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이 좋다

좋은 환자를 만나는 것은 의사의 복이다.

by 김운

요새 느끼는 것들 중 하나.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료를 하다 보면 정말 많은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누구나 한 번에 잘 낫고 치료가 끝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초기 치료가 잘 되지 않아 여러 번 수술을 하게 되는 환자들도 많다.


문득 생각나는 환자가 한 명 있다.

젊은 친구였는데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트럭 사고를 당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왔다.

당시 상태가 너무 심해서 한쪽 발이 심하게 짓이겨져 있었다.

그 환자 이름으로 내가 했던 수술만도 열다섯 번쯤 된다.


당시에는 치료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다.
병실에서 환자가 울던 모습도 기억나고, 병원 계단에서 어머니와 따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젊은 아이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평생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렵다고 하셨다.

가끔 죽음과 관련된 상황을 언급하실 땐 나조차도 가슴이 철렁하던 때가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 친구는 지금 모든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본인이 원하던 회사에도 취직해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나는 수술을 하는 사람이지만 사실 크게 다쳐본 적은 없다.

그래서 환자가 느끼는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환자에게 괜찮아질 거라고 이야기해 주지만, 막상 내가 환자의 입장이 된다면 그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힘든 치료 과정을 묵묵히 버텨내고 결국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환자들을 보면 늘 같은 생각이 든다.


환자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들이다.


나는 참 좋은 환자들을 만났다.
어떤 환자를 만나는가도 의사의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환자에게 무언가를 돌려받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문득 잘 지내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 연락을 해본다.

그리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는다.


오늘도 자료를 정리하다가 문득 한 환자가 생각나 연락을 했다. 예전에 아킬레스건 파열로 수술했던 환자였다.

재활을 하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재파열이 생겨 다시 수술을 했던 친구라 기억에 많이 남아 있었다. 당시 안쪽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수술에 꽤 공을 들였던 환자다.

다행히 지금은 큰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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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환자를 만나는 것은 나의 복이다.
의사는 환자가 나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뿐이고, 끝까지 치료를 견디고 결국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결국 환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치료를 이어가는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하나의 큰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도 그냥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오늘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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