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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싶어.

일제의 만행

by Unikim

한참을 고민을 하고 있던 윤석은 조용히 공장으로 나갑니다. 순이는 춘식이를 데리고 현수에게로 갑니다.

"춘식아~ 오늘은 할무이 집에서 놀자. 할무이 말씀 잘 듣고 여서만 놀고 있그레이.."

춘식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입니다. 우리의 춘식이도 겁을 먹은 모양입니다.

"어무이~ 지가 오늘 일이 바빠가 춘식이 좀 여 둘께요~ 아 좀 봐 주이소."

"알았다. 걱정 말고 일 봐라."

"아직 아가 밥을 못 먹었습니더."

"와? 무신 일 있드나? 와 아직 밥을 못 먹었는데?"

"아침에 일본 순사들이 왔심더. 마을 분위기가 영...."

"이 놈의 세상은 언제나 뒤비셔 질끼가... 내가 좋은 날을 보고 갈 수나 있을라나 몰것다"

"무신 말씸입니꺼. 전쟁이 막바지라예. 언젠가는 이 고충이 끝나지 않겠습니꺼. 그때까지 잘 이겨내면 됩니더. 오늘 춘식이 집 밖에 못 나가게 해 주이소. 영... 동네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더."

"알았다. 걱정은 와 하노? 내 잘 붙들고 있을끼다. 걱정 말그라. 퍼뜩 가가 일 봐라."

순이 손에 무언가를 쥐어 주면서 현수가 말합니다.

"몸이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데이~ 잘 챙겨 묵그라."

현수는 삶은 감자를 건네며 순이를 보냅니다.




순이와 영이는 바쁘게 베를 짭니다.

"언니~ 니 배 안 고프나?"

"괘안타~ 니 배고프나?"

"응. 아침밥을 쪼매만 먹었더니 배가 고프데이..."

"그라믄 우리 감자 먹을까?"

"웅웅^^"

"지금 하던 일만 마치고 묵으면 되겠네."

"계십니꺼? 지 왔습니더. 아무도 안 계십니꺼?"

"뉘신겨?"

"집니더"

"대구댁 아니십니꺼?"

"잘 계셨습니꺼?"

"어서 오이소. 근데 보따리가 어찌 이리 조그마한 겁니꺼?"

"말도 마십시요. 어찌나 순사들이 빼앗아 가는지.... 이것도 겨우 숨겨 놓았다가 겨우 가지고 나논 겁니다."

"도대체 나라가 어디까지 가려는 건지....."

"어디 함 풀어 보시게..."

순이는 방물장수를 반기며 천천히 물건들을 살펴보며 말을 건네 봅니다.

"요즘 어찌 지내십니꺼?"

"죽지 못해 삽니더.... 병든 남편에 아직 어린 자식 그리고 노모까지 이걸로 먹고사는데 이마저도 일본 순사들이 수탈해 가고 겨우겨우 풀칠만 하고 삽니더."

"다들 힘들어서 어쩝니꺼?!!"

"글게 말입니더."

"이 중 제일 값이 나가는 것이 무업니까?"

"저... 이 경대 어떠십니꺼?"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네예"

저 일전에 요 앞에서 사내 둘이 싸우다가 한 사람이 다친 일이....."

"얘기 들으셨습니꺼? "

"워낙 말이 많은 동네라서...."

"지는 직접 봤습니더."

"그러셨습니꺼?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꺼?"

"이 야그는 우리만 알아야 합니더."

"걱정마이소."

"그날..... 웬 사내 둘이서 책 한 권을 가지고 싸웠습니더. 하나는 뺏으려 하고 또 하나는 뺏기지 않으려 몸싸움을 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뺏으려는 놈이 이겼지예. 책을 뺏으면서 책 가진 놈을 밀었는디 그대로 그 사람이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큰 돌에 부딪혔습니더.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텁니더. 아니 글쎄 그 다친 사람을 밀어 넘어뜨린 놈의 친구라는 놈들이 나타나 다친이를 질질 끌고 갔지 뭡니까? 짐짝처럼...."

