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K이혜묵 May 24. 2024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

타일사이 줄눈을 반짝이게 하는 기술을 배우기 위한 도전

이사를 여러 번 다녔다. 

새집으로 이사만 2번을 했다. 아내는 이사할 때마다 화장실 줄눈을 거금을 들여 새로 하곤 했다. 금액을 물으면 답을 하지 않는다. 

좀팽이인 남편이 또 돈 썼다고 한마디 할 까봐 정확히 줄눈 시공비를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짐작에 깨나 지불한 것 같았다.


그래도 새집으로 이사하면 화장실이 깔끔해서 좋았고 사이사이 들어 있는 줄눈이 반짝여 줘 좋았다.

화장실 청소를 요즈음은 나도 가끔은 하지만 그때는 아내가 전담했던 때라 줄눈부가 변색되고 곰팡이가 슬어 짜증 나 줄눈을 꼭 새로 했던 것 같다.


줄눈에 대한 용어에 대하여 약간 헷갈리것 같아 정리부터 해본다.

반짝이 줄눈 넣는 사람들은 타일과 타일 사이 백시멘트로 채워져 있는 것을 메지라 하고 타일사이에 백시멘트를 긁어내서 반짝거리게 하는 것을 줄눈이라고 부른다. 

아무 튼 이게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겠고 이게 중요한 요지는 아니니까 너머 가자.


그때는 뭐 저런 것도 하는 사람들이 있어하는 생각을 가졌다.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타일학원 다닐 때 줄눈만 전문으로 하는 분이 있었다. 타일학원 수강 6개월 뒤에 줄눈 가르치는 곳을 알려 달라고 문자를 넣었더니 안양과 동탄에 있는 곳을 알려 주면서 둘 중에 큰 곳을 가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안양 금정역 근처에 있는 학원을 선택하여 수강을 받기로 했다.

수강료 50만 원에 3일간 교육이라고 안내를 받았고 또 돈을 내 질렀다.


3명이 같이 받았는데 한 분은 완도에서 전복 키우는 분이었고 한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3일 교육과정 중에 2일은 학원에 있는 실습장에서 교육을 받고 마지막 하루는 현장에서 참관 수업을 한다고 설명을 했다.


1일 차에는  타일 사이에 굳어 있는 백시멘트를 메지커터와 그라인더로 파는 연습과 파 낸 곳에 수평 줄눈재를 만들어 넣는 것을 한다. 그리고는 오후에 변기 주변과 바닥 가장 자리에 줄눈으로 도포하는 연습을 한다.


교육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보면

  1. 마스킹 테이프는 타일 끝에서 1~2mm 정도 띠워 붙인다.

  2. 줄눈재를 넣고 헤라를 힘주어 눌러라.( 마스킹 테이프에 안 묻고 타일 측면에 묻는다)

  3. 헤라로 긁어 준 다음에는 매번 신문지에 닦아라.(헤라가 깨끗해야 줄눈 마무리가 이쁘게 나온다)

       헤라는 경질인 딱딱한 것을 써야 타일 측면까지 잘 붙는다.(부드러운 헤라는 타일 옆에 얇게 묻는다)

  4. 튜브 꼭지는 먼저 끝부분을 잘라 어느 쪽이 얇은 지 확인하고,

       얇은 쪽이 아래가 되고 두꺼운 쪽이 위가 되도록 사선으로 잘라서 써라.

  5. 저울 위에 일회용을 놓고, 짤주머니를 그 안에 넣은 다음에 

      주제 -> 경화 -> 안료 순서로  짤주머니에 넣되 깊숙이 넣어라.

      주제:경화제:안료(펄) 배합은 보통 20g : 20g : 4g(주제+경화제의 40g의 10%)

   6. 수직 수평이 만나거나 수평 수평이 직각으로 만나는 곳은 줄눈재를 많이 넣고 헤라로 살살 긁어 온다.


2일 차는  벽에 가로 세로줄눈, 싱크대 젠다이, 욕조, 세면대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줄눈 넣는 연습을 하게 된다.

                                                           벽 줄눈 넣는 실습


2일 차가 끝나면 수료증을 준다. 수료증이 큰 의미는 없지만 또 하나의 기술을 얻었다는 증표로 여기고 있다.



3일 차 수업은 학원에서 줄눈 넣고 있는 현장을 섭외하여 실습생들이 참관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약속을 지켜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현장을 한번 봐야지.

타일학원 때 만났던 분에게 다시 연락을 하여 현장을 한번 보자고 요청을 했다. 

다행히 답장이 왔다.

화성 향남에 있는 기존 아파트에 줄눈 시공을 할 건데 오라는 것이다. 타일학원에서 같은 부스에서 실습을 하면서 알게 된 분인데 그동안 공구들도 카톡을 통해 문의를 들여 내가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안다.

평소에 이분에 말씨는 어디 사투리인지는 잘 감이 안 오는데 한 80% 정도 알아먹을 수 있다.

그래도 나름 아주 친절하게 작업내용을 자세히 안내해 주었다.


이 아파트는 신규와 기존이 공존하는 타일이 있어 좀 특이하다고 한다. 기존과 신규가 중복되어 있어 한번에 두 가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하루 내내 견학을 하고 싶지만 11시쯤 나와야 한다고 했더니 상관없으니 한 나절이라도 경험을 해보라고 한다.


이곳에는 줄눈만 파는 기술자 한 분이 더 와 있었다. 줄눈만 파는 기술자는 인건비 2만 원을 더 달라고 하고 나를 초대해 준 분은 못 주겠다고 하는 실랑이를 30여분 했다. 한쪽은 당초 이야기 했던 면적보다 넓다는 것이고 한쪽은 매지 넣은 지가 얼마 안 되어 너무 잘 파지기 때문에 더 줄 필요가 없다고 논쟁을 했다. 


이 두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아! 정말 1만 원이라도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은 1만 원씩 서로 양보했고 줄눈만 파는 전문가는 화장실 2군데와 세탁실 1곳을  2시간 만에 끝내더니 다 끝냈다고 하면서 금방 사라졌다. 

나는 초청해 준 분에 작업 준비물 그리고 그라인더 질 하는 모습, 수동 매지 커터 사용하는 방법들을 옆에서 보았다.

그리고 폴리싱타일에 매지를 두스판  정도 파 보고는 이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를 초청해 준 분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려고 그라인더 사용 중간중간에 그라인더 사용방법, 상황에 따른 줄눈 파는 방법, 청소기 운용법, 공구함 등 많은 설명을 해주었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보고 실습해서 일당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새로운 세상을 많이 맛보고 왔다. 


이 이후 나는 구리 갈매지구의 화장실 2칸, 화성 반월동에 화장실 샤워부스와 용인 수지에 현관타일에 줄눈을 혼자 넣어 보았다. 아직까지 수강료를 제외하고 줄눈작업을 위해 구입한 상업용 청소기, 저울, 그라인더 등 100여 만원의 본전을 뽑지 못하고 있다. 

이전 12화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 5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