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문제이고, 나도 늘 고민하는 문제다. 경제적 자유나 파이어족이 목표가 아닌 사람들도 많다. 오히려 아닌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이 주제에 대해 이렇게 접근해본다.
그럼 연애하고 비싼 차 굴리고 좋은 음식 좋은 옷 입고 지금을 최대한 즐기면 정말 행복할까?
나는 아니라고 결론이 난다.
미래 준비가 안되었다는 걱정이 마음 저 깊숙한 곳에 둥지를 틀고 있기 때문에 파티 후엔 늘 공허하고 불안한 감정이 스멀스멀 내 머리와 가슴속을 정복했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떴을 땐 더 심하게 느껴진다. 암울한 내일만이 날 기다리는 것 같았다. 비싼 차와 비싼 음식 비싼 옷을 즐겨야 하기 때문에 일도 힘들게 계속해서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기 시간이 없고 몸도 상할 확률이 높다. 사실 가족과 애인도 1차원적인 쾌락들에 익숙해져 잘 못 돌보게 된다. 그래서 욜로 하다가 골로 간다는 펀치 라임이 있다.
솔직히 말해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을 중장기 목표로 두고 살아도 고통스럽긴 매한가지다. 자의적인 생활고에 만성적으로 시달려야 한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간다면 약 10년 이상을 지출 통제 하에 살게 된다. 흙수저가 파이어족으로 가는 길은 마치 나사에서 우주선을 화성으로 보내는 것과도 비슷한 과정이다. 모든 게 계획대로만 가는 걸 바라고 견디고 노력하지만, 계획대로 가기도 참 어렵다.
그렇다면 나는 왜 욜로를 선택하지 않는 걸까? 어떤 대단히 고상하고 고차원적인 멋진 이유를 들 수도 있겠지만은 굳이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가족을 생각해보자. 흙수저의 가정은 대체로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사이의 히스토리에도 골칫거리가 있을 확률이 아주 아주 높다. 나 또한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자원이 풍족하지 못하니 당연하게 나타나는 고질적인 문지방 안 현상이다.
자원이 풍족해지면 해결될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다는 아니지만 거의 다다. '한번 사는 인생 욜로 하자' 좋다 이거다. 근데 나 혼자 딴따라하고 있는 게 부모님과 형제에게 너무 무책임하다고 느껴질 때가 곧 온다. 나도 아직 서른이 안된 나이지만 불보듯 뻔한 일 아닐까? 향후 10년 이내에 누가 아프게 되거나 집에 큰일이 생기면 그 일을 해결할 능력이 없는 나 자신을 뼈저리게 원망하게 될 것 같았다. 그건 내가 생각하는 멋진 어른의 모습이 아니다. 사람 사는 인생에 그런 일들은 필연적으로 생길 것이고 말이다.
흙수저가 경제적 자유를 쟁취하는 게 정말 힘이 든다. 힘이 많이 든다. 하지만 인생을 크게 보면 반드시 해내야 하고, 그렇지 못한다 한들 아등바등 시도하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엉망진창인 집에서도 한 사람이 먼저 나서서 용기 있게 진격하면 다른 이들도 양심의 가책을 느껴 따라오려고 하는 현상이 생긴다. 나의 경우가 그랬고, 지금 우리 집안이 그러하다. 요즘 보면, 지난 10년에 비해 다방면으로 많이 좋아졌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 전장에서 늘 귀족과 왕족이 선발대의 선봉을 맡았다. 병사들의 사기가 오른다.
내가 힘을 갖추었기 때문에 집안마다 한 명씩 있는 말썽꾸러기를 억제할 수 있다. 국제정세에서 힘에 의해 평화가 유지되는 원리와 똑같다.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 요즘 행복하다' 그런 말 하시는 어머니 표정을 보며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이제는 그 나아진 얼굴빛을 봤으니 욜로 하고 싶다고 느낄 수는 없게 되었다.
시 하나를 띄우며 내 첫 글 작업을 마친다.
그리고 이제는 비록 지난날 하늘과 땅을 움직였던 그러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우리로다. 한결같이 변함없는 영웅적 기백, 세월과 운명에 의해 쇠약해졌지만, 의지는 강하도다. 투쟁하고, 추구하고 찾으라. 그리고 굴복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