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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이혜묵 May 17. 2024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 4

욕실 철거에서부터 타일, 변기, 천정 설치까지 가르치는 학원 등록 

집수리를 다녔던 학원생들로 단톡방이 있었다. 현장에서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질문하고 아는 사람이 답변해 주는  카톡방이다. 누군가 답변해 주지 않으면 가르치던 강쌤이 직접 답변한다. 이 단톡방에는 많은 현장자료들이 올라온다. 복습 겸 중요한 자료를 정리하던 중 화장실 변기 배수구가 대부분 바닥으로 내려가는 데 벽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어떻게 설치하느냐는 질문에 누군가 욕실아카데미 원장이 올린 유튜브를 소개하고 있었다. 


궁금하던 차에 이 영상을 보게 되었고 여기에서 욕실마스터과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땅속에 고구마 뿌리를 캐다보면 줄기를 따라 계속 옆에 고구마도 올라오게 된다. 이처럼 이 영상을 보았더니 이 아카데미의 교육 홍보 영상들도 따라 나왔다. 월 5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환갑 가까이 된 2면의 학원생 인터뷰를 듣고는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내친김에 유튜브 영상에 나와있는 연락처인 휴대폰으로 문의를 했더니 학원이 인천시 계양구에 있으니 그리 오라는 것이다. 교육기간은 정해진 것 없이 본인이 다니고 싶을 때까지 무한대, 학원 수강료는 거금 300만 원, 

수강기간이 별도로 정해 져 있지 않고 매일매일 교육생들을 받는다는 것이다.

가 말어. 순간 많이 갈등이 되었다. 

퇴직한 회사에서는 200만 원 한도 내에서 재취업 직업교육이나 사업구상을 하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래 이 돈을 여기에 사용하고 정산받자. 한 달에 5백만 원 벌 수 있다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자.



이렇게 하여 계양나들목 근처에 있는 욕실마스터 아카데미를 다니기로 결정했다.

수원에서 인천 계양까지 아침저녁이면 수도권외곽고속도로의 정체가 심해 가는데 2시간 오는데 2시간이다. 근처 원룸을 얻어 놓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있었다. 몇 번 근처 찜질방에서 12,000원 주고 자 보기도 했지만 잠을 잘 수 없어 너무 불편했다.

다행히 한 2주 정도 다녔더니 집에서 좀 더 가까운 목감나들목 근처로 학원이 이사를 갔다. 왕복 1시간씩 욺직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첫날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120쪽에 달하는 교재를 한 권 받았다.

강사 선생님은 이것을 10번 이상씩 읽어라고 했는데 지시를 다 따르지 못했다.


욕실마스터란 기존 사용하고 있는 욕실을 철거하고 방수, 오수하수 배관 조정, 젠다이 쌓기, 타일 붙이기 및 줄눈 넣기, 전등과 환풍기 배선, 천정 돔 설치, 변기, 세면대와 샤워기 설치, 샤워부스 파티션 설치, 실리콘 마무리 등 한마디로 전체를 다 할 수 있는 기술자를 만드는 것이다.

조금만 공간에 욕실을 리모델링하려면 철거기술자 따로, 타일 기술자 따로, 천정 설치하는 기술자 따로, 변기와 같은 도기 설치 기술자를 다 따로다로 불러 일을 시켜야 한다.

이렇게 개별적으로 부르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어 마스터를 양성하여 한번에 다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강사 선생님이 혼자 이 모든 과정을 다 가르친다. 반복해서 들어 도 좋고 남어서 야간에 실습해도 좋고 청소만 잘하고 물건만 정리 잘해 두어라고 한다.

이렇게 학원에서 2주 정도 이론과 기초실습이 끝나면 현장 실습을 나가게 된다. 

처음에는 요일별 아이템이 정해 진 게 없고 아침에 강사 선생님이 교육생들에게 뭘 안 배웠는지 물어보고 먼저 수강등록 한 사람이 안 배운 것부터 가르친다.

교육과정은 좋은데 너무 체계적이지 못해 아쉬웠다.


타일학원을 다녀 보기도 했지만 철거, 배관, 전기, 기구 세팅, 벽 종류별 타일 붙임자재 선정 등 새로운 분야가 많아 헤갈린다. 


지금 써 놓지 않으면 내일쯤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을 것 같아 두서없이 가르친 내용을 정리해 나갔다.

너무 지켜줘야 할 비밀사항이 많았고 분량이 많았으며 정재 되지 않은 상태라서 도배, 타일, 인테리어 필름 과정에서 처럼 블로그에 올리지 못했다.

나중에 시간 날 때(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로 하고 조금이라도 갈겨 놓으면 기억력이 연장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별도로 한글워드파일로 기록해 두기로 했다. 사진을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분량이 60쪽이 넘어갔다. 선생님의 이야기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다 기록했다. 금방 또 남의 지식이 될 것 같아서 이다. 기억력은 하루가 다르게 낮아지고 있다. 이제 이곳에 뼈를 묻는다는 자세로 집중한번 해보자는 각오였다.


