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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이혜묵 Jun 07. 2024

두 번째 욕실리모델링 실습 갔는데 가르치는 사람이 없다

실습생 둘이서 욕실과 주방 타일을 알아서 다했다.

안양 평촌에 있는 95년도에 지어진 OO아파트였다. 학원에서 안양 욕실 리모델링 실습 갈 사람 답 달라는 문자가 떴다. 

몇 주전 수원에서 비슷한 수준의 사람 한데 배웠는데 이번에는 좀 수준 있는 사람 한데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실습참여 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학원장은 7월 3일 09시 30분까지 나를 포함하여 3명에 학원생을 안양에 OO아파트에 도착하라는 회신을 해 주었다.

각자 실습장비와 도구들을 챙겨서 참석하라고 한다.


해당일 아침에 OO아파트에 도착했다. 학원에서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구리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던 58년생 한분이 계셨다. 

그럼 다른 한분은?

이분은 구로에 사는데 옷 회사에서 무엇을 했는지 퇴직을 하고 욕실 리모델링 학원에 들어왔다.

지난번 실습장소에서도 하루 나왔다가 다음날 아무 이야기 없이 배울 게 없다고 안 나왔었다.

그때도 허리가 아프니 어쩌니 핑계를 대면서 무거운 것을 들지 않더니 이번에는 아무 이야기 없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현장에 고수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벌써 눈치를 채고는 나타나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현장에는 가르칠 사람이 없었다.

참 기가 찰 일이다.

그냥 나와 부동산 중개업을 했던 분 둘이서 학원에서 배운 대로 일을 해야 했다


학원을 수료했던 사람이 사업자를 냈는지 집주인에게 싸게 수주받아 자재만 조달해 주고 일은 실습생이 자재운반, 철거, 타일 부착, 전등설치, 천정 돔 설치, 변기와 세면기 설치 등을 일체로 하라는 것이다.

즉, 노임은 하나도 들지 않고 자재비만 부담하면 되는 구조였다.

그러니 얼마나 후려 쳤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욕실 하나 덧방 공사를 하게 되면 보통 3백만 원 정도이고 이중에 자재비는 1백만 원 정도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학원과 이 사업자 간에 결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원을 수료한 사람들 중에서 일정 금액을 학원에 지급하면은 학원에서는 실습생들을 무대로 배치하는 구조였다.

이걸 뭐라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다. 현대판 노예제도(?)

이 사실을 조금씩 조금씩 알게 되면서부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차라리 잘되었다.

누구 간섭도 안 받고 나의 주도로 일해 보자는 각오로 마음을 고척 먹었다.

사업자는 욕실 리모델링을 해 봤는지 안 해 봤는지 모를 정도였다.

돈 욕심은 있었는지 타일 붙이는 소모품도 제공하지 않았고 어느 자재가 사용되는 모르고 있었다.

철거에 필요한 장비도 조달이 안되었다. 욕조를 철거하는 데 필요한 브레이커도 같은 실습에 임하고 있던 구리형님(이제부터 형님이라 부른다)이 안양 공구상가까지 가서 개인돈 주고 사 왔다.

실습생들이 당연히 이런 장비도 다 가지고 다녀야 되는 것 아니냐는 태도이다.


우리 둘은 엘리베이터 보양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타일,  압착시멘트, 벽 부착 시멘트와 변기, 세면대등 욕실 리모델링에 필요한 모든 자재를 1층에서부터 8층까지 옮겼다. 


우리에게 업무를 준 사업자는 주방 상부장과 하부장 사이에 있는 미드웨이(Midway)라고 하는  곳에 타일 붙이는 작업까지 싱크대를 수주한 인테리어 업체한테 별도로 하도급을 받았는 모양이다.

우리는 어리바리 작업범위도 어떻게 돌아가는 시스템인지도 모르고 어디 어디 타일 붙이는 것이 필요하다면 거기까지 붙였다.


이제부터 작업내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본다


첫날 7.3(월)은 욕조의 치마에 타일이 붙여 있어서 보통철거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다.

벽돌로 아주 단단하게 욕조치마를 만들고 그 위에 타일을 붙여나서 브레이커가 아니면 철거가 되지 않는다. 브레이커도 성능이 좋아 야지 소형으로는 작업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이놈의 철거 때문에 일정이 하루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철거와 함께 첫날 우리는 바닥 노리비끼(일명 액체방수), 욕조철거 자리 단차가 심한 지역 바닥면 미장 그리고  주방 벽면에 대한 덧방 타일을 붙였다.


첫날 욕실 철거를 하고 지친 몸으로 앞으로 남아 있는 작업내용에 공정표를 집에서 컴퓨터로 작성했다.

같이 작업하는 형님이 좀 이해하라고 A4 한 장으로 만들어 벽에 붙이고 같이 공유를 했다.


                                                    욕조 자리 철거 모습


                                            저놈의 벽돌을 또 내려야 한다


7.4(화) 둘째 날이 되었다.

