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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이혜묵 May 02. 2024

난생 처음 가본 인력사무소를 통해 철거현장에 팔려가다.

퇴직을 하고 1주일이 지났다. 막노동이라도 해야겠다는 각오로 회사를 나왔으니 무슨 일이든 찾기로 했다. 인생 막다른 골목까지 가보자는 심정이었다. 

평소 관심 있던 것이 건축일 이었다. 집 수선하는 곳을 찾아가 경험을 쌓고 싶었다.  지인 중에 이런 분야에 일하는 분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난 게 인력소개소다. 

인력소개소는 하루 일당을 구하는 사람이 아침 일찍 나가서 죽치고 있다가 누군가 데리로 오면 팔려나가 하루 일하고 돌아오는 곳이다..


집이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수원역 인근이라 그런지 인력사무소가 한집 걸러 한집이다. 

이 쪽에 관심을 가져서 그런지 너무 많이 보인다. 

이 중에서 유득히 내 눈에 들어오는 인력사무소 하나 있었다. 

집수리 전문이라고 간판이 달린 인력사무소다.


 그래서 일주일 전쯤 인력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일당 노무를 하기 위해서는 몇 시까지 가야 되나요? 


"5시까지 오면 되는데 여기는 대부분 전화로 예약을 해서 별도로 사무실로 올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내일은 이미 일할 사람들이 맞추어져 있어 일자리가 없네요.

혹시 다음에라도 부를 수 있으니 전화번호하고 이름 그리고 뭘 할 수 있는지 문자하나 보내 놓으세요."

그래서 살고 있는 곳, 이름, 주로 하고 싶은 일들을 나열해서 문자로 보내 놓았다.


이렇게 문자를 보내고  일주일을 기다렸는데도 아무런 전화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새벽 5시 30분, 잠이 오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벼룩시장에서 구직구인 사이트를 보고 있는데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지난번 기록해 놓은 000 인력사무소라고 찍혔다. 

어! 내가 뭘 잘 못 눌러서 이리로 전화가 간 건가? 하는 의심을 하면서도 전화를 받았다.


"혹시 오늘 일 나갔나요?"

아니오 집에 있는데요.

"그럼 지금 나오세요"

무슨 일요?

"그냥 잡일 이어요"

어디로 가나요.

"사무실로 오면 수원 영화동 근처에서 일할 거여요"


이렇게 해서 6시에 인력사무소에 도착했다.

어디로 팔려나가는지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아무 이야기도 없다.

인력사무소 소장인지 사장인지는 모르지만 6시 30분에 출발하자는 이야기만 한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처음이라 물어보기도 그렇고 해서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신병대기소에 대기병처럼 소파 한쪽에서 주눅 들어앉아서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인력사무소 내부 모습


6시 30분에 1톤 포터를 타라고 하더니 인근 장안문 근처에 있는 곳에 내려 주고는 안으로 들어가 보라고 한다.

나를 내려다 준 차는 가버렸다.




중간 도착지점. 1층 단독 주택 안에 조그만 휴게실이 있었다.

오 마이 갓! 철거 업체 사무실이었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이런 사무실은 처음이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본다.

사무실 한쪽은 인부들이 옷 갈아입으면서 씻는 시설이 있었고, 한쪽은 의자가 여기저기 너부러져 있었다.


이곳 사무실에서 10여분을 기다리고 있었더니 하얀 포터가 왔다.

다니를 절뚝거리며 화물차에서 나온 운전자는 내게 화물차에 있는 폐나무, 폐철, 유리마대 들을 사무실 밖한쪽으로 옮겨 놓으라고 한다.

예! 알겠습니다. 장갑도 주지 않았다. 혹시 몰라 집에서 코팅 장갑하나 부랴부랴 챙겨서 나온 게 다행이었다.


다 옮기고 났더니 함마드릴, 지렛대(빠루 여러 개), 작업다이(우마), 사다리, 비계발판 등을 창고에서 꺼내 면서 차에 싣을라고 한다. 이제 대충 오늘 작업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아무 질문도 하지 않고 말없이 싣었다.

다 싣었더니 차에 타라고 하면서 만덕공원 쪽 어느 골목으로 들어갔다.


10여분을 타고 있었더니 드디어 오늘 작업 장소에 도착했다.

기름 짜고 고춧가루 만드는 방앗간 철거 장소였다.



