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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이혜묵 May 11. 2024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

방충망 끼우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수원에서 부산까지 

집수리 아카데미에서 잠깐 배운 방충망 교체방법으로는 아직 영업을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4월이 되어 방충망 계절이 찾아왔어 이 분야에서 용돈벌이라도 해야 되는데 자신이 없었다. 

관심 있는 분야에 유튜브를 뒤적이다 보면 타깃 마케팅 광고처럼 봤던 분야만 계속 올라온다.

이러던 차에 걸려든 것이 구독자 2만 5천 명 정도를 가지고 있는 부산에 있는 실전창호라는 곳에서 하루 강의를 한다고 안내를 한다.


전화를 걸어 예약을 했다. 그동안 무료 교육도 했지만 무료교육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단다. 

유료교육으로 하루 거금 45만 원을 납부하면 일정을 잡아 주겠다고 한다. 

아쉬움 놈이 우물 판다고 돈과 거리가 문제가 아니다. 빨리 생계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쉬운 것부터 기술을 축적해 가야 했다.


예약일정에 새벽 KTX를 타고 부산역에 8시쯤 도착을 했더니 파란색의 1톤 포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르치는 사장님이 직접 차를 몰고 부산역까지 나와 주신 것이다. 

부산은 큰형이 살고 있어서 그동안 자주 갖던 곳이라 지리가 어느 정도 익숙한 편이었다. 점점 잘 아는 동네로 차가 이동한다. 만덕터널을 지나 주례삼거리와 사상을 거처 감전동을 통과한다. 거의 구포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몇 달 전에도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상을 치른 장례식장도 지나갔다.

아주 익숙한 곳이었다. 


도착하자. 다른 교육생 2분도 있었다. 경남인근 지역 분들이었다.

창고 같은 새시 제작장으로 안내되었다. 유튜브에서는 화려한 장소처럼 보였는데 실제 와서 보니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은 평범한 강의장이었다.


새시를 전문으로 하시는 사장님이 방충망에 대한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었다. 


방충망 교체는 원리를 이해하면 눈감고 작업할 수 있다.

딱 2가지만 기억해라,

   1. 틀에 수직으로 로라를 넣지 마라 

   2. 힘을 주지 마라


방충망 틀의 구조를 이해해야 하자가 나지 않고 일을 쉽게 할 수 있으며, 눈 감고 할 수 있다고 설명을 한다.

그림을 그려가면 구조를 설명해 준다.




그리고는 실습을 시킨다.

다른 2분 교육생은 그래도 그런대로 잘하는 것 같은데 나는 영 잘 안된다.

하기야 그동안 펜대만 굴렸으니 도구가 손에 쉽게 익숙하겠는가?

그래도 체념할 수는 없다. 거금을 들여 부산까지 왔으니 꼭 기술을 익히고 가야지. 

이를 앙당 물어라.


일명 오링이라고 하는 고무링도 넣어 본다. 링도 제작된 원리를 이해하면 쉽게 들어간다고 한다.

링 가운데 원형 공간이 있고 밖으로는 약간 올라온 선들이 미세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밀 때를 너무 세게 힘을 주먼 납작하게 되어 잘 들어가지도 않고 로라가 이탈할 가능성도 높단다.





기존 방충망 빼는 방법도 설명을 한다. 잘 안 빠지는 경우가 많다.

 3mm의 원리만 이해하면 빠진다. 즉  방충망틀은 약한 구조라서 잘 휘어진다. 3mm 정도는 쉽게 휘게 할 수 있다. 잘 안 빠질 때는 하단에 짧은 지렛대를 대고 들어 올려 보라


기존 방충망틀 로라 수리하는 것도 가르친다.

틀이 뒤틀려 하단이나 상단이 안 맞을 때는 로라를 이용해서 높낮이를 조절해라

낮은 쪽 로라를 빼서 그 밑에 개스킷(플라스틱 얕은 판 같은 것)을 끼워 높여주거나 약간 큰 규격 로라로 바꿔주면 작동이 부드럽게 된다고 한다.


방충방 틀 사이로 벌레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모어헤어가 있는데 이것의 교체방법도 설명을 한다.

1. 알루미늄 새시는 기존 모서리 끝부분을 펜치로 약간 휜 다음 빼낸다.

2. 플라스틱 새시는 드라이기로 열을 가해 약간 휘고,


방충망 틀 제작을 위해 치수를 제는 방법도 교육을 시켰다.

 상부레일과 하부레일 사이를 치수를 측정해라 => 이것 불러주면 알아서 공장에서는 알아서 제작해 준다.


마지막으로 영업방법도 설명을 하셨다.

 지인집부터 시작해 소문나도록 해라.    욕심 내지 마라. 천천히 하면 된다. 잘한다고 소문나면 찾는다.


교육을 마치고 구포역에서 수원 가는 무궁화를 탔다. 

구포역은 김해 공병학교 시절 많이 이용했고, 그보다 더  어릴 적 부산에서 고향 깔 때 많이 들락 거렸던 추억이 생각나는 역이다.

나는 무궁화호가 정겹다. 그래서 돈도 아낄 겸 장거리 때도 무궁화를 즐겨 타는 편이다.

무궁화호 열차 식당칸(좌석이 없어 입석으로)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오늘 가르쳐 주신 사장님께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내 본다.


"오늘 교육 잘 받고 

 옛날 정취 실컷 볼 수 있는 낙동강변 철길 따라 올라가고 있습니다.

 방충망에 원리를 알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힘으로만 하려던 습관에 힘을 빼게 해 주셔 고맙습니다.

 종이에 파묻혀 살아와서

 앞으로 몸으로 때워야 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힘주지 말고 하라는 말씀이 너무 좋습니다.

 걱정과 무거운 머리 식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청춘 때 추억이 있던 익숙한 동네여서 또 좋았습니다.

 덤으로 친절한 사장님과 사모님께서

 비록 하루의 시간이었지만 너무 잘 대해 주셔서 이 또한 고맙습니다.

 조만간 걱정하는 아내를 설득해서

 실리콘 수업받으러 다시 나타나겠습니다."


이 교육을 마치고 며칠뒤 지인집에 방충방 실습을 했다.

1층 집이라 방범창이 안에 있어 집안 내부에서 방충망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외부에서 발판을 놓고고 방충방 틀을 탈거해서 주차장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트레이더스에 샀던 간이 탁자 3개를 펼쳐 작업대를 만들고 차에서 방충망과 밀대, 고무링, 모어헤어를 꺼내 작업을 시작했다.


모어헤어까지 갈아 끼우려고 했는데 또 들어가지 않는다. 부랴부랴 부산에 스승님께 전화를 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kcc새시에서 공간이 좁아 그럴 수 있단다. 어쩔 수 없다. 이것은 별도로 구매해서 다음에 끼워줘야겠다. 90cm*210cm짜리 2개 120cm*210cm 1개를 교체하는 것이다.

오후 6시부터 작업을 시작한 탓인지 한 개를 교체하고 났더니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눈감고도 방충망을 끼울 수 있도록 가르친 부산에 사부님 말을 믿고 어둠에서 알루미늄 방충망을 끼웠다.

그런대로  만족이다.


그런데 방충망 틀을 다시 제자리로 끼우는데 하나는 잘 들어갔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방충망 틀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위에를 먼저 맞추고 밑을 짧은 지렛대(빠루)로 살짝 들으면서 밀었더니 들어간다.

늦게 시작한 탓인지 벌써 어두운 상태에서  방충망 틀을 창문에 넣는다.  

3개 끼우는데 2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다음에는 속도를 좀 더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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