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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이혜묵 Apr 28. 2024

과거는 돌아보지 마라. 죽기 아니면 전진이다.

돌아갈 다리도 불살랐다.

30여 년을 한 직장에서 토목에 관련된 일 을 했다. 그것도 몇 년씩 공부해야 딸 수 있다는 기술사를 2개나 취득했다.  이건 장롱면허가 아니었다. 그동안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장롱으로 보내 놓았다.


오늘도 기술사 취득을 위해 불철주야 주간에는 직장에서 야간에는 도서관에서 그리고 주말에는 가족의 품을 떠나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을 수험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서 정말 미안하다. 

이런 글에 현옥 되지 말고 기술사 공부를 하던 분은 계속하기를 바란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훨씬 났기 때문이다. 기술사는 책을 놓지 않으면 언젠가 합격한다. 물도 100 도 씨에서 끊듯이 99도씨까지 공부해 보았자 아무 쓸데없다. 불 댕길 때 바짝 당겨야 한다. 질질 끌면 언젠가 합격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엉뚱한  곳을 잠시 빠졌다.

한 직장만 30여 년이었지, 실업계고등학교 토목과부터 시작하면 40여 년이 넘은 세월을 토목과 함께했다. 군대 생활도 땅 파고 집 짓고 흙 나르는 건설공병이었다.  철도 토목도 3년이나 해 보았다.

이런 놈이 미련 없이 토목을 떠난다고.


한국기술인협회에서는 기술자를 경력과 자격증을 가지고 초급, 중급, 고급, 특급으로 나누고 있다. 기술인협회의 경력확인서를 토대로 공사나 설계 업체를 선정하거나 건설업체를 등록할 때 기본 자료로 활용한다.

한마디로 공사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이면 특급이상의 자격이 있어야 현장대리인을 할 수 있다든지, 건설종합면허를 얻기 위해서 특급 몇 명, 고급 몇 명의 기술자를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기술자들은 회사를 옮기더라도 그동안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한국기술인협회에 신고하게 되고 이직할 때도 경력확인서를 가지고 급여협상을 하게 된다.

여러 가지 업무를 했던 사람들은 퇴직 후 어느 회사를 이냐에 따라서 과거에 유리한 경력을 선정하여 기술인협회에 신고를 하게 된다.  퇴직 후 재취업할 회사가 결정되면 그때 경력사항을 정리하여 신고를 하는 것이 연봉협상에 조금이라도 유리하다.


퇴직 한 달 전까지 나의 경력은 2011년도까지 신고가 된 상태였다. 2011년도에 대한민국 기술자는 누구라도 경력을 신고해야 한다는 의무 신고기간을 협회에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렇게 날리 치던 의무신고 제도는 유야무야 되어 이직하지 않고 한 회사에 계속 근무한다면 매년 신고하지 않고 몰아서 해도 문제가 없다. 


어쨌든 2011년부터 2023년 2월까지 경력을 신고는 해놓아 했다. 퇴직하고 나면 경력확인서 도장받기도 내 성격에는 힘들기 때문이다. 남에게 무엇인가 부탁을 한다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해외사업에 관여를 했기 때문에 국내 회사에 써먹을 만한 경력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남들처럼 어느 회사를 염두에 두고 퇴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명 경력 마사지도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과거의 자료를 찾는 것이 한두 시간에 되는 일이 아니었다.

혹시나 하여 놀면서 돈 벌 수 있는 경력이라도 있는지 팀원에게 검토를 요청했더니 쓸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이것도 저것도 어중간하다는 것이다. 좀 더 경력을 채워서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충고를 받았다.

하기야 퇴직 이후 재취업의 조건을 생각하고 회사생활을 했던 것이 아니라서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욕심을 차리고 세상을 좀 살아왔어야 했는데...


퇴직을 하고 한 달 안되어 집에 아무도 없던 어느 날 돈 들어 올 곳이 없다는 생각에  안방에서 잠시 울먹여 봤다. 인생을 스스로 왜 이렇게 궁지로 내몰아 치는가?  

고등학교 친구 모임에 최근에 갔다. 학창 시절에는 그렇게 친했었는데 지금은 그리 친하지는 않지만 그놈의 말 한마디가 따갑게 느껴진다.  

"너는 왜 그렇게 쉬운 길이 있는데 그렇게 어렵게 살아가냐"


그놈은 퇴직하기 일 년 전 자기 회사로 들어오라고 나를 찾아왔던 적이 있다.

물론 No thanks 했고, 아직도 No thanks 다.


이제는 돌아갈 길이 없다. 일명 배수진. 돌아갈 다리를 불사라 버린 상태이다.


퇴직 1년이 지난 오늘 또 한 놈의 친구가 전화가 왔다.  그놈은 대학과 훈련생활을 같이 했던 놈이다.

'이제 돌아올 때가 된 것 같다. 혜묵아!  그만 아집 버리고 감리라도 가라."


친구야! 

충고 고맙다 그러나 좀 더 버텨보련다. 

너 네 고집 알지. 

죽더라도 돌아가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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