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현 A20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한국 가요 시장에서 정말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는 인물입니다. 많은 분들이 동의하시겠죠? 그의 명암과는 별개로 그와 그가 몸담았던 회사 SM엔터테인먼트가 현 K-POP 시장에 뿌려놓은 발자취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데요. 그는 지난 2023년 SM을 떠나 해외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A20, Alpha에서 오메가까지. 뭔가 처음부터 시작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엿보이는 이름입니다.
지난해 A20의 새로운 작품 ‘A20 MAY’가 처음 세상에 나왔습니다. 마침 SM의 새로운 신인그룹 하츠투하츠가 비슷한 시기에 출격한 만큼 과연 이들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갈릴 것인지 관심이 많았습니다. A20 MAY는 이수만 씨의 국내 경영금지 조항 때문에 해외에서 론칭됐고, 전원 중국인 멤버로 구성되어 있어 아직 한국 시장까지는 완전히 발을 뻗히지 못했지만 이수만의 손길이 묻어있다는 사실만으로 여론은 이들을 주목했습니다.
전문적인 평론가가 아닌 저는 다양한 관점으로 이들을 평가할 수 없음에 아쉽지만, 간단한 힌트 정도는 던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의 음악 중 제가 가장 재밌게 봤던 건 바로 동방신기의 <주문>을 영문버전으로 새롭게 리메이크한 <Under My Skin>이었습니다. <주문>은 동방신기의 히트곡 중 동방신기와 이를 바탕으로 한 SMP의 색깔이 가장 짙게 묻어있는 노래입니다. 5인조 시절 동방신기의 콘셉트 및 엄청난 인기를 상징한다고 할까요. 많은 가수들과 연습생들이 이 노래를 불렀지만 이 곡이 가진 아우라를 넘어서는 걸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노래입니다.
그러나 A20의 리메이크 버전이 공개되고, 많은 팬들이 이들의 실력 및 이수만의 프로듀싱 능력에 주목했습니다. 어떤 댓글에는 “난 SM을 좋아한 게 아니라 이수만의 색깔을 좋아한 거였다”라는 내용도 볼 수 있었습니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아우라가 짙은 노래를 완전히 다른 색깔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끼와 음악적 자질을 가진 연습생들을 발굴해 내는 그의 능력이 새삼 대단해 보였습니다.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자세히 보면 단순히 특수제작된 스튜디오에서 안무만 추는 간단한 영상임에도 여러 특징을 생각하면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마치 에스파를 연상케 하는 멤버 개개인의 개성 있는 외모와 실험적인 조합은 과거 SM엔터테인먼트에서 그가 움직였던 음악세계를 바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SM 3.0’으로 일컫어지는, 기존의 실험적인 색깔이 상당히 빠진 무난한 SM의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걸 알 수 있었네요.
이수만 씨는 어떤 의미로든 도전을 좋아하는 프로듀서였습니다. 일찍이 ‘한류 3단계’ 론을 내세워 K-pop의 세계화를 체계적으로 주도했었죠. 보아 씨를 처음 발탁했던 90년대 말, 이수만 씨는 “중, 고등학생이 주 팬층인 가요시장에서 이들과 동일한 나이대의 가수를 데뷔시키고, 마켓의 수요가 큰 일본을 노려야 한다” 는 생각으로 초등학교 6학년 소녀를 발탁해 일본에서도 먹힐 수 있는 가수로 키웠습니다. 이후 중국에서 오디션을 개최해 2005년 슈퍼주니어의 한경을 최초의 외국인 아이돌 멤버로 데뷔시키며 한국-중국 음악시장의 합작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여러 실험들을 성공하고, 또 말아먹기도 하며 모든 걸 투자한 결과가 지난 SM의 30년이었습니다.
사실 3년 전 이수만 씨가 경영권 분쟁으로 자신이 가진 SM의 주식을 약간 급하게 팔고 떠났을 때는, 그가 다시 가요계에서 재기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생각했습니다. HYBE와의 협약으로 국내 활동도 막힌 상태에서, SM이라는 브랜드에 기댈 수 없는 그가 과연 얼마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큰 기대를 갖기 어려웠거든요. 하지만 그가 현 A20을 통해 내놓은 결과물을 보면 그의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1년 뒤 국내 경영금지가 풀려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다시 프로듀싱 활동을 하면 얼마큼 자신의 회사를 키울 수 있을지 좋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수만 씨는 이제 73세의, 어찌 보면 업계에서 가장 연차가 오래된 인물이 되었습니다. 한국 가요시장의 산실인 SM을 만든 창립자,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프로듀서. 그의 이름에는 명암도 엇갈립니다. 여전히 논란의 여파가 남아있는 JYJ와의 계약문제 및 노예계약 논란, 그가 행한 음악적 실험에 대한 여러 비평의 목소리까지…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이수만 씨는 여전히 유효한 유행이라는 사실입니다. 그의 유행이 언제쯤 과거의 흔적으로 사라질지 알 수는 없지만 이수만 씨는 여전히 그의 실험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주장했던 한류 3단계 론이 10단계, 20단계로 커질지도 모르는 일이네요.
그가 지금 이끄는 A20에는 MAY 외에도 여러 데뷔조들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마 보이그룹도 곧 볼 수 있겠죠? 그들이 한국 시장과 본격적으로 가까워지는 순간, 얼마큼의 영향력을 끼치고 팬들을 모을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현 SM과의 경쟁도 쏠쏠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