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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더독 Aug 03. 2024

3am

나는 언제나 생각한다. 어떠한 시공간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존재한다고. 그것을 선택하여 할지, 다른 멍청한 것을 선택하여 할지는 나의 판단이다. 그로부터 수반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게 되어있다. 


서울로 복귀했다. 잠이 오질 않는다. 그러면 일을 하면 된다. 일이란 것은 다시 글을 쓰는 것을 말한다. 물론, 글을 쓰기 전에 주식을 좀 만졌다. 원리 원칙에 맞추어 움직였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닌. 


여기서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욕심가지는 것이 있다. 출판 프로젝트이다. 올해도 진행한다는 운영진의 공지가 있었다. 8월 말부터 원고를 받는다고 전했다. 


꽤 오래간 연재 해왔다. '95년생 에세이' 시리즈를. 


5권까지 오며 약 140화 분량의 글이 쌓였다. 나는 이것을 활용하여 응모해 볼 계획이다. 이 중 개인적으로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드는 글을 추려서 모을 것이다. 또는 반응이 좋았던 글을 추려서 모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양새를 다듬어 제출할 것이다. 


떨어지면 다음 해에 또 도전할 것이고, 붙으면 브런치 운영진과 출판사를 칭찬해 줄 것이다. 추가적인 실책을 범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시간 소중한 것을 안다. 부산을 다녀오는 동안 기차가 뒤집어졌을 수도 있었다. 시내에서 택시를 타다가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또라이 살인마와 마주쳤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죽음의 문턱을 몇 차례 목도한 것은 내게 이점을 준다. 남들은 이 점을 와닿게는 모르고 사는 것 같다. 이 능력은 나의 행동을 굼뜨지 않게 하고, 날이 벼린 상태로 싸움에 임할 수 있게 해 준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게 해 준다. 


어차피 난 죽은 목숨이었다. 수차례. 


이 인생은 내게 보너스인 것이다. 신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선심을 써준 연장전이다.


선심을 써줬는데, 병신같이 세월아 내월아 여유 부리고 살면 위에 사는 아저씨 열받지 않겠는가.


나는 내 창조주에게, 창조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한 빚이 있다.


애초에 성공을 하건 말건 상관없는 것이다. 양심이 있으면 최소한 최선이라도 다해야 하는 것이다. 포기해서도 안 되는 것이고. (표현은 이렇게 했지만, 메커니즘은 평범과 다르다. 나는 포기한다 치면,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어서 그냥 하던 거 계속하겠다는 식이다. 그래서 애당초 포기가 옵션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무슨 감동적인 의지를 발현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그런 게 오래간 작동할 수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 그걸 의지로 하면 대부분 중도포기한다. 관찰값이다.)




이제 졸린 것 같기도 하다. 


이러면 자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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