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드라마 <마이리틀셰프>의 제작발표회가 열렸습니다. 등장하는 여러 배우들 중 낯익은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걸그룹 에이프릴로 활동했던 이나은 씨였습니다. 지난 2021년 사건이 터진 이후 언론과는 크게 접촉하지 않았던 그녀가 4년만에 기자들 앞에 선 것입니다. 일반적인 제작발표회와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 이나은 씨의 모습을 봤을 때 많이 긴장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죠.
연예계의 시류가 빠르게 변하다보니 대중들은 어느 정도 잊어버린 감이 있지만, 이나은 씨는 한 때 인기가 괜찮았던 연예인이었습니다. 2018년 웹드라마 <에이틴>으로 인지도를 얻은 뒤 <어쩌다 마주친 하루>에서 주연으로 출연했고, 이를 바탕으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MC와 고정 게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했었습니다. 이나은 씨가 한창 인기가 좋을 때는 그녀의 소속사였던 DSP에서 오랜만에 대중성 높은 스타가 나올 수 있을지 고무적으로 지켜보는 시선도 많았고, 에이프릴이 데뷔 후 몇 년간 아쉬운 성적을 거두던 상황에서 이나은 씨의 인기에 힘입어 반동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팬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음악방송에서 한번도 1위를 못했기에 이나은 씨의 활발한 활동을 특히 희망적인 싸인이었죠. 그러나 4년 전 전 멤버인 이현주 씨의 폭로로 연예인 이나은의 브랜드 가치는 완전히 떨어졌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날아간 상황이 된 것입니다.
많은 대중들은 폭로 초기의 충격만을 기억하곤 하지만 사실 이현주 씨와 에이프릴 멤버들의 법정공방은 1년 6개월 이상 장기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경찰이 집단괴롭힘의 발생유무를 판단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이들의 싸움은 일종의 무승부로 끝나버렸고, 현재까지도 이 여파는 양쪽 모두에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쪽도 이전과 같은 원활한 이미지로 연예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에이프릴은 해체되어 버렸고, 이들의 소속사였던 DSP미디어마저 이듬 해 RBW의 산하 레이블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당시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았던 이나은 씨가 활동을 재개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전 사건 당시 이현주 씨의 말을 많이 믿었습니다. 전 데뷔 초부터 에이프릴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현주 씨가 출연하던 <더유닛>을 즐겨봤던 입장이다보니, 그녀의 편에 상대적으로 섰던 것 같습니다. 당시 상당수의 언론도 이현주 씨의 주장을 더 많이 적었고, 나무위키에서도 에이프릴 멤버들은 더 이상 연예인으로 활동하기 어려울 거라는 비관적인 서술이 많이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왕따라는 주제 하에 각자의 입장이 분명히 있었는데도 언론에서 상대적으로 에이프릴 멤버들의 입장은 많이 적어주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들도 분명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명확히 표명했음에도 언론이 이들에게 마이크를 쥐어주는 빈도가 적어서 결국 대중들이 이들의 입장을 인식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저도 사건 당시 에이프릴 멤버들의 입장에 귀를 덜 기울인 것을 나중에 많이 후회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에이프릴 멤버들이 내놓은 주장을 살펴보면서 제가 이 사건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도 많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중들은 이나은 씨의 복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직까지 이나은 씨는 사건의 어두운 흔적을 완전히 벗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런 스캔들에 연루된 연예인들 상당수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마 사람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편안한 이미지를 만들려면 앞으로 많은 노력과 운이 따라줘야 할 겁니다. 10년 전 처음 데뷔했던 신인 시절처럼 다시 조금씩 쌓아올라간다는 생각을 하며 활동하다보면 괜찮은 결과를 손에 쥘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 대중들 모두 에이프릴 멤버들이나, 이현주 씨에게나 더 이상 사건의 어두운 굴레를 씌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들 사이에서 실제 벌어진 일의 자세한 면모와 감정을 대중들은 알 수 없고, 양쪽이 치열하게 맞섰던 공방도 이제는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양쪽 모두 겪게 된 이미지 소모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에이프릴 멤버들과 이현주 씨 모두 각자의 연예활동을 통해 대중들을 만나고 대중들 역시 엔터테인먼트로서의 그들을 순수히 바라봐주는 것이 진정 그들을 위하는 일이 아닐까요?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은 이제 대중들 개개인이 할 일입니다.
올해 초 이현주 씨를 만나고 온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 서는 자리, 얼굴은 많이 밝아졌지만 알게 모르게 긴장하는 모습은 반대 입장이지만 비슷하게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나온 이나은 씨의 모습과 별 반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큰 사건을 겪고 양측 모두 많이 지쳤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사건의 어두운 흔적은 덮어버리고 양쪽 모두 활발한 활동을 하길 조심스럽게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