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사랑 표현
단언컨대 요즘 나에게 가장 많은 사랑 고백을 하는 사람은 하늘이와 달이일 것이다. 두 아이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듯 나에게 사랑을 표현한다. 그 사랑 표현에도 각각의 특징이 있다.
하늘이의 사랑 고백은 박력이 넘친다. “엄마! 사랑해!”가 아닌 “지현아! 사랑한다!”라고 한다. 가끔 등굣길에 교문 앞에서도 ‘지현아, 사랑한다.’를 공개적으로 외치고는 홀로 교문 안으로 쏙 들어간다. 아이의 그러한 공개고백을 처음 받았을 때에는 10여 년 전, 교복 입던 학창 시절에 학교에서 받은 공개고백이 떠올라 얼마나 아찔했는지 모른다. 물론 아이가 준 그 아찔함은 아주 찰나였다.
어떻게 보면 꽤나 발칙한 애정표현이지만, 곱씹어 생각할수록 귀여워 웃음 난다. 아이는 여전히 종종 나에게 ‘지현아, 사랑한다.’를 외친다.
-
보통 아이를 낳는 순간 내 이름 석자 대신 누구 엄마라고 불리는 일이 많다. 사실 나는 그게 너무 싫어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남편과 대화 후 아이를 가지고, 뱃속에 아이를 품으면서도 늘 남편에게 말했다. “어차피 나는 이제 밖에 나가면 평생을 하늘이 엄마로 불릴 거야. 그러니 너는 내 이름으로 불러줘. 나는 나로 있고 싶어. 내 이름 잃고 싶지 않아.”
다행스럽게도 남편뿐 아니라 시가에서도 친정에서도 아직 단 한 번도 나를 하늘이 엄마로 부른 적은 없다. 내 호칭은 언제나 ‘지현아’였다.
내 아이도 나를 그렇게 부를 줄은 몰랐지만.
오늘도 나의 첫 아이는 해사한 웃음으로 손을 번쩍 들어 흔들면서 “지현아 사랑한다!”를 외치고는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둘째 달이의 사랑 표현은 또 다르다. 시도 때도 없이 제 양 손을 내민다. 양 손 모두 뽀뽀해달라는 뜻인데 손등에 두 번, 뒤집어서 손바닥에 두 번. 총 4번의 뽀뽀를 요구한다. 4번의 뽀뽀가 끝나면 달이는 “후~”하며 나에게 손키스를 날린다. 여기까지 하면 작은 아이의 ‘보통’의 사랑 표현이 끝난 것이다.
이런 작은 아이가 나에게 “엄마! 사랑해!”라고 할 때가 있는데, 바로 달이가 무언가를 잘못했을 때다. 올해로 4살 된 이 아이는 본인의 무기를 너무나도 잘 안다. 무언가를 잘못하면, 내가 그 잘못을 알아채기도 전에 두 팔로 하트를 그리며 “엄마 사랑해!”를 외치고는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내 양 볼을 부여잡고 뽀뽀세례를 보낸다. 그렇게 하면 엄마는 무장해제가 된다는 사실을 벌써 깨우친 것이다. (무장해제는 되지만 딱 그뿐이라는 사실을 이 작은 아이는 언제쯤 깨우칠까.)
서로 다른 두 아이의 사랑 표현이 하루에도 수 차례씩 폭격처럼 쏟아진다.
아직 많이 먼 이야기지만 두 아이들에게도 사춘기가 올 것이다. 그리고 가족과는 다른, 마음이 만나는 사랑이 찾아오면 나에게 하는 사랑 고백은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순서이지만 그날이 오면 나는 어떤 마음을 하고 있을까. 조금은 허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날이 오면 지금의 사랑을 꺼내어 볼 수 있게. 지금의 아이들 사랑을 마음껏 담고, 마음껏 누려야겠다. 그날의 내가 허전함을 느끼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