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는
어릴 적엔 그저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부모님의 관심 속에 무엇을 하든 나는 주인공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부모님께서는 장사를 시작하셨습니다.
내게만 집중되었던 부모님의 관심이 하루하루 다른 곳을 향해 가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반장이 되어 와도 1등이라는 석차가 쓰인 성적표를 가지고 와도
부모님은 온통 손님들과의 대화에 바쁘셨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고독이라는 단어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춘기를 나는 반항이 아닌 외로움으로 겪었습니다.
친구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군중 속의 고독이랄까....
많은 친구들이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나는 책에 매달렸고 공부만 계속하였습니다.
책은 날 배신하지 않고 언제나 미래의 방향을 알려 준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사이 배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닙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배웠다는 건 거짓말일 겁니다. 나는 어쩌면 부모님의 삶의 모습이 가슴 아팠기 때문에 부모님의 삶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내면에 있었기에 그렇게 열심히 책에 매달렸을는지도 모릅니다.
세끼 밥 먹는 시간마저 일정하지 않고 찬밥을 먹기가 일쑤였던 부모님의 일상과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기 힘들었던 우리 가족 모두의 모습은 늘 나에겐 아픔이었습니다.
그렇게 3년은 흘렀고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나는 더욱 공부하느라 바빠졌습니다. 그런데 바빠진 건 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도 같이 바빠지셨습니다. 어머니는 새벽 5시에 일어나셔서 새벽밥을 지으셨고 아버지는 새벽 6시에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려 먼 길을 달려 주셨습니다. 가족이 함께 외식 한 번 한 적이 없고 부모님의 손을 잡고 쇼핑 한 번 간 적이 없는 저였습니다. 그만큼 부모님의 삶은 바쁨의 연속이었고 장사는 손님과의 신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으시던 부모님께서는 늘 규칙적인 시간에 가게 문을 여시고 자리를 지키시며 그날의 마지막 손님이 가게를 떠난 후에야 문을 닫으셨기 때문에 외식이나 쇼핑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실 수가 없으셨습니다. 그리 바쁘고 성실하고 정직하게만 사시던 부모님께서 자식을 위해서는 새벽 시간을 기꺼이 내어 주셨습니다. 그랬던 겁니다. 나를 향한 우리 부모님의 사랑은 그러하였던 겁니다. 먹고살기 바빴던 그 시절 부모님께서는 돈을 벌어야 자식의 미래를 열어 줄 수 있다고 믿으셨기에 열심히 돈 버는 일에 모든 활동 시간을 할애하셨고 자식들이 공부를 해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잠잘 시간을 쪼개어 그렇게 나의 학업을 위해 새벽 시간을 내어 주셨던 겁니다.
그런 부모님의 희생으로 난 여행도 즐기고 문화생활도 하며 부모님보다 고달프지 않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 아이들이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도록 길을 열어 주기 위해 나 역시 나의 부모님처럼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그런 나에게 작은 꿈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건 바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꿈입니다.
나는 태생부터 수다쟁이이고 개구쟁이입니다. 심심한 걸 제일 싫어하고 멈춰져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내가 여러 가지 이유로 말을 참고 달려왔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말이 하고 싶습니다. 내가 겪은 세상도 내가 배운 지식도 존경하는 내 부모님의 세상도 자랑스러운 내 나라와 내 민족에 대해서도 말을 하고 싶습니다. 반백년을 살아오며 차곡차곡 담아 온 내 마음의 이야기들을 세상을 향해 풀어 보고 싶습니다. 넓고 높은 세상에게 말을 걸고 싶고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만큼 자란 나의 눈높이로 세상과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