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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종필 Dec 16. 2022

웹툰 〈홀리데이〉로 탄소 배출량 줄이기

웹툰 <홀리데이> 시작 표지 


튜 본 감독의 오래전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를 지키려는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이 등장한다. 여기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그가 내놓은 해결책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지구 온난화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인간을 제거해 버리자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폭력은 피해야 할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악당의 입장을 무작정 비난할 수 없다. 방법이 다소 섬뜩하지만, 지금까지 ‘인간’이 해왔던 방식으로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니 그렇다. 하지만 악당의 위험한 계획은 유능한 두 요원에 의해 저지당하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이 서사는 인간에게 다시 ‘기회’를 부여한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광진 작가의 웹툰 홀리데이(2022~현재)는 앞서 소개한 영화보다 더 급진적인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폭력’의 방식을 극단적으로 밀고 나가 독자들을 위협한다. 인간에게 대화나 타협은 쓸모없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말해 인간에게 어떠한 기대도 바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웹툰의 세계관에서는 절대적인 ‘폭력’만이 유일하게 지구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소 과감한 세계관이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이 작은 ‘차이’가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동시대 텍스트들과 구별된다는 점이다. 선과 악의 구도로 인간에게 자비나 기회를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으로 인간을 짓밟는 태도만이 유일하게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니 그렇다. 반어적인 세계관을 품은 이 웹툰은 인간이 아닌 ‘인간’에게 희망을 건다. 


홀리데이의 주인공은 강마루다. 그는 젊은 천재다. 천재이기 때문에 이른 나이에 세상에 기록된 모든 자료를 검토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머지않아 지구가 멸망하게 된다고 확신한다. 미래를 살아보지 못했지만 파멸된 지구를 점친다. 그러니 당장 강마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절반 정도 인구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당신이 지구 온난화로 피해받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꿈은 흔들리지 않고 진행된다. 그는 천재적인 두뇌로 힘 있는 위치에 오른 후, 이 힘에 도움을 받아 영구동토층의 고대 ‘바이러스’를 추출해 살생을 계획한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목적은 모든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동시에 백신도 개발한다. 여기서 방점은 ‘불완전’한 백신 개발이다. 완벽한 백신을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한 백신을 고안해 낸 이유는 완벽한 백신을 무기로 협박을 하기 위해서다. 즉, “무엇에도 제한받지 않는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환경 관련 국제기구”(21화)를 만들기 위해 온전한 백신을 볼모로 거래를 계획한 것이다. 사후적인 맥락에서 강마루는 위협적인 바이러스를 통해 3억 명 정도의 인간을 지도에서 지우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동으로 받아들여 진다. 


그렇다면 이 웹툰의 세계관처럼 강력한 환경 관련 국제기구를 만들어 힘을 쏟는다면 정말로 지구는 예전처럼 온전한 상태로 회복될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모든 에너지가 ‘환경’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과는 별개로 일부의 독자들은 다소 과장된 스토리에 불만을 표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만화 매체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만화 같은 ‘만화’라는 점에서 값지다. 무엇보다도 이 웹툰을 통해 많은 독자가 당대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면, 이 웹툰의 세계관과는 무관하게 긍정적인 정치를 행위 한 셈이니 작가의 입장에서는 더는 바랄 것이 없겠다. 


주의할 것은 이 웹툰에서 강마루라는 캐릭터를 ‘테러리스트’라고 명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독자들은 이러한 세계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강력한 반어를 품고 있으니 그렇다. ‘폭력’이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예술에서 진정한 ‘폭력’은 이처럼 누군가의 감정과 인식을 현실이 아닌 텍스트로 깨트리는 것이지 않겠는가. 이러한 맥락에서 이 웹툰은 동시대의 ‘인류세’ 담론보다 더 막강하다고 생각된다. 당대의 활동가들과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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