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디자인 과제와 크레딧 그것이 문제로다
오늘까지 도서관 휴무라 어디 갈까 하다, 그냥 기숙사에 있기로 결정했다. 내일까지 해가야 하는 경험 디자인 과제가 있어 하루종일 내 머릿속은 이 과제 문제로 가득했다.
경험 디자인 수업은 총 프로젝트 3개를 하는 것으로 진행되는데, 첫 번째 프로젝트는 한 사람을 위한 ‘편지’ 경험 디자인을 하는 것이었다.
나에게 ‘경험 디자인’이라는 것은 UX로 불리는 (주로 홈페이지나 어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프로덕트를 위한)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익숙한데, 이 수업은 매체의 제한 없이 전반적인 경험 디자인을 다루는 것이다 보니 너무나 추상적으로 다가왔다. 또 ‘편지’는 보통 종이에 글로 써서 주는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인데 ‘종이’에 갇힐 필요도 없고 어떻게 전달할지도 각자의 자유라니 영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과제 방향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뉴욕에서 지내는 걸 가장 걱정하는 ‘엄마’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정했다. 또 시차 및 거리차로 인해 직접 전달할 수는 없으니 엄마가 원하는 시간에 휴대폰으로 확인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을 생각하다, 내게 제일 익숙한 방법인 편지가 적힌 모바일 프로토타입을 선택했다. 링크가 연결된 큐알 코드를 전송해 해당 편지를 확인할 수 있게끔 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 후 난 학교에서 일을 구하기 위해 계속 학교 캠퍼스잡 홈페이지를 들락날락거렸다. 사실 (돈은 없지만) 학업에 열중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계획이라, 한국에서 은행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빡세게 일도 하다 온 거였는데 그놈의 ‘크레딧’이 문제였다. 지금은 기숙사에서 거주 중이라 괜찮지만 나중에 집을 구하거나 차를 구매할 때 일명 신용도라는 ‘크레딧’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크레딧은 신용 카드를 사용하며 쌓을 수 있는데, 신용 카드를 발급받자니 SSN(Social Security Number)이 발목을 잡았다. 이 SSN은 일을 해야지만 받을 수 있는데 F-1 비자 신분으로는 학교 외부에서 일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학교에서 일 할 수 있는 캠퍼스 잡을 얻어야만 크레딧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캠퍼스 잡도 애초에 티오가 많지 않은 데다 등록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증명서를 받은 학생들 위주로 뽑기 때문에 이것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애초에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내가 학교 캠퍼스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자신감도 없는 상태였다.
‘국제 학생은 어디서 크레딧을 쌓나요’는 흡사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요’와 같이 큰 난제로 느껴졌다. 과연 난 여기서 졸업 전에 크레딧을 쌓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