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이렇게 좋은 시대에 태어난 덕분에,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멘토들을 둘 수 있다.
나에게는 수많은 멘토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1등을 꼽으라면 '찰리 멍거'이다. 안타깝게도 1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이 분이 남긴 철학적 유산은 내가 죽을 때까지 내 머리와 가슴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내가 이 할부지의 열렬한 팬인 것에는 이유가 있다.
타고난 성격이 나와 비슷하다. 성질 더럽다는 이야기이다. 말을 직설적으로 하기 때문에, 주변에 삐지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다는 점이다. 누구의 간섭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해버리면서도 그 점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의 실력과 지혜를 겸비하고 있다.
그의 주변 사람들도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남긴 말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스튜어트 호레이시'라는 사람이 있다.
1980년, '버크셔 헤서웨이'를 225달러에 5800주 매수한다. 당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하면, 12명이 모이던 시절이었다.
호레이시씨는 주식 팔지 않았다. 몇 십년동안.
그는 현재 3조 가량의 자산가가 되었다.
마이클 조던, 심지어는 부회장 '찰리 멍거'보다 돈이 많아졌다. 세계 부자 300위 권이다.
'찰리 멍거'가 말하는 만고불변의 비법이 있다.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일이 닥쳐도 대처하고, 이성적인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세상의 악과 불운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면, 이 세상엔 악의보다 어리석음에 의해 생기는 문제가 더 많다. 따라서 어리석음을 끊임없이 타파하는 것은 대단히 건설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고, 또한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어리석은 일이 워낙 많아서, 그런 것들을 때려잡으려고 다니고 이성적인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도 어찌 보면 재미있는 일이다.
어떤 일이든 잘 대처하고 늘 이성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전부이다.
천만장자 '스튜어트 레스닉'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늘 따르고자 하는 조언은 이겁니다. 사람들은 항상 업사이드만 바라본다는 건데요. 제가 깨달은 건, 누구나 계획은 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때론 계획보다 잘 될 때도 있고, 때론 안될 수도 있죠. 하지만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운사이드'를 신경 쓰라는 겁니다.
여러분의 투자든 사업이든 돈을 잃지만 않으면, 그 자체로도 큰 이득입니다. 수익을 15% 내면 정말 좋겠지만, 7%만 되어도 그리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20% 손실을 내면 그걸 다시 만회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딜을 검토할 때마다 저는 이런 말을 던져요.
"오케이. 업사이드는 이해하겠는데 다운사이드는 뭔가요?"
"합리적인 추론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뭡니까?"
나중에 당하는 일이 꼭 없도록, 전 그 점을 살펴봅니다. 저도 당한 적 있지만, 자주 그러지는 말자는 거죠.
10년 정도 투자를 하다 보면, 많은 경우를 자기 눈으로 보고 자기 귀로 들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 그걸 바탕으로 확률 게임을 해서 판단할 수 있는 동물적 육감이 생긴다. 가령,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주변에서 누가 단기간 엄청난 수익률을 거두었다는 말을 한다.
보통의 사람이면, 이런 소식을 듣고 포모를 느끼거나 스스로를 비관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 난 그러지 않는다. 봐온 것들이 있어서 그렇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나, 높은 확률로 저런 사람들은 자신이 벌었을 때만 주변에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이 잃었을 때는 말이 없다. 이들과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나는 크게 벌면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이다. 잃으면 꼭 주변에 앓는 소리 한다.(멍거 옹이 이렇게 하라고 알려줬다.)
그러면 사람들이 날 바보로 알고, 크게 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돈 빌려달라는 이야기 안 하고, 어째 뱃겨먹을 궁리 안 한다.
나랑 아주 친한 사람들은 '이 새끼, 정말 자기 이야기 안한다.' 라는 눈웃음을 보내고, 나랑 별로 안 친한사람들은 '쟤가 무슨 돈이 있겠냐.' 라는 눈으로 쳐다본다.
저런 사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나, 지나친 큰 단기 수익률을 투자 목표로 삼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경제 위기가 올 때 재기 불능의 데미지를 입는다. 5년, 10년 지나고 보면 사람이 없어져 있다.
습관과 관성은 무서운 것이다. 초반에 자세를 저렇게 팔랑팔랑으로 잡으면, 스타일 평생 간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저런 사람들은 곁에 두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저런 투자 스타일 관성으로는 삶이 정리정돈 되기가 어렵다.
