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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주 Jan 07. 2024

Day24. 안주 없이 술만으로 개강 파티를 달린다고요

뉴욕 대학의 개강 파티

**모든 등장인물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날은 드디어 기다리던 디자인 단대 오리엔테이션과 전공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었다.

이미 입국 전에 zoom으로 한 번 가볍게 만난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같은 과 학생들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기분 좋은 긴장감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날은 학교에서 가볍게 학과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 후에 개강 파티가 레스토랑에서 열린다고 해서 기대되었다. 공짜 음식, 공짜 술이 있다면 절대 빼지 않는 인간… 거기다 새로 보는 사람들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도 회식 아주 좋아했었다.)


단대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지원해 주는 여러 서비스들에 대한 설명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디자인 대학 중 하나라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웃겼던 게 사전에 설문으로 체크한 인원보다 더 많이 왔는지 자리가 부족했는데, 보통은 그냥 강당 뒤에 서있으라고 할 텐데 여기는 무대 위에 앉아있도록 안내를 해줘서 설명을 듣는 내내 그들과 눈을 마주쳐야 했다.


자리를 옮겨 학과 오리엔테이션에 갔을 땐 약 20명의 학과 친구들을 볼 수 있었다. 학과를 이끌어주는 담당 교수님과 담당 교수님을 도와주는 부교수님이 계셨는데, 두 분이 무척 든든해 보여서 무사히 졸업까지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학과 오리엔테이션에선 난 Emma와 처음 보는 Wennie라는 친구 사이에 앉았는데, Wennie는 매우 외향적이라(후에 들어보니 ENFP)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같이 개방 파티가 열릴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길에, 웬걸. Emma와 Wennie가 어릴 때 친구였던 것이다. 먼저 알아본 Emma가 Wennie에게 어린 시절 얘기를 먼저 꺼냈고, Wennie도 바로 그 친구가 Emma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어릴 때 소식이 끊기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건 서로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됐다고. 이런 게 인연인 걸까.



사실 레스토랑에서 개강 파티가 열린다고 해서 와 역시 미국의 개강 파티는 다르구나, 같이 저녁을 먹겠구나 생각했었다. 설마 한국처럼 술과 안주를 가득 시켜 부어라 마셔라 만취할 때까지 노는 그런 개강파티는 아니겠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웬걸, 샹그리아(와인에 슬라이스 한 과일이 들어간 칵테일)를 여러 병 가득 시키는데 안주는 없었다. 먹을 것이 그나마 와인에 들어간 과일이다 보니 그렇게 우리는 술만 잔뜩 먹게 되고, 심지어 공복 상태에서 먹다 보니 취기가 더욱 올라왔다. 과자 안주라도 쥐어주던 한국식 개강 파티는 양반이었던가. 그래도 술 사주셔서 감사해요, 교수님들.


그리고 사실 이날 나에겐 나만의 미션이 있었는데, 바로 오빠의 결혼 축하 영상에 담을 영상을 찍는 것이었다. 9월 달에 있을 오빠의 결혼식을 유학 중인 상태라 직접 방문은 못해서 아쉬워하던 도중, 오빠의 결혼식 업체에서 결혼식 축하 영상이라도 보내줄 수 있냐며 비밀스럽게 나에게 연락이 왔던 상태였다. 스스로 대충 구상을 하다가 생각난 것이 축하 인사 끝에 같은 과 친구들의 결혼 축하 인사를 짧게나마 넣는 것. 뭔가 유학 중이니까 그런 외국 느낌이 나는 무언가를 넣고 싶었달까. 술을 마시며 같이 몇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눈 친구들에게 슬쩍 부탁했더니 고맙게도 다들 흔쾌히 해주겠다고 했다. 마침 와인잔도 있겠다, “Congratulations on your wedding!”이라고 외치며 건배하는 것까지 컷! 미션 컴플릿.


그렇게 학교에서 진행된 오리엔테이션들의 마지막날이 마무리되었다. 다음 주부터는 학기 시작…! 걱정이 앞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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