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네??
골프를 시작하게 된 것은 이 문장 때문이었다.
”Desire what you already have! “
(이미 가진 것을 원해라!)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행복해지고 싶어서 최선을 다해방법을 찾으며 살고 있었다. 그때 내게 주어진 답변이 이거였다. “이미 가진 것을 원해라!”
끝없는 갈망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즉각적인 행복을 찾을 방법이 있다고 했다. 끊임없이 밖에서 새로운 것을 계속 추구하기보다는 지금 내 손안에 있는 것, 내 삶에 이미 주어진 것에서 만족과 행복을 찾으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들을 노트에 적었다.
호주라는 땅에 살고 있는 것도 내가 가진 것들 중 하나였다. 호주 시드니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그 장점들 중 하나가 한국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비용이 드는 골프였다.
그러니까 결국 골프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골프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힘들게 했다.
골프 라운딩을 한 날 밤엔 반드시 잠을 설쳤다. 라운딩 전날 못 자는 게 아니라 다녀온 날 잠을 자면서 악몽을 꾸거나 깊게 못 자고 자꾸 잠을 깨는 것이었다.
의학적인 해석은 몸속에 흥분물질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렇다고, 심리적인 해석은 골프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 일 수 있다고 했다.
어차피 초보인데 잘 못 치는 것이 당연한데 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지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는 아마도 “컨트롤” 이슈 같았다. 내 몸이 내 상상과 의도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그 결과로 골프공이 안 맞거나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거나 거리가 나지 않으니 당황스럽고 좌절스러운 것이었다. 내가 내 몸 하나 칸트롤하기가 힘드니 마음도 컨트롤되지가 않았다. 못 치면 좌절하고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내 사지를 내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에 익숙한 삶을 살다가 골프를 시작하고 나니 내가 내 몸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과 달리 호주 골프는 캐디가 없고 내가 직접 버기를 끌고 다니며 공을 치다 보니 9홀을 돌아도 1만 보 이상을 걷게 되니 운동 효과가 좋다는 것이었다. 버기를 끌고 둔덕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힘들어져 결국 전동버기를 사야 했지만 그렇다고 걷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니 운동효과는 똑같았다.
컨트롤 이슈라고 생각하니 골프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골프 역시 내가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보주제에 첫술에 배부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작은 일에 쓸데없이 긴장하는 마음도. 멘탈이 강하다고 평소에 속으로 자부하고 살았는데 그렇지 못한 인간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어릴 적 학교에서 피구를 하면 너무너무 싫었다. 학급 친구들과 날아오는 공을 피해 여기저기 숨는 것도, 그 공을 잡아야 하는 것도, 공격수가 되어 공으로 누군가를 맞히는 것도 너무 싫었다. 대부분 모든 운동이 나는 싫었다. 대신 나이 들어도 내가 즐기는 운동은 달리기였다. 혼자서 내 페이스로 그냥 달리는 것. 그건 좋았다.
골프라는 운동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서 하는 운동이었다. 혼자서 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내가 공을 못 쳐서 타수가 늘어나면 같이 치는 동반자들에게 너무나 미안해졌다. 다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아 공을 헐레벌떡 치고 말았다. 뒤에 팀이 기다리고 있으면 더욱더 빨리 치고 자리를 물러나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골프를 시작하기 전에 마음먹은 명상 하듯 치는 골프는 나만의 착각이었다.
골프를 치면서 나에 대해 발견하고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남들 눈치 보지 말고 내 페이스를 유지하고 내 공과 나에 집중해야 한다. 골프가 사교의 장이라고도 하지만 일차적인 목적은 운동이고 게임이다. 나의 운동이고 나의 게임이다. 여럿이 치지만 개인전이고 나를 위해 시작한 운동이다.
몸에 긴장을 빼고 볼 앞에 선 그 순간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골프를 시작하고서야 알았다. 내가 얼마나 내 일상을 힘을 주고 살았는지. 내 인생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그래 서였나보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저녁밥을 하는데 정말 너무 기력이 빠져있던 이유. 집에 오면 어깨 승모근이 돌처럼 굳어있던 이유.
힘을 빼고 살자. 쓸데없이 긴장하며 살지 말자. 남의 눈치 보며 살지 말자.
오늘도 이렇게 배운다. 골프, 사람 잡는 거 맞지만 배울게 참 많은 운동이다. 시작하기 전에 가졌던 편견이 많이 깨졌다. 참 새로운 세계다.
그나저나 이 브런치 읽는 분들 중에 시드니에서 골프 치는 분들도 있을 텐데…
stonecutters ridge golf club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골프장인데 멤버십을 가입하려고 하니 현재 클럽 멤버 두 명의 추천이 있어야 한단다.
도움 주실 분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