                                            화장실 바닥 수평 잡는 연습


쉼 없이 가르친다. 실습은 강의가 끝나고 알아서 해야 하기에 적기에 바쁘. 바빠


강의내용의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줄자는 폭이 넓은 것을 써라(목수들은 타지마 많이 사용)

 2. 욕조 종류는 오닉스(인조대리석, 무겁고 잘 깨진다), 실키(가장 많이 사용, 실크지 여러 장 겹쳤서 만든       것을 가볍고 싸다), 범랑, 목조, 마블, FRP(누렇게 변색된다)

3. 욕조를 혼자 들고 들어가는 연습 해 보라(붙여 놓은 벽면 타일을 건들면 안 된다)     

4. 타일 붙이는 공법은 압착, 개량압착( 밥을 붙일 면에도 하고 타일면에도 하는 것), 떠 붙임

5. 떠 붙일 때  다이소 2천짜리 국자를 이용해라, 빨리 굳히고 싶을 때는 속경성 시멘트 사용 

6. 바닥타일은 먼저 평활하게 면을 잡고 압착몰탈을 15mm ~20mm 갈갈이로 줄을 만들어 붙인다.


3백만 원을 내고 와서 그런지 교육생 모두들 다 진지했다. 그리고는 일 년에 1억 벌 꿈에 다들 부풀어 있었다.

점심은 인근 식당에 교육생들끼리 가서 함께 먹기는 하지만 페이는 각자 낸다. 

과정 중에 사업자 내는 방법, 홍보와 영업 마케팅 하는 방법도 강의를 한다.


영업력만 된다면 이분야가 돈이 될 것 같은데 온실 안의 철밥통에서 한평생직장을 보낸 나는 영업에 가장 자신이 없다.

하기야 같은 철밥통 직장에서도 비빌 줄 몰라 나왔으니, 나에게 이보다 더 큰 아킬레스건은 없다.

여기서 포기해야 되나. 많이 망설여진다.


몇 개월 기술을 배워 몇 십 년씩 한 사람들을 따라가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영업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안되고 학원을 다니면서도 이런저런 고민이 점 점 엄습해 온다. 

이런 내 성격에 아내는 불을 더 지른다. "그냥 어디 한 일 년 전기기능사 자격증으로 아파트 기전실 같은 곳에 가서 월급이나 받지."  나의 기와 자존심을 팍 죽인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도 고민이다. 

이걸 해보면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다 보면 저것도 하고 싶다. 내 마음에는 욕심이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그동안 거쳐온 과정이  도배 -> 건축도장 -> 인테리어 필름 -> 타일 -> 줄눈 -> 집수리 -> 전기기능사 -> 방충망 ->  다시 욕실리모델림 및 타일까지 미친놈처럼 여기저기 기울이고 있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국민내일 배움 카드로 몇 개 과정에 사용했지만, 때려 박은 돈은 족히 사립대학교 한 학기 학비를 훨씬 넘을 것 같다. 

욕실리모델링 마스터과정도 현장 실습을 나가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최소 공구를 장만해야만 했다.

타일 커터기, 충전 그라인더, 레이저 수평기, 고대, 갈갈이 등 이 비용도 2백만 원 정도 들어갔다.

들어간 돈을 세밀히 계산하면 속 마음만 미어졌서 지금 당장은 계산하고 싶지 않다. 

내 마음만 바꾸면 당장이라도 돈 벌어먹을 수 있을 텐데. 왜 사서 고생하냐는 게 주변 사람들의 충고였다.

그래도 아직은 마음을 바꾸고 싶지가 않다.

욕실마스터과정을 다니고 있던 어느 날 대학교와 군대 훈련생활을 같이 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해 봤다. 나는 평소에 친구들에게 전화를 잘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놈은 가끔 전화를 하면서 왜 맨날 자기만 나에게 전화해야 하냐면서 볼멘소리를 한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평소 통화 때면 항상 내 속을 후벼 판다. 그래도 마음 놓고 통화하는 친구가 이놈밖에 없어 참는다. 그런데 오늘은 내 속 깊은 곳을 또 날카로운 가시로 뒤집어 놓는다.

" 너!  조만간에 다시 토목으로 안 돌아오면 내손에 장을 지진다."  "현장일들이 힘들고 사업이 안되어  포기하고,  조만간 토목 감리나 용역 기술자로 틀림없이 돌아올걸."  

그래서 나는 이놈에게 그래 너 손에 장 지지는 꼴을 한번 보여주마라고 응수했다. 

다시 한번 굳은 다짐을 해 보지만 아직도 내 마음은 종 잡을 수 없다. 사업을 해보겠다고 며칠 전 세부 공정표를 짰다. 세부공정이라고 해 봤자 언제까지 무엇 무엇을 배우고, 공기구와 재료는 언제까지 준비하며 홈페이지와 상업용 블로그, 스마트스토어를 위한 통신판매업과 사업자등록, 은행계좌 개설들은 언제쯤 하겠다고 하는 막대그래프 스케줄 표이다.

화물차는 어떻게 구입할까, 창고를 임대해야 하나, 욕실학원에서 알려준 마케팅 프로그램에 거금을 투자하여 실행해야 하나 등 갈등이 온 머릿속에 죄여 온다. 

이 거금은 3천만 원을 투자하면 월 일정 수익을 보장할 때까지 케어해 주겠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뭔 개소리가 있어, 학원 등록할 때는 이런 이야기를 들어 보지 못했는데 학원장이라는 사람이 어느 날 나타나더니 여러 조건을 제시한다. 기술자로 나가던지 자체 사업자로 나가던지 아니면 학원에 영업력을 믿고 3천만 원을 투자하여 참여해 볼 수 있다는 진로를 이야기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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