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에,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여자들이 와글와글한 곳이 있다. 여의도 한강 공원은 항상 여자들이 많다. 홍대나 연남동도 가깝다.
내가 집에서 글만 쓰는 이유는 아무 여자를 만나는 것보다는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쓴다.
나를 진정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는 몸을 섞거나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거기에서는 나쁜 기운을 베고 나온다. 음욕은 성경의 7대 죄악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Sin(죄악)에는 카르마가 따른다.
나를 진정 사랑하는 여자로부터는 굳이 술을 마시거나 육체를 이용한 쾌락을 시도하지 않더라도,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여자의 눈에서는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내 정신을 보살펴주려는 진심에서도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나를 진정 사랑하는 여자는 수많은 다른 남자들 사이에서도 나를 생각하게 되어있다.
심지어 다른 남자와 단 둘의 시간을 보내더라도, 마음은 내 생각을 하게 되어있다.
이러한 진실된 사랑을 가진 여자는 내가 내 일에 집중할수록 발견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험적으로.
나는 작가이다. 글을 쓰는 것이 나의 일이다. 이것에 집중하는 모습이 일종의 거름망 역할을 한다. 내 글은 특이하며, 남들의 그것과 차별된다. 나의 글을 오래 봐온 구독자들은 안다.
나는 평범한 생각을 하거나, 평범한 삶을 살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느낄 수 있다. 나는 가능하면 선하고 올바른 것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함과 동시에,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한다.(자기 자신을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애초에 그렇지 않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 자기 객관화가 안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이 진중하며 재미없다는 이유로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내 글에는 남들이 흉내내기 어려운 독특한 진한 향이 있다. 내 일을 잘 해내다 보면, 사랑이든 우정이든 고객이든 알아서 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오지 않더라도 전혀 상관없다. 나는 내가 아직 세상에서 할 일이 남았다는, 하늘의 뜻을 증명하기 위해 사는 사람이다. 그것이 주로 하는 일이다.
안 그랬으면, 8년 전에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오후에 총회를 마치고 집으로 바로 와서, 잠시 잠이 들었다.
나는 총회를 하거나 컨설팅을 한 뒤, 기절한다. 주어진 시간 동안 내 고객에게 실익을 주기 위해 모든 생명력을 다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이 내게 진심이지 않은 사람을 주변에 두지 않는다. 그럴 기력도 시간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핫한 여자가 알몸으로 내 앞에 서있어도, 나는 여자를 집에 돌려보내고는 곯아떨어질 것이다. 그만큼 평소에 피로에 절은 상태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는데, 그래서 철학적인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내게 있어서 삶의 철학은 이미 견고하게 잡혀있다. 다만, 애인 / 아내 / 2세에 대한 철학은 미완성이다.
아직은 나이 들었다고 하기에는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특히나 사랑에 대한 철학이 미완성이다. 이것을 견고하게 정리하는 데에는 더 많은 경험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본능적인 것은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주변 여자들에게 싸가지가 없다고 정평이 나있는 캐릭터이다.
내가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큰 가슴도, 엉덩이도, 반반한 얼굴도, 잘빠진 다리도 아니다. 나는 그 사람이 말하고 행동하며 생각하는 것에서, 관심을 보일만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가슴이나 엉덩이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환장하는지 모르겠다.)
가령, 수준 높은 영화에 대해 하루종일 떠들 수 있다던지, 예술 작품이나 음악에 대해 그렇게 할 수 있다던지.
또는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준이 된다던지.
또는 경제적인 지식에 대한 논의를 해볼 수준이 된다던지.
그런 여자를 발견하기가 아주 드물다.
드물기 때문에, 내가 본능적으로 가치를 느끼는 것 같다. 드물기 때문에, 싸가지가 없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것 같다.
내가 뭔가를 이루고자 애쓰고 있을 때, 관심이 없는 여자가 서성이면 바로 그 자리를 뜨거나 저리로 가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고객을 만나지 않는 이상, 말수도 거의 없다.
다양성 속에서 삶의 주축이 옮겨질 수 있다.
나는 그러한 기능을 아주 잘 할 수 있는, 특이한 작가이며 특이한 사람이다.
살다보면, 아주 지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먹고사는 문제이든, 이성에 관한 문제이든, 가족에 관한 문제이든.
내 글을 꾸준히 보는 것은, 어쩌면 예상치못한 순간에 그것을 타개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