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아이가 자라는 온도-1>

8살, 홀로서기를 시작한 너에게

by lena
아이의 입학은 엄마에게도 새로운 계절의 시작이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고 보름이 지났을 무렵, 아이는 조심스레 혼자 하교를 시작했습니다.

학교 문을 나서 영어 학원 버스를 타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30분. 그 짧은 시간 동안 아이는 텅 빈 집에 들어와 간식을 먹고, 학원 가방을 바꿔 들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마음이 놓이지 않아 처음 몇 번은 아이 몰래 뒤를 밟았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에 들린 와치폰 알람에 의지해 아이는 조금씩 시간의 무게를 익혀갔고, 다행히 안정적으로 노란 버스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안심도 잠시,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급하게 집에 들어온 아이가 화장실에 가려다 그만 옷에 실수를 하고 만 것입니다.

당황한 아이는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일하는 중이었던 저는 그 간절한 신호음을 듣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돌봄 선생님께 연락해 옷을 갈아입고, 늦지 않으려 학원 차를 향해 정신없이 뛰어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아뿔싸, 가방을 두고 온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집으로 뛰어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 아이의 눈에선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학원 차에 겨우 몸을 싣고 나서야 연결된 전화기 너머로 아이의 다급했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서러움이 가득 밴 아이의 숨소리에 제 마음도 함께 무너져 내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차오르는 미안함을 억지로 삼키며 생각했습니다. '이 아픔만큼 아이는 한 뼘 더 자랐을 것'이라고요.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아이는 제게 조용히 고백했습니다.


“엄마, 지하로 다니지 말라고 하셨는데 아까 너무 급해서 지하 주차장으로 갔어요. 죄송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혹여 위험할까 봐 멀리 돌아가는 길을 그토록 신신당부했건만, 아이는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 제 나름의 최선을 다해 지름길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규칙을 어겼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는 아이를 보며,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일곱 살까지만 해도 저는 아이에게 "너무 예뻐서 누가 데려갈지 모르니 절대 혼자 다니면 안 된다"라고 가르쳤습니다. 늘 엄마나 선생님 곁에 꼭 붙어있어야 한다고 말이죠.

그렇게 돌봄의 한복판에만 머물던 아이가, 여덟 살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혼자 결정하고 혼자 책임져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사실 여덟 살은 결코 못 할 나이가 아니라는 걸 압니다.

저 역시 유치원 시절 친구들과 손을 잡고 걸어 다녔던 기억이 선명하니까요. 하지만 내 아이만은 너무 작고 어리게만 보여서, 등하원을 도와줄 선생님을 따로 구해야 할지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 정도는 아이 스스로 할 수 있게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을 이정표 삼아 시작된 홀로서기 속에서, 아이는 제가 모르는 사이 단단하게 여물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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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시간을 내어 아이를 데리러 간 적이 있습니다. 수많은 부모님 사이에서 씩씩하게 걸어 나오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걷는 그 길을, 우리 아이는 매일 혼자 어떤 마음으로 걸었을까요.

씩씩하게 가방을 메고 걸어오는 뒷모습을 보며 저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곁에 친구와 친구 엄마가 있어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다가도, 문득문득 마음이 아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른 이들의 다정함 사이에서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길을 찾아내야 했던 아이의 마음이 어땠을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워킹맘이라는 미안함 때문에 아이를 돌봄 교실에만 두었다면 보지 못했을 풍경들. 다행히 아이 곁에는 무서울까 봐 손을 잡아준 친구와, 기꺼이 동행이 되어준 이웃 엄마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적응해 나가고 있었고, 저 역시 아이를 믿으며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합니다.

1학년,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느릿하지만 씩씩하게 자라는 아이를 보며, 엄마로서 기록하고 싶었던 마음들을 이곳에 하나씩 꺼내 놓으려 합니다. 아이의 1학년 생활과 저의 마음을 담은 연재, 이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