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불씨가 다시금 지펴지기 시작했고, 불을 살려보기위해 열심히 부채질을 하고 있다. 계속, 끊임없이, 집착한다.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조금이라도 더 있을 것이라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다.
오늘도 그러한 흑백의 시놉시스는 이어졌다. 그리고 우연찮게 죽마고우의 소식을 듣게 되었고, 마음이 허해졌다.
29살의 나는 서울에서 작은 장사규모의 사업, 투자를 하고 있다. 모든 자금은 저 두가지 섹터에 극편향되어있다.
나는 원래 부산의 가장 가난한 가장자리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전국에서 LH아파트가 가장 밀집되어 있다는 것으로 유명한, 산비탈에 있는 보잘것 없는 동네였다.
모든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지역 1위였다. 가난한 자들과 노인이 많은 곳이었다. 당시에는 범죄율도 꽤 있었다.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동네였다.
나에게도 죽마고우들이 있었다. 여름방학이면 우리는 뒷산에 올라가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곤 했다. 청솔모가 뛰어다니고 물속에는 작은 고기들과 가재가 살았다.
A라는 친구의 아버지는 그 계곡 옆에 사유지를 가지고 계셨다. 복숭아 밭으로 키우셨다. 우리는 계곡에서 놀다가 친구 아버지의 복숭아 나무에서 복숭아를 따서 계곡물에 씻어 먹곤 했다.
몇 년만에 그 친구와 소식이 닿았다. 3달 전, 친구의 아버지는 쓰러지셨다. 현재는 장남인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성공은 천천히 하는 것이다, 대기 만성이다, 돈이 다가 아니다, 힘들면 잠깐 쉬어가도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뭐 이런 말들.
어떤 책임감 부재한 사람이 이런 허튼소리를 대중들 뇌리에 박아놨는지는 모르겠다. 시간은 우리편이 아니다. 죽어라 달리는 것이 맞고, 최대한 급하게 해야하는게 맞다.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그 순리에 편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직의 수장을 위해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일하는 것이 맞다. 근로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와 사업을 하는게 맞다. 최소한 적어도 둘 중 하나는 하고 있는게 이롭다.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글에서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다. 이 지면은 그 어떤 조직의 외압을 받는 곳이 아니며, 나는 작가로서 앞뒤 맞는 말을 해야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글을 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부모는 늙어가며 나도 늙어간다. 더 젊은 피는 치고 올라온다. 책임질 능력을 하루빨리 쟁취하지 못하면, 가족구성원으로서 명예를 실추당한다. 책임져야 할 일을 책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며, 가장 두려워하는 결과이다.
고통, 고독, 심신 파괴는 두렵지 않다. 이미 오래간 나와 함께했다.
만약 지금의 전쟁같은 이 시기를 거치며 내 몸이 아프게 된다 할지라도, 나의 책임을 완수했더라면 나는 행복할 것이라 100% 자신한다. 폐암 걸려서 조만간 염라대왕 앞으로 간다고 해도, 한껏 호쾌한 웃음을 지으며 담뱃불을 마저 당길 것이다. 나는 세상을 제압하여 핏줄에 대한 명예를 지킨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망가지는게 순리이다. 종래에는 흙으로 돌아가는게 순리이다.
몸만 멀쩡하고 책임을 완수 못한 채, 벌어질 일들이 벌어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꺼벙한 내 자신을 보게되면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주체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죽마고우에게 말했다. 너의 마음을 내가 어찌 헤아리겠냐만은, 너 역시 장남이고 강해져야만 한다고 했다. 어머니가 너에게 기댈 수 있게 만들어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입을 다물었다.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매일같이 쓰는 이러한 글들을 통해, 몇몇의 투지 있는 어린 흙수저들도 나와 같은 고통의 길을 기꺼이 감내하며 걷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것이 작가로서 세상에 이로운 기여를 할 수 있는 나만의 가치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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