 졸음 퇴치 침을 몇 대 나 주었데도 줄음은 나가지 않는다. 대표님에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메모를 준비했는데 실습에 치중해야지 적는데 신경을 쓰지 말라고 나무란다.

결국 기록을 남기는 것은 포기했다.


수업이 끝나자 인터뷰 하나 남기고 싶다는 이야기에 예상에 없는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구독자 2.3만 명인 이분의 유튜브인 실전창호에 올라오게 되었다. 내가 내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말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색한지 모르겠다.

실리콘 교육 후 즉흥 인터뷰 - YouTube



                                           아내를 산업전선을 보내기 위한 작전


그래도 잊어버릴 까봐 교육 요점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보았다.


실리콘 노즐 만드는 방법

 1. 손으로 눌러서 잘 들어가는 방향이 있다. (여기를 자르는 기준점으로 잡아라)

 2. 고무망치로 좀 납작하게 하고 비스듬히 자른다(자른 시작점에서 점점 수직으로 자를 수 있다)


실리콘을 수평 수직 쏘는 방법

 1. 한번 설정한 각도를 끝까지 유지해라(90도로 설정해 두면 스스로 판단하기에 가장 좋다)           

 2. 수평방향으로 이동할 때 걸음 거리는 보통 발 이동과 같이 해라.  옆걸음으로 움직이지 마라.

 3.  왼손은 실리콘 건을 받치는 용도로만 쓰고 힘을 주지 말아라

 4. 오른손 검지 이하 손 가라은 실리콘 건의 방아쇠 최하부 쪽에서 살살 잡아당겨야 한다.

    건의 방아쇠 위쪽을 잡아당길 경우 자주 방아쇠를  잡아당겨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일정해지지 않는다.

 5. 수직방향은 실리콘 처리대상물에서 약간 떨어져야 팔이 굽어지지 않고 일정하게 움직일 수 있다.

 6. 팔이 굽지 않는 편안한 장소에서 이음매를 두어라.

 7. 밑에서 위로 올라올 때는 다리를 구부리지 말고 허리를 충분히 구부려 허리 펴는 속도로로만 올라와라.


아내와 나는 하루 실리콘 교육을 마치고 광안대교가 보이는 인근에 숙박을 했고 다음날 광안리 해변과 용궁사 관광을 하고 올라왔다.

교육만 받으면 실력자가 된다는 대표님은 이야기했지만 집에 와서 연습을 다시 해  보았더니 조금은 나아졌어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래 될 때까지 연습하는 거야.

다시 실리콘 한 박스를 더 샀다.

그리고 연습기도 바꾸었다. 철거할 때 유리창 하나를 띠어와 안방에 놓고 아직도 연습 중이다.


그래도 아내가 하는 한마디에 용기를 얻는다.

"많이 나아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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