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인연, 그리고 아이의 자랑

“저 다음 주부터 태권도 다녀요!”

by JH

온 가족이 마트로 향한 지난 주말, 남편과 두 아이들은 마트로, 나는 마트 근처 작은 카페로 향했다.

남편이 먹을 커피 하나, 내가 먹을 커피 하나를 주문하고는 카운터 앞에 자리하고 있던 감성 넘치는 패키지의 캐러멜 하나를 손에 쥐고서 자리에 앉아 내 커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내 옆 테이블에는 남자아이가 홀로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는 카운터를 자유로이 들락날락하는 것으로 보아 카페 사장님의 아들인 듯했다.


한참을 들락날락하던 아이는 에어팟을 꽂고 핸드폰에 열중하던 나에게 다가와 슬며시 인사를 건넸다. 우리 하늘이 또래쯤 되어 보이는 그 아이는 나에게 더 할 말이 있는 듯 아주 잠시 쭈뼛거리더니 광대를 한껏 올리고는 말을 꺼냈다.


“저 다음 주부터 태권도 학원 다녀요!”


이게 아이의 본론인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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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늘이가 새로이 학교를 입학했는데, 적응도 하기 전에 학원이나 방과 후도 같이 시작하면 아이가 힘들어할 것 같아서 2학기 혹은 2학년 때부터 시작하기로 마음 잡고 있었는데, 하늘이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6월 초부터 하늘이는 나도 방과 후 하고 싶다며 정확한 과목을 콕 집어 이야기를 했다. 방과 후 안내문을 받은 날에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신나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선 숨도 고르지 못한 채 “엄마! 방과 후 신청해주세요!”라고 했다.


아이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던 나는 혹시나 선착순인 방과 후 신청에 늦을까 봐, 여태 해온 그 어떤 티켓팅 보다도 긴장한 채로 참여했었다. 엄마가 잔뜩 긴장하니 옆에 있던 하늘이도 덩달아 두 손 꼭 모은 채로 기도를 했다.

클레이아트 방과 후 수업 신청에 성공하자 하늘이는 만세를 불렀다.


그날 이후 하늘이는 만나는 사람마다 “저 7월부터 방과 후 수업해요. 클레이 아트 할 거예요.” 라며 자랑하기 바빴다.


카페에서 만난 그 아이를 보니 6월의 하늘이가 떠올랐다. 얼마나 신이 날까. 또 얼마나 기대가 될까.

본론을 꺼내기 위해 나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로 가지 못하고 쭈뼛거리던 것을 생각하니 너무 귀여웠고, 덩달아 내 광대도 아이를 따라 한껏 솟아올랐다.

“우와. 좋겠다. 완전 신나겠네?” 내 대꾸에 아이는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곤 자리로 돌아갔다. 아이의 본론인 자랑이 끝난 것이다.


그 아이의 본론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아직 내 기분을 맴돌았다.

달랑 핸드폰과 에어팟, 그리고 카드 하나 들고 방문한 카페라 줄 것 없던 나는 아이에게 금방 산 캐러멜을 건넸다.

아이는 감사하다며 꾸벅 인사는 건네곤 카운터로 들어가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분 다리에 매달렸다. 그와 동시에 주문한 내 커피 두 잔이 나왔고, 나는 카페 문을 나섰다.


주차장에서 다시 만난 내 가족에게 카페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달이는 카시트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으며, 하늘이는 과자를 입에 물고는 “엄마! 나는 방과 후 하는데~ 그렇지? 난 클레이아트 배우잖아!” 라며 또다시 클레이아트 수업을 자랑하기 바빴고, 남편은 커피를 입에 머금고 기분 좋게 웃었다. 카페에서 짧게 만난 인연의 해사한 자랑은 이토록 긴 여운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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