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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페 Oct 15. 2022

청소업체도 아니고 너무하네

엄마와 나는 환상의 콤비네이션 피자

바닥부터 청소하기... 실패?


 물티슈로 닦으며 이동하며 굵직한 물건들을 한쪽으로 치웠다 빨랫감은 베란다로 던져버리고 빨아놓은 옷들도 일부 다시 빨아야 해서 던져버렸다  캔이나 음료수팩 기타 쓰레기들은 아일랜드 뒤 주방 쪽으로 던졌다. 옷이든 쓰레기든 던지면서 부스러기가 두두둑 계속 떨어졌다 닦아도 계속 생기는 부스러기에 미칠 거 같았다 결국 바닥 닦이는 중단하고 굵직한 물건들부터 해결했다 발바닥에 닿이는 그 부스러기가 남편만큼 싫다. 어쩌겠나 내가 선택한 일인걸 깨끗이 치워야지 그래도 청소는 깨끗해지기라도 하지 빨래대에 있던 이불을 치우고 빨래대도 작은방으로 옮겼다(이불 위에 있던 물건은 남편이 나가기 전 치웠다)


 굵직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다시 끝에서부터 끝으로 닦이를 시작했다 중간쯤 갔을까 뭔가 이상했다 닦았던 부분에 부스러기가 또 생겼다 분명 닦았는데 어디서 부스러기가 또 생긴 건지 두리번거렸는데 이유를 알았다 이번에도 둘째가 문제였다 좋아하던 티브이를 보며 열심히 띔 박질을 한덕에 목이 마른 지 물을 달라며 계속 거실로 나온 거였다 희한하게 꼭 부스러기를 모아놓은 곳만 밟으면서 말이다 물을 다 마시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는 녀석을 붙잡았다 어서 티브이를 봐야 한다며 몸부림치는 둘째의 발바닥을 낚아챘다 세상에 부스러기가 빼곡했다 이러니 계속 생기지 새 물티슈를 뽑아 발부터 깨끗이 닦고 놓아주었다 또 밟기만 해봐라


 한쪽으로 모으면서 끝으로 이동 중이었는데 이 깜찍한 녀석이 자꾸만 부스러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바로바로 치울 수밖에 없었다 둘째를 피하며 거실 닦이가 완료되었다 세상 뿌듯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다음은 식탁과 아일랜드 전자레인지 수납장 위를 치우기 마음먹었다 첫째가기 전 아침을 먹을 때, 내가 중간중간 물을 마실 때마다 치웠던 식탁은 바닥 청소하면서 가져다 놓은 물건들로 가득했다 저 식탁 위에 있는 남편 물건은 남편 방으로 가져다 놨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내가 오늘 이 집을 다 치워도 저 방만은 하지 않으리 다짐했다 다음은 쉬웠다 바닥이 깨끗하니 정신사납지 않았고 집을 잃어버린 물건들도 각기 제자리를 찾아줬다 그렇게 전자레인지 수납장 위도 아일랜드 위도 <깨끗>을 찾아갔다 내가 거실을 (어느 정도) 완벽히 치울 때 엄마는 옷방과 베란다 정리를 완벽히 해냈다 현재 남은 장소 화장실, 남편 방, 주방, 냉장고가 남았다



냉동고는 살렸다 냉장고는...


 내가 던져놨던 아일랜드 뒤쪽을 마저 청소했다 범위가 작았기에 금방 끝났다 엄마는 조용히 고무장갑을 꼈다 그러곤 하나하나 주방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냉장고로 향했다 나는 냉장고를 청소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싶었다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선 냉장고의 방문이 꼭 필요했다 심호흡을 하며 냉장고의 두문을 활짝 열었다 안의 광경은 아주 끔찍했다 감히 언제 샀을지 모를 반찬통들 안의 곰팡이. 내용물이 뭔지도 모르겠다 유통기한이 두 달, 석 달이 지난 요구르트. 먹다 남긴 아이들 시럽약(현재 10월. 7월 제조였다) 먹다 남긴 삼겹살 등등 문을 열었다 조용히 닫았다 냉장고는 깔끔히 포기하기로 했다 나는 지금 환자로서 신선한 재료로 익힌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저 냉장고의 내용물로 요리하기엔 일반인도 탈이 날 거만 같았다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이 지금 감기여서 시럽약을 혼동할까 싶어 아이들 약만 정리해서 버렸다

 

 다음은 냉동고. 아침에 문 열자마자 본 것이 냉동고였다 아주 활짝 열려있었고 냉동만두는 언제부터 열렸을지 모를 정도로 완벽히 '해동'되어있었다 그때 잠시 본 상태로는 아주 꽉- 꽉 차있었다 우리의 점심은 여기에 달려있다 굶을 순 없다 냉동고의 두 문을 활짝 열고 냉동고를 파 해치기 시작했다 안은 아주 가관이었다 같은 종류의 냉동식품이 두 개나 뜯겨 내용물이 조금 남은 체 구석에 있었고 마트에서 배달 온 비닐체로 그대로 들어가 있었으며(드라이아이스가 담겨있던 거로 추정되는 부직포도 함께였다) 심지어 다 먹고 비닐만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젠 화가 난 다기 보다 어이없다기보다 헛웃음이 나왔다


 우선 불필요한 거부터 쫙 뺐다 쓰지도 않을 아이스팩도 냉장고 한 칸을 차지할 만큼 어마어마하게 여기저기서 나왔다 왼쪽 오른쪽 문 할 거 없이 냉동고에 빈자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쑤셔 넣은 거마냥 빈틈없이 꽉 들어 있었다  다 빼버렸다 혹시 모르니 반듯한 거 5장만 놔두고 젤 유형만 10L 봉지 가득 차게 나왔다 그리고 하수구에 버릴 수 있는 아이스팩도 10L 조금 안되게 나왔다 많던 아이스팩을 정리하고 냉장고 칸마다 정리했다 아이들 밥반찬류를 한 군데 모으고 간식류, 치즈류, 만두류, 볶음밥류 등등으로 분류하니 냉동고가 헐 빈 해졌다 텅텅 비었다 조금씩 남아져 있던 만두류와 남편은 안 먹는 치즈돈가스를 꺼냈다 찾았다 우리의 점심!


 정리된 냉동고를 뒤로하고 곧바로 점심준비에 들어갔다 시계가 벌써 12시다 아침을 아주 조금밖에 먹지 못했던 둘째가 배고픔을 느끼면 나름 평화로웠던 청소하기가 끝난다 안된다 어서 밥부터 안쳐야 했다 하지만 싱크대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다급해진 나를 본 엄마가 씻어놓은 빈 볼을 부랴 닦아서 내게 주었다 '쌀부터 가져와' 엄마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움직였다 멍 때리면 안 된다 뭐라도 해서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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