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를 씹으며.

by 언더독

동기와 저녁식사를 했다. 집 앞 근처 냉면집에서 냉면과 뚝배기불고기를 시켜 먹었다. 당연히, 불고기는 내꺼였다. 프로틴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손발은 묶였으나 오늘도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책을 읽고 턱걸이 120개를 하고 생활비를 줄여보고자 이런저런 정보를 찾았으며, 곧 본격적으로 운영할 쇼핑몰을 홍보하기 위한 인스타, 유튜브 채널을 열어놨으며 홍보 쇼츠영상을 장전해뒀다. 상세페이지 외주 작업 결과가 도착했고, 편집자와 검토 및 수정을 거친 뒤 장전해뒀다.


집 냉장고 위의 달력에는 곧 시행할 전략 내용이 깨알같이 뒤덮혀 있다. 모든 것을 반복 숙달했기에 머릿속에 모든 과정이 심어져 있다. 재고만 세관에서 빠져나온다면 지체없이 악셀을 밟을 것이다.(젠장할. 내 일주일이 세관창고에서 날아갔다.)


아참, 불고기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 뒷편에는 젊은 여자 4명이 앉은 테이블이 있었다. 서양인이었다. 여행온 듯 했다. 꺄르륵하며 즐거워보였다.


그쪽을 한동안 빤히 쳐다보다가 동기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도 저렇게 웃어보고 싶은데, 언제쯤 가능할까?"


동기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나 나나 저런 걸로 행복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깍두기를 씹었다. 우리는 여행이나 맛집같은걸로 행복할 수 없다. 멋있어보이려고 또는 잘나보이려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그렇다.


나는 성공이나 돈에 미친게 아니다. 패밀리 & 브라더스의 삶을 정리정돈된 상태로 통제하여 평화를 유지해내기 위해서는 돈과 사적인 권력이 필요하다. 그 조건을 충실히 잘 수행하기 위함이 내 인생 최대의 목적이며, 삶의 이유이다. 잠깐의 쾌락이나 행복 비슷한 것들은 내 인생 최대 목적을 방해하기만 할 뿐이다.


전자가 성취하기가 상당히 어려우며 아주 큰 가치를 지닌다. 후자는 돈만 조금 쓰면 성취되는 것들이고 딱 그 값에 맞는 가치를 지닌다.


내 역치는 후자로는 충족이 안된다. 자극의 세기가 약하기 때문이다. 고로, 그런 것들로는 하하호호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노출의상의 쭉쭉빵빵 절세미녀가 샴푸냄새를 풍기며 코앞을 지나가도 눈길이 안가는게, 그래서 그렇다.


내일 외환은행 문이 여는 시간을 맞추어 업무를 보러 가야한다. 새벽 2시건만 늘 그렇듯, 잠이 오질 않는다.


옥상에서 흐리멍텅 구름 자욱한 하늘에 담배 한모금 뱉으며 기도를 한다. 나는 준비가 되었으니 제발 달릴 수 있게만 해달라고.(서울은 별이 정말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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