"짐짝이라니요? 뭔 말씀을 그리 하십니꺼." 듣고 있던 영이가 버럭 화를 냅니다.

순이가 영이를 말리며 방물장수의 이야기를 받아 잇습니다.

"의원으로 데려간 거겠지요?"

"아입니더. 저 과수원 쪽으로 끌고 갔습니더."

"예? 그럼 그 이는 어찌 되었습니꺼?"

"그까지는 내는 모르지예. 암튼 흉흉한 세상입니더."

"아니...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입니꺼?!!"

"근데 더 끔찍한 건 둘이 아주 가까운 사이인 거 같다는 겁니더,"

"그걸 우에 아십니꺼?"

"둘이 대화하는 게 마치 친구인 거 같았어예"

"대화도 들으셨습니꺼?"

"아니 니그 형 우리형....암튼 거 까지는 알 거 없고....

둘은 친구가 맞았을 껍니다."

"근데 끌고 간 사람들이 도식이 친구라는 건 우에 아셨습니꺼?"

"그야~ 그 사람들이 대화하는 걸 들었..."

말을 하던 방물장수가 말을 흐리며 눈치를 봅니다.

"저 이만 가 볼게요..... 고민해 보시고 경대 사실 꺼면 다음에 사 주셔요."

"아~ 오늘 살껍니더. 얼맙니꺼?"

"참말인겨?"

"부르는 대로 드릴 테니 그 이야기나 마저 들읍시더."

방물장수는 망설이며 고민을 합니다. 그러더니 천천히 입을 엽니다.

"저..... 혹시 그 사람들과 아는 사입니껴?"

"아입니더. 그저 그 얘기를 들어서 조금 아는 정도 입니더."

"아~ 난 또 그 사건과 관계가 있는 줄 알고.... 놀랬어예."

"왜요?"

"왜냐니요? 아이고.... 이 일이 저 사채꾼들 일 아입니꺼. 그 사채꾼들은 저~ 쇼오타 경관 시다바리고예."

그래가 그 가족들이 이 야글 알면 안 됩니더. 조심스런 사안이라예."

"그럼 도식이도 사채꾼인갑네예?"

"다 한 통속이라예~ 다친 놈만 안되었다 아입니꺼. 사채꾼 친구 둬가 그 몹쓸 일을 당했다 그 말 입니더."

"일의 전말이 그리 된 것이었군요. 하도 소문이 많아 가...."

"내가 지금 한 말이 참입니더. 그나저나 조심하이소. 쇼오타 경무부장이 이 지역 유지들 재산 쓸어 가려고 자진해서 경무국장 자리 그 형 불러가 맡겨 두고 여그 경무부장으로 내려왔다 합니더."

"그건 또 무신 말입니꺼?"

"다른 지역 유지들도 탈탈 털리고 길로 내 앉았다 합니더. 이번엔 여기 차례인갑데예."

"우에 그리 무서운 말씀을 하십니꺼?"

"물건 팔아주셔서 고마워서 정보 드리는 겁니더."

"그럼 우예하면 되겠습니꺼?"

"쇼오타도 사람 아이겠습니꺼? 잘 타협해 보이소."

"그라믄 해결이 되겠습니꺼?"

"확실한 거야 지가 우에 알겠습니꺼? 다만 다 시람들 사이의 일이니 풀 방법도 있지 않겠습니꺼?"

"고맙습니더. 혹시라도 좋은 정보 있으면 언제든 들려주셔예. 물건을 꼭 팔아 드릴 터이니..."

"알겠심더."

"이 경대는 얼마 드리면 되겠습니꺼?"

"알아서 주이소."

순이는 지폐 하나를 꺼내어 대구댁에게 건넵니다. 돈을 건네어받은 대구댁의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언제든 찾아 주이소. 좋은 물건 가가 들리겄습니더."

"예... 잘 부탁합니더. 살펴 가이소."