기존 방앗간을 철거하는 일 당첨

며칠 전부터 철거를 시작했는지 가계 앞에는 쓰레기들이 많이 쌓여 있었다.

나를 데리고 가계 뒤 쪽으로 데리고 가더니  쓰레기들을 다 꺼내서 도로 쪽으로 가지고 나오라고 한다.

오전에는 계속 쓰레기 꺼내고 분리하고 차에 싣는 일이었다.



건물 뒤쪽으로 몇 년 묵은 쓰레기들을 마대에 담았다. 그리고 길가로 가지고 나왔다.                                처음 나온 작업장이나 기념사진을 많이 찍고 싶지만 열심히 일하느라 사진 찍을 여유를 부리지 못했다. 그리고 사진 찍다가 걸리면 일 시키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참았다.

그래도 중간중간눈치 보면서 틈날 때 안 들키게 찍었다.


정말 쉬지 않고 일했다. 

먼지가 걸치고 있는 온몸에 옷뿐만 아니라 입속과 콧속으로 무지하게 들어온다.

떡 및 방앗간에 어딘가에 박혀 있는 고춧가루 때문인지 코가 맵다.


대형 냉동고 2개 , 아이스크림 보관대 2개 도 운반했다. 

냉동고 안에는 참깨, 들깨, 수수가루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침도 안 먹고 갔는데 일 시키는 사람이 사다 준 캔커피가 왜 그렇게 맛이 있는지!

군 훈련생활 때 초코파이 맛이 생각난다.


점심은 뼈 해장국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일을 시키는 두 사람이 나한데 물어보지도 않고 내일 이 사람에게 천정 까데기(콘크리트 깨는 작업)를 시키자고 한다.

그동안 중국인을 시켰더니 불만도 많고 일당도 18만 원씩 달라고 한다면서 그 사람보다는 말없이 일하는 이 사람이 훨씬 났다고 하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한다.

내가 듣자마자 "내일은 약속이 있어서 어려운데요."라고 했더니 더 이상 묻지도 않는다. 


점심 휴식 시간도 없다. 

점심 먹고 바로 대형냉동고를 인근 어느 슈퍼에 갔다가 놓고는 고정을 시켰다.

재활용 가능한 것들은  광교산으로 들어가는 입구 영동고속도로 인근 밭에 검정 비닐하우스가 있었는데 이곳으로 옮겨 놓았다.


거의 다 치운 것 같아 큰 일은 안 시키겠지 했는데  작업 종료 2시간 전에 천정 보에 볼록볼록 튀어나온 콘크리트를  브레이커(일명 뿌레카)로 털어 내라는 것이다.

높이가 있어서 작업발판 위에 올라가서 까라는 것이다.

작업 발판 위에 올라가 뿌레카 질을 했다.

뿌레카 질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시키는 사람이 직접 올라와 시범을 보인다.

뿌레카를 45도 방향으로 까다가 드릴이 어느 정도 들어가면 천정과 수평되게 하면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진다고 하면서 시범을 보인다.


엉거 주춤한 자세로 그리고 흔들리는 발판 위에서  무거운 뿌레카를 들고 콘크리트를 털어 내 보지만 초보자가 잘 될 일이 없다.

힘을 잘 못 주면 앞으로 넘어져 발판에서 떨어질 것 만 같았다.

숨이 차고 힘이 무척 들었다. 

어느 정도하고 나니 단차 부분만 쪼아 내고 그만하라고 한다.


아래사진에서 천정에 보이는 부분이 콘크리트 슬라브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아래사진은 일명 피트비계라고 하는 작업비계이다. 


난생처음 경험해 본 인력사무소 일당 일자리!

먼지에 둘러 쌓인 옷 때문에 버스를 타고 오지 못하고 집까지 30여분을 걸어서 왔다.

왠지 서럽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겪기로 마음먹고 퇴직을 했는데 무언들 못하랴.

일이 손에 익힐 때까지는 참고 견디어 보자.


일당은 인력사무소를 통해 주겠다고 한다.

하루가 지났는데도 인건비가 통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오후에 인력사무소에서 무슨 일을 했냐고 묻는다.

오전 청소 오후 잠깐 뿌레카 질 했다고 답변했다.


잠깐에 뿌레카 질 때문인지 14만 원 일당으로 갔는데 통장에 찍힌 금액은 15만 4천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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