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이와 일요일 데이트
나의 절친은 조카인 7살 남자아이이다. 내가 서울에서 꽤 멀리 떨어진 영주까지 이사 오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이 친구랑 가까이 있고 싶어서이다.
나는 나의 특성 때문에 사람 사귀기가, 그것도 내 또래들을 사귀는 것이 특히 힘든 사람인데 내 절친이는 그런 나에게 최고의 친구가 되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절친이는 울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고 나한테 안겨서 잘 자고 방긋방긋 잘 웃는 아기였다. 만날 때마다 너무 귀여웠고 헤어질 때 아쉬웠고 좀 더 자주 오래 보고 싶어졌다. 서울 생활에 지칠 대로 지쳐 있어서 조용한 곳을 찾던 중이었던 나는 절친이가 사는 영주로 이사 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절친이가 세 살 때 영주 근처 도시로 이사하면서 지방살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그때는 영주에 살 만한 집이 없었다)
절친이가 22개월이던 때부터 나는 거의 매주 주말을 그와 함께 보냈다. 영주로 이사 온 6개월 전부터는 일주일에 두세 번도 만난다. 같이 밥 먹고 놀고 자고, 여행도 다니고. 이 친구와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 이 친구랑 놀면 내 감정을 솔직히 다 표현해도 괜찮다. 웃고 싶은 만큼 웃고, 유치하게 굴고 싶은 만큼 굴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마음 편하다.
아무튼, 그런 나의 절친이 곧 생일이어서 일요일에 단둘이 데이트했다. 영화를 보고(근데 이제 일곱 살 형아라 옥토넛은 재미없단다ㅋㅋ작년까지 엄청 좋아했다는데..) 같이 점심을 먹었다. 다이소에 가서 쿠로미 인형이랑 군용 트럭 블록을 생일선물로 사고, 근처 커피숍에서 디저트 먹으면서 생일 축하했다. 너무너무 즐거워하는 절친이를 보니 나도 행복해졌다. 2차 민생 지원금을 얘랑 노는데 다 썼지만 뭐.. 그래도 좋다.
언젠가는 이 친구랑 이렇게 맨날 같이 놀지 못할 날이 올 텐데, 그 생각만 하면 벌써 서운하다. 내가 낳은 애도 아닌데 왜 그럴까. 절친이가 좀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더 많이 많이 같이 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