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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이혜묵 May 12. 2024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 3

전기기능사 학원 수료에서 기능사 시험 합격까지


퇴직 한 달 전인 2월 11일부터 화성 병점에 있는 전기학원 주말반에 다녔다. 집 가까운 수원역 근처에도 몇 개의 전기 학원이 있는데 굳이 거리가 좀 떨어져 있는 병점까지 찾아간 이유는 안 가봤던 곳,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다니고 싶어서였다.

항상 익숙한 곳은 지루하다. 내게는 무언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역마살이 끼어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삶에 변화가 싫다고 하던데.


아무튼 이런 이유로 전철로 2 정거장, 버스로 30분 지역에 있는 병점역 근처에 학원을 선택해서 다니게 되었다. 

8주 과정 토, 일요일 16일을 몽땅 이곳에 바쳤더니 약간 지루함도 쌓였다.

하지만 첫 수업에서 도대체 회로도를 어떻게 읽고 번호를 어떻게 메기며 선 연결을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는다.

하지만 호랑이 같은 처음 선생님 덕분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교재를 3번 정도 읽었더니 이해가 가기 시작했고 전기업을 주로 하는 옆 짝꿍에게 잦은 질문으로 모르는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나에 작품은 전기를 업으로 하는 분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하다. 

이 분들은 선을 연결할 때 각을 깔끔하게 잡는데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 같다. 나에 작품은 최종 테스트를 받을 때 부자가 울리고 램프에 불만 들어와도 만족한다. 

매번 작품을 완성하고 결과 테스트를 받을 때면 노심초사하여 항상 떨렸다.

아차 하는 순간에 엉뚱한 곳에 연결하면 불이 들어오지 않아 불합격이다.

                                                        볼품없는 나의 작품


한 가지 확실하게 습득한 것은 하다 나사를 박았다 뺐다 했더니 드릴로 나사를 다루는 것은 손에 익숙해져 왔다. 안 까지던 전선 피복이 힘을 많이 안 주어도 깔 수 있게 된 것도 하나의 기술이 되었다. 17명인가 하는 수강생들은 군대도 아직 안 간 20살부터 환갑이 훨씬 넘은 노인들 까지 한 실습장소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역시 나이 먹은 사람들이 열심히 한다. 똥줄이 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중간에 선생님이 바뀌었는데 처음분은 호랑이 중간에 바뀐 분은 온순하고 겸손한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수업을 하면서 선생님은 기능사 자격 취득 이후 진로, 현장에서 활용하는 팁 그리고 시험 대비하여 당부사항을 몇 가지 일러 주었다. 


LED 등 달 때 잔상(불이 바로 안 꺼지고 약간 남아 있는 현상)이 발생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 전선을 서로 바꾸어 연결해 보거나 접지선을 LED 전원에 연결하지 않는다.  

센서등이 잘 작동되지 않을 때는 전자파가 많은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상시 스위치로 바꿔서 사용해야 한다.


시험장에  좀 여유 있게 가서 분위기를 익혀라. 작업시간은 여유가 있으므로 다 완성했다고 일찍 나오지 마라. 주변을 좀 둘러보고 체크해 보고 다시 한번 작품을 체크해 봐라. 대부분 실수는 스위치와 램프 박스에의 선 접촉이 안되어 있거나 빠져 있는 경우이다. 이곳은 꼭 확인! 확인해라


기능사가 끝나면 이제 시작이다. 현장에 입장권이라고 생각하라. 연령대가 좀 있는 사람들은 건물이나 아파트 시설관리분야가  진출하기 쉽다. 전기기능사가 끝나면 승강기기능사나 소방관리사 1급을 꼭 따라. 이런 분야의 구직 사이트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사이트를 이용해라.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1주 뒤가 기능사 실기 시험이다.

8주간의 실기연습 감을 잃지 않고 기능사 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  학원의 배려로 한번 더 실습할 기회를 주었다.

1월부터 시작한 전기 필기와 실기가  4월 10일이면 끝난다. 다시 이 시험준비를 더 하면 안 되는데...

이번에 꼭 붙어야 하는데. 하는 압박감이 밀려온다.


드디어 시험날

실기시험 장소를 집에서 가까운 곳에 정해야 되는 데 인터넷 접속 오류로 수원 인근이 다 차 있어 아무래도 작년에 건축도장시험을 오산에서 봤는데 첫 시험에 합격해 오산이 내게 맡는 것 같아 오산 쪽을 택하게 되었다.

이것도 일정 부분징크스, 아니면 미신? 모르겠다 아무튼 여기가 마음에 들었다.


전날 시험준비물인 드릴, 스트리퍼, 삼각자, 분필, 여러 가닥의 전선을 한 번에 쉽게 관통할 수 있는 카누커피 빈 봉지, 벨 테스트기, 자석 등을 투명한 상자에 담아 아침에 허둥대지 않도록 현관문 근처에 놓아두었다.

시험장소는 오산대학교 인적자원개발센터 3층이다. 

도착하여 대기소에서 출석 체크를 받았다. 시험장소 순번 뽑기에서 재수 없게도 감독관들이 앉아 있는 맨 앞쪽 2번이 뽑혔다. 그래도 다행히 1번이 앞을 가리고 있어 눈치를 덜 볼 수 있었다.


제어판에 전선을 다 연결하고 배관도를 분필로 작도하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충분한 여유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점검도 벨터스터기로 학원에서 연습할 때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차분이 할 수 있었다. 뒷면에 작업자 그리고 대각선에 작업하고 사람의 작품과도 비교도 해볼 수 있었다.

시험종료 10분 전에 완료 신호를 보냈더니 대기장소로 퇴장하라고 한다.

                                                             실기시험문제(1쪽)

                                                             실기시험문제(2쪽)


수검자 20명 모두가 대기장소에 대기하는 동안 감독관들은 문을 닫아 놓고 작동여부를 테스트하는 것 같았았다. 번호를 불러 불려 들어가면 떨어진다고 대기장소에 있는 수검자들은 웅성웅성한다.


"아! 그 순간  1번, 2번 나오세요 한다. 나에 비번은 2번! 내 작품에 오류가 있다는 내용인가?

 아! 떨어졌는 모양이다. 짧은 순간 머리가 멍해지고 또 이 연습을 다음 시험 때까지 해야 된단 말인가?" 


부르던 사람이 잠시 뒤, 1번과 2번은 집에 가도 좋습니다. " 아이고! 살았다. 합격이구나"

정식 합격자 발표는 2023년 4월 19일 날이지만 동작이 작동만 되면 60점이 넘는다고 한다.

18명을 남겨 두고 기분 좋게 짐 챙겨서 나왔다. 

한 시름 놓는 순간이었다. 3개월 반 동안 한 짐 짊어 지고 있던 짐을 어깨에서 내려놓은 기분이다.

내일부터는 또 다른 일에 매진하자. 바쁘다 바빠. 


합격자 발표가 끝난 뒤 수강생들 중 자주 어울렸던 열명 정도가 회포를 풀기 위해 병점에서 저녁식사가 있었다. 모두들 시험 후기들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나를 많이 가르쳐 주었던 옆  짝꿍이 본인이 91점을 맞아서 이 학원에서 수석이다고 자랑을 한다.

분위기 싸하게 만들 수도 없고 조용히 속으로 웃었다. 나는 93점을 맞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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