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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이혜묵 Jun 03. 2024

욕실 리모델링 현장실습 중 속으로 삭이는 눈물

수원 장안구 조원동에 있는 한 아파트의 욕실리모델링 현장으로 실습을 나갔다.

욕실 리모델링 중에서 가장 철거하기 힘들다는 유비알 욕실(UBR; Unit Bathroom)이다. 

유비알 욕실은 한마디로 이동식 플라스틱 화장실로 타일 덧방 시공이 안된다.

 전체를 철거하고 타일을 붙여야 하기에 일반적인 욕실 리모델링보다는 공사비가 100여 만원이 더 든다. 

욕실리모델링 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렵다는 공사이고 철거 때문에 기피한다. 

당연히 철거하는 전문업체는 돈이 되기 때문에 좋아할 수밖에 없다.


2000대 이전에 만들어진 아파트 화장실 중에서 욕조와 세면대 배수구가 하나의 유가로(배수집수정) 되어 있는 화장실들이 이에 해당한다.  주공 아파트에 이런 곳이 많다.

당시에 시공비와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공장에서 화장실을 제작해 조립한 것으로 보면 된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욕실리모델링 마스터는 철거에서부터 방수, 배관 신설, 벽 석고 치기, 젠다이 설치(세면대 받침대), 타일 붙이기, 매지 넣기(타일 사이에 백시멘트로 메꾸는 것),  천정 전등, 콘센트설치, 간접조명, 돔천장 설치, 세면기, 샤워기, 슬라이딩 장, 거울, 수건걸이, 코너선반, 유리 파티션, 변기설치 등 화장실에 모든 과정을 다해야 한다.

또한 유비알은  내부 배관이 싱크대 밑에 주름관처럼 연결되어 있어 플라스틱 배관으로 바꾸어 주어야 하고 변기(일명; 똥배관) 배관도 안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변기와 배관이 연결되는 곳에 설치되는 연결부부속이 일반 정심이 아니라 비파괴 편심(바닥 콘크리트를 깨지 않고 설치할 수 있는 소켓)이나 파괴편심(바닥 높이가 안 맞아 바닥 콘크리트 깨서 연결하는 소켓)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화장실 철거 현장을 살짝 보자.

 

바닥 타일 밑에 FRP패널이 4각 틀에 고정되어 있다.

방과 화장실 사이벽 그리고 주방과  화장실 사이벽은 목재 각목으로 틀이 짜여 있고 이 사이에 보온재가 들어 있다. 

이 보온재 안에 석면이 들어 있는지 몸이 엄청 깔끄럽다.(이 표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 비누칠을 평소와 다르게 몇 배 했었도 몸속에 유리 가루가 박혀 있는지 몸이 깔끄럽다.

아내에게는 이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괜히 이야기했다가 누가 그런 일 하라고 했어, 비옷이라도 입고 하던지, 인간이 몸 좀 생각해라"

손목에 토씨를 했는데도 답답해 몇 번 벗어났다가 마대에 담은  폐타일 모서리, 욕조 모서리, 세면대 및 변기를 운반할 때 피부에 스쳐 몸 여기저기에 빨간 줄이 여러 개 보인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꼬박 5일 동안 9시부터 시작한 작업이 어느 경우에는 오후 6시, 

네 번째 날에는 오후 8시가 돼서야 끝났다. 속된 말로 빡세게 일했다.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오직 기술하나 더 배워 보겠다는 신념으로 모든 것을 꾹 누르고 버텼다. 

가르치는 사람이 고수였으면 배우는 것도 많았을 텐데. 이 사람도 우왕 좌왕이다. 이분이라고 하고 싶지가 않다. 별로 인간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렇게 짓거리지 않으면 속병이 날 것 같아 글로 남겨야 속이 풀릴 것 같다.

기술을 배운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기존 욕실을 철거하고 그 많은 30포대 이상되는 쓰레기와 철거된 욕조, 화장실에 붙어 있던 각종 선반들, 철거된 아치형 돔천장, 철거된 벽과 바닥 타일 모두를 8층에서 1층까지 다 내리고, 


40kg짜리 레미탈 8포대, 벽 붙임 시멘트몰탈(드라이픽스) 20kg짜리 4포대, 압착타일 몰탈 2포대를 1층에서 8층까지 옮겼다.

여기에다 벽타일, 바닥타일까지 힘으로 때우는 일은 다 했다.

매일 시멘트가루와 그라인더 날에 날리는  타일가루 먼지, 도막방수액, 프라이머들이 신발과 옷의 위, 아래 다 묻어 아내에게 들킬 까봐 차에 벗어 놓았다.

아침에 입고 갔던 옷과 신발을 차에서 갈아입고 집으로 돌아온다.

네 번째 날. 옷과 신발을 가방에 싸 들고 들어와 아내 몰래 화장실에서 손빨래를 해서 발코니 건조대에 걸어 놓았다. 

그러나 파란색의 방수페인트는 내 옷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인테리어 업체에서 이번일을 맡아하는 일명 오야지의 다음과 같은 태도가 가슴속을 후벼 판다.

1. 가끔 조각 타일을 만들 때 1mm라도 절단이 잘 못될 때 주는 핀잔

2. 콘센트 박스와 물 나오는 배관 수전 홀을  뚫어 타일사이에 끼워 넣을 때 잘 안 맞아 쏘아보는 그  눈빛

3. 떠 붙임 몰탈이 너무 묽게 되어 있네, 되게 되어 있네, 하면서 반말 비슷하게 야리 꾸리 하게 하는 말투 

4. 공구를 아무 데나 두면서 그 공구를 찾겠다고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을 때

5. 개선점을 여러 번 알려줘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을 때  

미안했는지 일 시킨 오야지는 5일째 마지막날 사례비로 20만 원을 통장에 송금해 주었다.

200,000원 나누기 5일 = 일일 40,000원 받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자재 프라이머 6만 5천 원짜리  한통의 3분에 2를 자재가 없다기에 사용하라고 주었다.

이 금액을 공제하면 하루 약 3만 5천 원 꼴의 노임을 받은 격이다.

그 대신 많이 배우지 않았느냐 반문할지 모르지만, 

답은  글쎄다.

네 번째 날 바닥타일 설치하는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다. 

이리제고 저리제고 하는 바람에 시간만 무진장 간 것 같다.

아직 변기, 세면대, 샤워기들을 세팅해야 하기 때문에 6시가 다되어 줄눈을 넣지 않고 가려고 하기에 줄눈까지는 넣어 놓고 가자고 이야기했다. 

오야지는 속으로 좋았는지 줄눈을 마무리하였다. 이 작업까지 끝내고 나 저녁 8시가 되었다.

작업현장의 다른 방에 두었던 전화기를 그때서야 열어 보니 집에서 전화가 6번이 와 있었다. 


아이고 늦는다고 전화라도 해 줄 걸.

"아무리 기술을 배운다고 그렇게 돈 한 푼 안 받고 일하냐?, 

토, 일요일까지 쉬지도 않고 그렇게 일하냐?

늦게 까지 일하면 말이라도 해야지" 하면서 설거지하면서 아내는 내가 가지고 있던  마음속 불만을 그대로 내뱉고 있었다.


"내 머리도 복잡한데, 그만 좀 하자"라는 게 나의 마지막 이야기였다. 

그러고는 우린 아침까지 아무 말 없이 지냈다. 

좀 더 행복하려고 속칭  Fuck you 하고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이게 뭐람. 

가정에 불화만 키우다니.

아! 앞으로 어떻게 방향 설정해서 나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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