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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종필 Aug 11. 2022

웹툰 〈팔이피플〉

열등감과 시기심에 갇혀 사는 사람들

영화 〈범죄와의 전쟁〉(2012)에서 등장하는 비리 세관 공무원 최익현(최민식)은 무능한 캐릭터다. 실수도 틈도 많다. 하지만 이런 그가 차차 시간이 지날수록 막강한 힘을 얻게 된다.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맥 ‘수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꺼워지기 때문이다. 그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 수첩 속에 담긴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난관을 벗어나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개척한다. 때론, 수모도 겪게 되지만 영화의 끝에서 그는 유일하게 성공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만화를 소개하는 이 지면에 오래전에 개봉한 영화를 예로 든 것은 지금 소개할 웹툰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수첩(?)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다. 



이 영화의 배경이 1980년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 우리에겐 더는 인맥 수첩 따윈 필요 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새로운 매체 환경이 조성되면서 사람들은 싸이월드나 트위터 인스타 브런치 페이스북과 같은 SNS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서로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인맥을 확장해 나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아는 사람에 국한되었다면 지금은 불특정 다수에게도 인맥을 확장할 수 있으니 현대인은 업그레이드된 ‘수첩’을 갖게 된 셈이다. 



이제는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의 취미와 즐거움을 서슴없이 홍보하는 시대가 되었다. 불특정한 누군가가 한 개인의 취미에 관심이 있다면 구독이나 팔로잉를 신청해 그가 올린 정보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스템이 ‘자본’이나 ‘인정’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된다는 데 있다. 관계를 확장하면 확장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몰리게 되는 SNS의 구조는 사업 확장이나 명예를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좋은 기회가 된다. 즉, 팔로워와 팔로잉을 잘 관리하면 돈과 명예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처럼 삶 속에 깊이 들어온 인스타나 페이스북 문화를 정면으로 응시한 작품이 바로 매미와 희세의 〈팔이피플〉이다. 




제목이 암시해 주듯이 이 웹툰은 물건을 사고파는 의미를 뜻하는 ‘팔이’와 ‘사람’의 영문 스펠링 ‘people'의 합성어로 ‘인스타’를 이용해 장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웹툰은 ‘인스타’를 소재로 삼았지만, 현재 유행하고 있는 다양한 매체들이 이 범주에 들어온다. 또한, 여기서 ‘상품’은 물질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멋진 근육을 자랑하는 영상이나 명품, 화려한 외모나 섹시한 몸매를 자랑하는 영상도 하나의 상품으로 간주된다. 사람들은 점점 더 흥미롭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게 되니, 그럴 때마다 계정 관계자는 더욱더 불을 켠다. 물론, 해시태그 운동처럼 매체를 활용해 긍정적인 측면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인스타의 형식은 사진과 영상을 ‘전시’한다는 측면에서 자본의 표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팔이피플〉은 이런 내용을 소재로 삼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웹툰이다.



이 웹툰은 2021년 7월 18일 1화를 시작으로 현재 42화까지 연재되었으며 앞으로 흥미로운 소재와 줄거리로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작품은 ‘채린맘’이라는 상호로 육아용품을 파는 박주연과 70만 팔로워 동창 김예희와의 관계를 다룬다. 박주연은 작은 키에 못생긴 외모를 지닌 캐릭터로 김예희에게 열등감과 시기심을 느낀다. 이러한 질투와 열등감이 이 웹툰을 끌고 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스피노자는 『윤리학』에서 시기심을 “다른 이의 행복에 슬퍼하고 반대로 다른 이의 불행에 즐거워”하는 감정이라고 논한 바 있다. 이 웹툰은 이런 감정을 다룬다. 다소 막장의 형식을 지녔지만, 인간의 감정이야말로 막장 아니겠는가. 그러니 너그럽게 이 웹툰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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