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발리언트의 발리언트 범주.

solitude

by 언더독

내년이면 서른이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을 나이가 되었다. 과거를 돌아보면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고 고생스러웠던 순간도 있었고, 심하게 고생스러웠던 순간들도 있었다.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나보기도 했다.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녀보기도 했다. 극빈층을 보기도 하고 부자를 보기도 하였다. 이런저런 직장을 다녀보기도 하였다. 많은 음악과 영화를 접해왔다. 많은 책을 봐왔다. 그래왔다.


이제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하루하루가 짐작되기 시작했다. 어떤 감정을 지니고 살고 있을지, 어떤 루틴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얼추 다 보인다. 묘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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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렇게 문을 닫고 살지 말라고 말이다. 내가 남들의 무대 뒤편을 짐작할 수 있듯, 다른 이들도 나의 무대 뒤편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그저 공기 빠지는 웃음정도로 대답을 대신했다. 좀 지나고 나니 기분이 그닦 좋진 않았다.


내가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내 밑천을 들켜서 그랬다기보다는, 어떠한 억한 심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게는 삶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뜻이 있다. 그 과정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보니, 문을 닫고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남들보다 그 의지가 큰 편이기 때문에, 그 정도도 더 심한 편이다. 나도 외로움을 느낀다. 그렇게 사는 게 그리 좋지만은 못하다는 것도 안다.


세상에 도사리고 있는 잠재적인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기재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자세를 유지하고 살았기에 큰 위기들을 사전에 감지하고 잘 피해올 수 있었다. 그런 장점이 있었다. 모든 것에는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것도 있다. 살다 보면 가끔, 저런 나쁜 것이 상당히 감정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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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내게 다가오는 이들 중 순전히 선한 의도를 지니고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선한 의도였다는 것은 그 당시에는 알 수가 없다. 좀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나는 처음 보는 이들의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 습관이 있고, 꼭 필요한 말이 아니라면 입을 다물고 있는 습관이 있다. 웃음도 가능하면 아끼는 편이다. 남들이 하는 행동, 몸짓, 말을 유심히 파악한다.


사람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끝나고, 밤이 되어 혼자가 되면 문득 오늘 본 그 사람 생각이 날 때가 있다. 깨닫는 것이다. 그 사람이 내게 그랬던 것에는 오로지 선한 의도밖에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 자신이 역겨워질 때가 있다. 다시 볼 기회가 생기면 그런 이들에게는 꼭 말을 전한다. 내가 그런 태도를 보였다는 것에 꼭 사과를 한다. (선하기만 했던 그 사람들의 특징이 있었다. 부자이거나,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중간은 없었다.)


나는 내가 궁금해져서 '정신분석학'을 읽어보았다. 학문적으로 어떤 기조를 보이고 있는 건지 알고 싶었다. 두 가지에 해당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정신과 전문의 '조지 발리언트'의 '발리언트 범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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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신경증적 방어기제(neurotic defences)에 있는 '주지화(Intellectualization)'에 해당되었다.

내용은 이렇다.


소외(isolation) 방식으로, 상황에 대한 이성적 요소에만 집중하여 불안을 유발하는 감정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다. 사고로부터 감정을 분리한다.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형식적으로 혹은 무미건조하게 생각은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않는다. 지성적인 측면에 집중하여,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감정을 회피한다. 고독(solitude), 합리화(rationalization), 의식(ritual), 무효화(undoing), 보상(compensation), 마술적 사고(magical thinking) 등이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고독'에 해당한다. 합리화, 의식, 무효화, 보상, 마술적 사고는 안 한다.


다른 하나는 '성숙 범주'의 예측(Anticipation)에 해당되었다.

내용은 '나중에 발생할 안 좋은 일에 대비하는 현실적인 준비'이다.




내 삶이 의도대로 적정선에 안착하기 전까지는 이런 습관이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세상이 무서운 곳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내 선택이었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 하나, 외로운 길이기는 할 것이다. 어쩔 수가 없는 일들은 참 많고, 이것도 그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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