2. 나는 지난 10년 간, 다른 고수들의 전략을 조합하여 투자를 진행해 왔다. 나만의 독창성보다는, 가능한 증명된 시스템을 차용해 왔다. 그래서 두세 번의 경제 위기에도 꽤 잘 살아남았다. 이 말은, 단기적으로 손절을 한 경우는 있었으나 연 단위로 보았을 때는 항상 시장 수익률 이상의 이익을 보았다는 것을 말한다.
올해 4분기부터는, 차용한 시스템 모두를 폐기했다. 스스로의 논리로만 투자를 하기 위해, 전부를 갈아엎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시장에 머물며 배웠던 것은, 대부분의 투자 관련 책들이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고 느꼈던 것이다. 별의별 전략, 예측, 타점, 지표, 차트 분석 등이 나오는데 돌아보니 죄다 쓸데없었다.
결국에 주식 투자로 돈 버는 원리는 몇 개 없다.
1. 다 죽겠다고 할 때 도박꾼처럼 과감하게 올인해서 십 년을 안 팔고 있는 것.
2. 다들 좋다고 시끌시끌할 때, 미련할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
3. 애초에 종목 하나 사기 전에, 10년 보고 들어가겠다고 수긍할만한 논리를 찾는 것.
이게 다다.
지금 코인 장에 들어가서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이미 40%가 올라버린 지지선에서 놀아봐야 뭘 얼마나 먹겠다는 건지.
지금은 비트코인 하지 말자. 십중팔구 털려서 나온다.
3. 19세기 부근 전통적인 경제학의 시작을 보면, 이게 경제학 도서인지 철학 도서인지 헷갈린다.
이 말을 꼭 글로 쓰고 싶었다.
내가 평소에 글에 담는 말이, 책만 보고 있지 말고 나가서 뭐라도 하라는 것이다. 소용없는 짓이라고 계속 말한다.
이건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책을 안 읽지는 않는다. 책 많이 읽는다. 효율적으로 읽는다. 애초에 책을 많이 가린다. 제목 보고 식상한 느낌 나면 눈길도 안 준다. 고르고 골라 날카로운 책을 짚었다고 해도, 목차에서 제일 궁금한 부분과 밀접한 파트만 빠르게 읽어내 린다. 그래서 책 한 권을 보는 데에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하면, 가장 뛰어난 정보들이 머릿속에 저장된다. 가장 실용적인 정보들이 메모리에 남는다.
경제학의 시초를 보면, 그 내용이 돈을 다룬다기 보다도 사람의 인생 철학과 굉장히 유사한 면모를 보인다. 이 점을 주목하여 글로 쓰는 것에는 주식 투자 역시 경제의 일부이고, 이것에도 철학이 주축이 될 때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얻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멍거는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분야에는 투자를 일절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저 거름망을 통과하고 나서 남은 주식 중에, 가격이 제법 있지만 가장 위대한 기업에 돈을 붓는 게 맞다고 했다. 무조건 싼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별로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살아생전 테슬라에 절대 투자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비트코인에도 절대 투자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버크셔'는 가이코, 코카콜라, 뱅크오브아메리카, 크래프트 앤 하인즈, 철도 회사 등의 전통적인 제품 또는 서비스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에 투자해 왔다.
스스로 납득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비트코인에 대해 욕을 많이 했다. 가격이 그렇게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찰리 멍거는 성공적인 삶을 산 철학이 무엇이었냐고 묻는 리포터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린 다른 사람들보다 미친 짓을 조금 덜했고, 다른 사람들보다 멍청한 짓을 조금 덜 했을 뿐입니다. 그게 우리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고, 거기에 추가로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훨씬 긴 세월이 제게 주어졌죠. 90세 넘도록 살게 해 주었으니까요. 미천한 출발로 시작해서 90대까지 활약할 수 있었던 긴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두 가지가 일어났던 거죠."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현명해지기도 했습니다. 계속해서 더 나은 기업에 투자했고, 일어날 수 있는 나쁜 상황에 대해 더욱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소리 소문 없이 망가지는 게 얼마나 쉬운 지도요. 젊을 때 보다 나이 들면서 그런 상황들을 더 많이 피할 수 있었고, 그게 잘 통한 것 같습니다."
나처럼 꽁꽁 언 겨울 계단에 자빠져서 연말동안 웃기게 걸어다니지 말길 바라며.
따뜻한 저녁, 평화로운 연말 되시길 바란다.
12월 14일 경제 총회는, 궁뎅이를 부여잡고 기존 공지대로 정상 진행한다. 예약은 마감하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7M8xNJOyw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