화장실 천장 돔 설치 위치에 맞추어 위에서부터 타일의 온장(세로든 가로든 600*300 규격 타일)이 들어갈 위치를 계산해서 하부에 수평대를 이용하여 기준 받침틀을 만들었다. 이것은 화장실에 들어갈 세면대, 슬라이드장, 젠다이 받침, 수건걸이, 코너선반, 휴지걸이의 설치위치에 구멍을 먼저 뚫고 천정돔을 빨리 설치함으로써 공사일정을 하루라도 당길수 있기 위해서 이다.

바닥면 조각타일을 붙여 올라갈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고급기술자가 아니면  어느 정도 올라가다가 중간쯤에서 줄눈선이 틀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맨 하단 조각 타일을 제외한 벽타일 부착상태



주방 쪽 미드웨이 타일 덧붙임 때문에 사업자와 우리는 많은 다툼이 있었다.

주방싱크대가 협소해서 아래 사진 좌측면 쪽으로 싱크대를 넓히는 같다. 

                               새로운 싱크대를 설치하기 위해 철거된 모습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다. 이 간단한 타일 덧방에 하루 이상 소요되었다. 작업 체계가 좀 복잡하다. 고객은 싱크대 업체에 주방 Midway 타일을 맡겼고 싱크대 업체는 욕실 리모델링 업체에 타일을 다시 맡겼다. 

욕실리모델링 수주자는 우리에게 여기까지 추가로 붙이면 된다고 검은색 선을 그어 주고 갔다. 

그것이 아래 그림의 1차 추가요청지역이었다.


다음날 아침 싱크대 업자가 2차 추가요청지역까지 해야 한다고 했다고 하면서 추가시공을 해달고 한다. 단단차가 심한 좌측면은 폐타일 한 장을 덧대면 너무 튀어나와 벽면 맞추기가 아주 애매한 지역이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은 나더러 어떻게 해달라는 눈빛이다. 사실 이 부분 단차 잡기가 애매해서 석고보드를 치려고 한 장 준비해 왔다. 그런데 중간 부분만 붙인다면 굳이 칠 필요가 없어 타일 뒤면에 몰탈을 많이 발라 리프트로 받쳐놓은 상태이다.


다음날 주방 가구설치 기술자가 오더니 30cm 정도 더 추가되어야 싱크대 장을 설치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조각타일 30cm짜리를 2차 추가지역에 붙여 놓았는데  30cm를 더 붙여라고

이런 화가 치밀어 올라온다.


어쩌랴!

해달라는 되로 해 주어야지

그래서 기존 조각타일 30cm짜리를 떼어 내고, 온장 60cm를 붙이기로 했다. 계속 조각타일이 연속되면 보기 싫기 때문이다.

전날 11시까지 2차 추가지역에 비드설치 문제로 욕실사장과 옥신각신 했는데 또 수정하라고

이런 씨발!

그렇지 않아도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오고 있는데


돈 벌려면 도면 좀 제대로 이해하던지 아니면 주방업체와 소통을 제대로 하던지

완전히 하루 까먹었다.

온장으로 붙이려던 주방타일 1박스가 종방향으로 모두가 깨져 있어 타일가계에서 가져오는데 또 몇 시간 기다려야 했다.

그냥 알아서 붙였으면 좋겠구먼 구리 형님은 욕실에서 일하고 있는 나를 자꾸 불러내 좀 도와달라고 한다.

어이구 좀 

공부들 좀 하고 다니자.


기존 타일 덧방면과 추가연장한 타일면에 단차가 안 맞아 2장의 타일을 뜯어내고 다시 단차를 잡았다. 

아무튼 주방 타일 문제로 늦은 밤까지 작업, 몇 번 뜯어 고침으로 본 작업인 욕실 일을 못했다.


아무튼 이차 저차해서 일은 끝냈지만 입밖에 나올 욕을 참느라 너무 힘들었다.


우리에게 일을 시킨 놈은 5일 점심 값 13만을 내게 주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다.

자기가 실습 갔을 때는 점심 값도 안주더라는 것이다.


우리 없으면 쓰레기 내리기도 힘들다고 하면서 철거된 욕실 변기, 세면대, 거울과 타일 붙일 때 발생된 폐기물까지 1층으로 내려 달라고 했다.

아! 이런 실습을 해야 달인이 되는 건가?


이 이후로 구리 형님은 실습 한두 번 더 갔는 모양이다.

1년이 지난 몇 주 전에 전화를 해서 소식을 물었다.

요즈음 타일일은 포기하고 1천만 원 주고 소형 자동차 사서 배달의 민족으로 배민 해서 벌어먹고 지낸다고 했다.

학원비 3백만 원, 실습 나간다고 사 재낀 공구와 소모품 비 2백만 원을 날린 편이다.

인간들아!

양심 것 우려먹어라. 

이런 학원들이 아직도 즐비해 있다는 현실이 안탑갑다.


이전 16화 욕실 리모델링 현장실습 중 속으로 삭이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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