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더독 Nov 09. 2022

흙수저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흙수저는 업데이트를 거부한다.

결론 : 투자 공부를 하라.


약 200만 년 전 인류가 지구에 나타났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라고 일컫는다. 불 붙이면 좋아하고 그랬다. 흙수저와 이게 무슨 관련일까.


흙수저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와 아주 유사하다. 뇌가 200만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도 그랬었다.


파충류의 뇌가 뇌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다. 뜨거운 거, 위험한 거, 이상하게 생긴 거, 이상한 냄새나는 거, 징그럽게 생긴 거, 무서운 거 이런 걸 보면 줄행랑부터 치게 되어있다. 반대로 반짝이는 거, 먹는 거, 매력적인 이성 개체, 따뜻한 거 이런 것들은 빼앗고, 가지고 싶어 한다.


옛날 옛날 저어 옛날 피테쿠스들이 그렇게 안 살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도 없었을 것이다. 곰이나 사자 밥으로 다 요단강 건넜을 거다. 굶어 죽거나 얼어 죽기도 했을 테다.


하고자 하는 말은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시대와는 맞지 않다. 윈도우 비스타로 롤이 돌아가진 않는다. 피테쿠스의 뇌로는 투자를 할 수 없다.


내가 주장하는 흙수저들의 베스트 옵션인 ( = 가장 종합적 난이도가 낮으며 효율적인 ) 미국 지수에 대한 패시브 투자 역시 최소한의 뇌 개발은 해야 한다.


간단하다. 피테쿠스의 뇌로는 같은 종목도 떨어져서 쌀 때(=남들 팔 때) 팔아 줄행랑치고 올라가서 비쌀 때(남들 살 때) 산다. 부족원 곁을 따라가고자 하는 원시인의 사회적 습성에 따라 매매를 하니, 중간중간의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기어이 계좌를 녹인다. 흔히 말하는 밴드웨건 효과이다. 자꾸 남들 따라가고 싶은 것이다. 옛날에는 그렇게 하면 곰한테 안 먹혔다. 그래서 그런가?


고전적인 가치투자 서적인 벤자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워렌 버핏의 '주주서한'. 이런 책 한 두권 읽으면서 장기투자에 대한 마인드셋으로 견디던지 그게 아니면, 견딜 때 도움이 되는 단순한 트레이딩 방법이라도 찾아야 하는데 그전에 이미 피테쿠스 뇌에 잠식되어 이성적인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당연히 공부나 학습도 계좌가 끝장나기 전까지 불가능하다.


수많은 흙수저들을 보면 아예 투자 공부란 것에 대해 다 사기라고 말하거나 그냥 머리 아프니 하기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취업을 위해서는 모든 걸 반납하고 죽어라 십 년이 넘도록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왜 이건 공부를 안 하냐 이리 물으면 벙어리가 돼버리고 만다. 귀찮다고 우리가 폰이나 pc 업데이트를 안하진 않는다. 자신의 하루하루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일 중요한, 먹고사는데 필요한 투자에는 왜 필요를 못 느끼나. 앞뒤가 안 맞다.


투자 분야나 방법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그 지식을 받아들이고 흡수하겠다고 해서 인생에 대단한 스크레치는 나지 않는다. 학습해봐도 마음에 안 들면 돈을 안 넣으면 될 일이다. 흙수저들이여, 우리 마음을 열도록 하자. 문을 꼭 걸어 잠그고 밖을 배척했던 문명은 역사적으로 모두 끝이 좋질 않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