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백화점 직원식당.

명품이 반짝거리는.

by 언더독

결론 : 3차원에서 2차원을 인지할 수 있다. 2차원에서 3차원을 인지할 수 없다.


나는 현재 생계를 위해 백화점에서 일하고 있다. 백화점에는 직원 전용 후방통로와 식당이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큰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밥 먹으러 모인다. 자리에서 밥을 먹다 말고는 수저를 놓았다. 의자에 등을 편히 기대고 머리를 들어 주욱 한번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뭔가 대단히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고 한 섞인 한숨이 나왔다. 어차피 생판 남 일이니 못마땅한 것은 아니다. 뭐랄까... 멀게 아득해지는 기분이랄까. 워쇼스키 남매의 영화 '매트릭스'를 보았는가. 매트릭스 가상 현실에서 살던 주인공 '네오'가 처음으로 현실 세상을 본 장면을 기억하는가.


인간들의 정신은 기계가 만든 가상현실 안에서 산다. 실제 육체는 식물처럼 재배되어 기계들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깨닫고 깨어나지 못한다면 대대손손 자원 노예로 소모당한다.

나는 특출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내 무의식에서부터 한숨이 나온 것에는 이유가 있다. 부모님 뻘 직원들도 있지만 백화점이다 보니 남녀를 떠나 내 또래가 많다. 2030 들이다. 나는 그들이 입고 신고 쓰는 걸 본다. 구찌와 입생로랑, 스톤, 무스너클, 조던 신발, 헤밀턴 시계, 발렌시아가 뭐 그런 것들. 그런 걸 입고 3850원짜리 점심을 먹는다. 그것도 월급 받고 일하는 일터 직원 식당에서. 밥을 다 먹으면 직원카페에서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먹는다.


감독은 천채다. 이만큼 세상을 잘 설명한 영화가 없다.

백화점에서 일해봐야 얼마나 벌겠는가. 혼자 겨우 먹고산다. 와중에 저런 걸 사 입고 다닌다면 돈을 모은다는 것도 어불성설일 것이다. 공부를 한 나는 보이는 것이다. 저들의 저 소비습관에, 인플레이션에, 원화절하에, 복리에, 금리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본가들이 만든 희소가치부여 상품을 구매한다. 살아 움직이는 시간의 70%를 자본가에게 강제 노역한 노예 값으로 명품값을 아주 기분 좋게 치른다. 소확행이니 플렉스니 하면서. 영화 매트릭스와 똑같지 않은가. 기계를 자본가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저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느껴졌다. 스스로 자각이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서로 하하 호호 즐겁기만 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2차원은 3차원을 인식할 수 없다.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나도 늘 배움을 찾고 차원을 올라가야 한다. 그런 실력자들이 내려다보기엔 나 또한 그런 어리석은 캐릭터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이 들어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면 저렇게는 살지 말자.

인성, 품격, 가치관 이런 문제가 아니다. 병원 갈 돈 없어 죽던지 굶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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