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전문의
그중에서도 족부족관절을 세부전공으로 추가수련하고 수년간 전문적으로 수술을 해왔지만 수부와 미세 수술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있다.
수부 수술도 몇 년간 꾸준히 해왔지만 무언가를 할 줄 안다는 것과 무언가를 이해하고 제대로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의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운 좋게 기회를 얻었고 나이와 경력에 비해 많은 환자들을 치료할 기회를 얻었다.
독립적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에 홀려 무한히 발전할 것만 같이 공부하고 진료를 보던 시기였다.
그때의 나는, 뭐든지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에는 계속 배워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나아가 돈도 많이 벌고 편안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외상환자들을 담당하여 치료하였다.
그들은 모두 나이도 성별도 비슷했다.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지만 당시 정말 낮밤 가리지 않고 연구하고,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수술들을 진행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절반은 성공했고 절반은 앞의 피부가 모두 괴사 했다.
사고 당시 이미 모두 짓이겨진 상태였기 때문에 괴사는 수술 전 가능성이 높음을 설명했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다른 곳의 살과 피부를 이식해야 했는데 범위가 너무 넓다 보니 다른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은 굉장히 비참하고 괴로운 일이다.
다른 의사에게 부탁해도 그분들의 일정이 있기에 수술 일정은 밀렸고, 그 시간을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더 길고 고통스러웠다.
내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면.
의지하지 않고 직접 내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있었을 텐데.
그때의 나는 그만큼의 사람이 아니었다.
능력이 부족하니 기다리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당장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제대로 할 줄 알아야겠다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많이 호전되어 지금도 좋은 관계로 지내는 환자들도 많다.
당시 그 사례들은 치료가 잘 된 경우로 발표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 기준에서 치료가 잘 된 것이지 환자의 입장에서 몇 점이었는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
여전히 불편감이 남은 환자도 있었다.
그 사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또렷해진다.
여러 가지를 공부하고 접하고 경험할수록 그때는 최선이라 생각했던 치료가 그 당시의 나에게 최선이었을 뿐 정말 환자에게도 최선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 환자들이 나보다 더 준비된 다른 의사를 만났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까.
환자들은 고맙게도 나를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고 연락할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이 함께 떠오른다.
그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수부와 미세 수술을 할 줄 몰라서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할 줄 안다는 것만으로는 최선의 결과에 도달할 가능성을 높이지 못한다.
무언가를 정말로 잘한다고 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경험과 실패가 있었을지 생각하면 한없이 낮아져도 모자라다.
한 분야만 이해하면 그 분야 외의 것은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섬세한 것부터 큰 흐름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전의 나의 환자들이 겪었던 고통과 불편감을 앞으로 나와 만날 환자들이 겪지 않고 잘 나아서 일상으로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에게 진료를 받았던 사람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일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