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이 닫혀버릴 때.

by 언더독

적토마에게는 홍당무가 필요없다.


내 지난 삶에서는 이렇다할 홍당무가 없었기에, 익숙하다. 그래서 홍당무가 필요없다.


필요하다고 짖어봐야 없는 걸 어떡할 것인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적토마는 달리고 싶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마장이 닫혀버릴 때가 있다.


비록 손발이 묶였지만, 무엇인가 내가 더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것이라 끊임없이 자학을 한다. 모든 것을 조금이라도 더 챙겨놓았으며,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있다.


마장이 닫혀버렸다고 하는 것에는 이런 예를 두고 하는 말이다.



1. 배송해야 할 물건이 세관 창고에서 도통 나오질 못하고 있다. 요즘 물류량이 많아 밀려서 그렇기도 하고, 마약문제 때문에 그렇기도 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내가 길길이 날뛴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화해서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동일하다.


2. 금융기관과 물류 업체는 주말에 일을 안한다. 처리하고 싶은 많은 일들이 있지만, 때를 기다려야만 한다. 이것도 내가 길길이 날뛴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3. 이런 종합적인 요소들로 지체된 것이 일주일이다. 사람 미치는 것이다. 내게는 말그대로 시간이 돈이다. 장사이고 사업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자폭할 것 같아 어제는 푸시업을 350개 했다. 그제는 여의도 센트럴 파크를 고양이 쳇바퀴 돌리 듯 뛰고 왔다. 원래 다리 밑 수변공원을 달리지만, 몇 일간의 폭우로 물이 많이 불어 있었고 거길 뛰었다간 못 돌아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매일 서점에 들러 책을 읽고 있기도 하다.(데이비드 고긴스의 자서전이 나왔다. 좋은 책이다. 현실을 말한다.)


일이 밀어 닥쳐 오는 고통과 압박은 얼마든지 변태처럼 즐겨줄 수 있으나, 이런 식의 고통은 정말이지 고통스럽다.


스스로를 감옥에 수감 중이라 생각하고 있다.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을 한 공간에 가둬놓고는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어놓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다 잡으려고 되뇌는 말이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하늘에 뭔가 뜻이 있어서 잠시 내 목덜미를 잡아놓은 것이라, 그렇게 되뇐다. 뭔가 그의 뜻이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모든 과정은 실전이다.


여기서 또한번 책의 가치에 관해 실전으로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책에는 좋은 책이 있고 나쁜 책이 있다. 좋은 책이라함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여 말하는 책을 말한다. 나쁜 책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보기 좋게만 말하는 책을 말한다.(정확히 말하면, 위로와 공감을 해주는 표지만 예쁜 에세이들을 말한다.)


역시나 미리 보수적으로 예상을 했던대로 예산은 초과되며, 알 수 없는 일들에 최소한의 자세만 잡고 돌진하기에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히는 경우들이 생긴다. 상품의 단가협상은 내 맘에 들만큼의 수치를 보여주지 못하며, 해외 사무소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쉽지 않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법을 찾아야하며, 뭔가를 해결하면 또다른 문제가 터진다.


내게는 위로와 공감따위가 정말로 필요가 없다. 최선을 다해 사양하고 싶다. 전략적으로 손해이기 때문이다. 시간만 축낸다. 얼른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뿐이다.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마장을 열어 나를 풀어줬으면 좋겠다. 달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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