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프로젝트의 불합격
8월 1일, 맨해튼에 위치한 학교에서 석사 과정이 시작되기까지는 몇 주가 남았지만, 뉴저지에서 잠시 살기 위해 좀 이르게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그 배경엔 이런 일이 있었다.
3월에 가장 원했던 1 지망 학교에게서 석사 합격 오퍼 메일을 받고 기쁨을 누리던 것도 잠시, 본격적으로 입학 준비를 시작하자 정신없이 흘러가는 하루들이 이어졌다. 생각지 못했던 ‘공식 어학점수’와는 별개로 치러야 하는 학교 자체 영어 시험부터 시작해서 비자 발급, 예방 접종, 숙소 구하기까지 등. 더군다나 난 유학원도 끼지 않았기에 더욱 애를 먹어야 했다. 난 그러던 와중에도 ‘뉴욕으로 유학을 가는 거니까, 아이비리그 학교 학생들이랑 같이 프로젝트 협업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는 거 아니야?’라며 기대감을 품은 상상을 하곤 했었다.
그때 한 가지 반가운 제안이 들려왔다. 바로 학교에서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한 곳의 공대 학생들과 디자인 학교로 유명한 우리 대학의 학생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학점까지 부여한다니! 좋은 기회이니만큼 학사 성적증명서, 지원 동기와 같은 서류 절차를 포함해 면접까지 요구되었음에도 치열한 경쟁률을 자랑하였다.
그 후 서류 지원을 한지 몇 주일쯤 지났을까, 난 서류 합격자 2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면접 전 미리 시작된 오리엔테이션에서 서류로 원하는 학생들을 다 모았으니, 이 학생들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것을 보면 줌(zoom)을 통한 화상 면접은 형식상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그 후 면접을 말아먹어버린 난 결국 협업 프로젝트 학생으로 선정되지 못하게 된다. 면접 당시 질문을 제대로 알아들었다는 확신이 없어 계속 되묻기를 반복하고, 자신감 없는 태도로 답변하며 불합격을 예상했었는데 역시나였다.
면접을 치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이게 실전 영어구나….’라는 점이었다. *아이엘츠 시험에서와 같이 발화자의 발음이 명확하지도 않았으며, 입학 면접을 볼 때처럼 국제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고려해주지도 않았다. 프로젝트성이긴 하지만 그들에게는 진짜로 프로젝트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불합격에 대한 정확한 사유는 듣지 못했지만, 아마도 부족한 영어 실력이 크게 한 몫했을 터였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다시 바라보기로 했다. 서류를 통과할 정도로 충분히 괜찮은 포트폴리오였으니, 영어 실력을 더 키운다면 또 다른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낙담할 시간에 부족한 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서론이 길었다. 그러한 이유로 8월 중후반이나 되어서야 시작하는 과정을, 8월 1일에 출국하여 미리 영어에 적응하기로 마음먹게 된 것이다. 기숙사 위치를 생각하면 맨해튼 에 거주하는 것이 이득이겠지만, 뉴저지를 선택하게 된 배경엔 해당 집의 룸메이트가 유일하게 한국어를 못하는 Korean American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였다. 그렇게 난 18일간 뉴저지에서 살기로 결심했다.
*아이엘츠: 토플과 유사한 영어 시험. Listening, Reading, Writing, Speaking 과목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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