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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주 Aug 11. 2023

Day1. 원하는 거 다 얻는 뉴욕행이 되기를

미국 입국 심사 그리고 룸메이트와의 첫 만남

출국 전 마지막 주말, 온 가족이 모여 짐 싸기를 도와주던 중 아빠는 내 짐이 많은 것을 우려하며 대구에서 인천공항까지 데려다 주기로 결심하셨다. 왕복으로 운전하면 약 10시간에 달하니 오히려 난 아빠를 걱정하며 반대하였고, 결국엔 아빠가 운전해 주되 인천 공항 근처 호텔에서 숙박하는 것으로 서로 합의 보았다. 호텔로 향하는 동안 나눈 대화들, 휴게소에 들러 먹은 밥, 끝말잇기와 같은 사소한 여러 게임들을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호텔 도착 후 부모님이 일찍 잠든 밤엔 나 홀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필요한 서류들을 인쇄하고 혹시나 하고 챙겨간 체중계를 통해 짐 무게를 체크하며 다시 짐정리를 하였으며, 한인택시를 예약하였다. 영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되도록 한국어 사용이 가능한 '한인' 전용은 멀리하려 했으나, 작년 미국 출장을 갔을 당시 우버 차량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후 불신이 생겨 잃을 게 많은 첫날만큼은 한인 택시를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입국 심사에서 i-20를 체크하니 해당 서류는 꼭 인쇄하기를 권해드린다. 필자 같은 경우에는 i-20를 비롯해 비자 및 여권 사본, 기숙사 합격 메일, 유학생 보험증을 인쇄해 갔다.


다음날 출국 당일 아침, 부모님의 배웅을 열렬히 받으며 살짝의 긴장감과 함께 올라탄 뉴욕행 비행기에선 친숙한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난 그 덕분에 긴장이 풀릴 수 있었다. 여행을 가는 진주 출신과 어학연수를 가는 부산 출신, 석사 유학을 가는 대구 출신이 나란히 앉다니. 경상도 만세다. 우린 공통분모 덕분인지 14시간이라는 비행시간이 금방 흘러갈 정도로 친해졌다. (과장 보탰다.) 어쩔 때는 오래 봐온 사이보다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기도 하는 듯하다. 이후 우리는 원하는 거 다 얻어가는 뉴욕행이 되자며 마무리 인사를 주고받은 후 헤어졌다. 인연이라면 다시 또 볼 날이 있겠지! 다들 행복하시길.



시차 덕에 다시 8월 1일 오전을 맞이한 난 무사히 JFK 공항에 도착하였다. 걱정되었던 입국 심사는 다행히 i-20 서류를 보여주자마자 별 다른 질문 없이 바로 통과되었고, 2개의 캐리어들도 무사히 잘 도착해 수하물 찾는 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한인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현금 인출을 하며 잠깐 나눈 공항 직원과의 대화는 벌써 영어 실력이 느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좋은 날씨, 순조로운 시작. 택시를 타고 뉴저지로 이동하며 풍경을 바라보니, 마음이 살짝 편해진 탓인지 출국 전 설레겠다는 말을 들어도 하나도 설레지 않던 내 마음속에 작은 설렘이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뉴저지 집 도착까진 길에서 난 사고 때문에 도로가 막혀 도착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 늦어졌다. 다행히도 룸메이트는 그 정도는 별 일도 아니라는 듯한 투로 흔쾌히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집과 가구들은 영상으로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연식이 되어 보였지만, 집의 여러 규칙과 이용법들을 영어로 들으며 이 집을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영어 귀를 뚫기 위해 비행기에서도 미국 영화 2편을 자막 없이 보고 온 길이었는데, 이제는 집에서도 자연스럽게 귀를 뚫을 수 있다니.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는 침대에 바로 뻗어있고 싶었지만 첫날부터 나 자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몸을 일으켜 짐 정리부터 시작했다. 그 후엔 자체 미션인 '근처 카페 가기'를 수행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나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냥 아메리카노 하나랑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Hana Joo세요."

*Do you have decaf? 디카페인 있어요?

필자처럼 카페인이 든 음료를 못 마시는 분들은 필수로 알아두자.


저녁엔 커피를 건네주며 룸메와의 대화 말꼬를 틀 수 있었다. 실수로 옆에 치킨집에 들어가는 바람에 산 치킨 샌드위치도 함께하였다. 팁을 받는 나라에서 서비스직 직원의 열정이 가히 대단하다고 생각해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룸메이트의 말을 들어보니 새로 오픈한 가게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신규 오픈 가게의 열정이었나 보다. 여러 가벼운 대화 끝에 룸메는 고맙게도 생활하며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달라고 하였다. 가벼운 말뿐일지언정 미국에서 친구도 가족도 없는 나에겐 이런 말조차 큰 위로가 된다.


이 날은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곤함에 일찍 잠들었다. '정말이지 원하는 거 다 얻을 수 있는 뉴욕행이 되기를.’ 비행기에서 주고받았던 말을 다시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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