대구댁을 보낸 순이는 그만 주저앉고 맙니다.

"언니~ 괘안나?"

"괘안컸나?!! 춘식이 삼춘이 그 꼴을 당했다 하는데 우에 괘안겠노?!!!

니 아직 암 소리 말그라..... 내가 좀 더 알아본 담에 생각 좀 정리해 가 춘식 아부지한테 말할 끼다.

그때까지는 어무이한테도 그 누구한테도 이 야근 비밀로 해야 한데이..... 생각 좀 해보고... 생각 좀...."

순이는 연신 눈물을 흘립니다. 영이도 슬픕니다. 이들의 지난 과거는 아프고 앞으로 또 이들의 다가올 미래는 깜깜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밝혀야할 과거와 앞으로 펼쳐질 일들이 두렵습니다. 한동안 이 둘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공모전에 올라온 엿들 중 공장에서 만들게 될 엿을 선정하는 날입니다.

윤석과 그의 친구들은 설문 조사한 것들을 정리하느라 바쁩니다.

"음.... 공모전에 나온 자료들도 흥미롭고 재미나지만 설문지에 적힌 내용들도 참 다채롭고 재미있네 그려."

"그러게 말일쎄. 구수한 민심이 가득 들었네 그려^^"

"자~ 이제 엿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세...."

"공장에서 만들기 원하는 엿과 먹고 싶은 엿은 어찌 다른가? 같은 말 아닌가? 흔히들 내가 먹고 싶은 엿을 공장에서 만들기를 원하지 않겠나?"

"결과가 그러한가?"

"아니네. 결과는 다르네."

"어찌 다른가?"

"공장에서 만들기 바라는 엿은 공장 출품 가격이나 이득 등 현실적으로 나올 수 있는 엿으로 이해한 사람들이 많았네. 그리고 먹고 싶은 엿은 '꿈'과 추억 두 가지였네. 내가 꿈꾸고 싶은 맛을 말하는 이도 있고 잊지 못할 추억의 맛을 말하는 이도 있었네."

"아~ 그럴 수 있겠구먼~"

"이 엿에도 우리네 삶이 담겨져 있고 또 철학이 담겨 있구먼,,,"

"자 그럼 정리된 것을 말해 주게나..."

"공장에서 만들기 원하는 엿 5가지 - 쌀엿, 호박엿, 고구마엿, 가락엿, 갱엿(검은엿)

내가 먹고 싶은 엿 5가지 - 사과엿, 나주 곰탕엿, 제주 감귤엿, 전라도 이빨에 안 붙는 엿, 제주 돼지고기엿, 강릉 한과엿, 조청엿, 콩엿

이 시절에 가장 필요한 엿 5가지 - 찹쌀엿, 생강엿, 울릉도 호박엿, 매실엿, 흰엿, 경남 흑마늘엿"

"종류를 5개씩 쓰는 것이어서 동표를 받은 엿은 모두 넣었네. 그래서 공장에서 만들기 원하는 다섯 개, 내가 먹고 싶은 엿 여덟 개, 이 시절에 가장 필요한 엿 여섯 개의 엿 종류가 추려졌네."

"그럼 이 열아홉 가지의 엿에 대해 논해 보세나."

"사람들이 먹고 원하면서 공장에서 부담 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이 시대에 어울리는 대중적인 엿...."

"우린 그런 엿을 찾으면 되겠구먼...."

"맞네. 그런 엿을 찾으면 되네."

"그럼 쌀엿과 호박엿은 그대로 하면 좋겠네. 우리가 이 두 가지 엿에 대해선 전문가들 아닌가..."

"맞네. 우리 공장에서 제일 잘 만드는 소문난 엿이니 그 엿은 그대로 전통을 이어가면 좋겠네."

"거기에~ 찹쌀엿을 하나 넣어 보면 어떻겠나? 찹쌀은 소화도 잘 되니까 힘든 이 시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엿일 거 같네."

"맞네. 좋은 생각이네...."

"여기 결과물들을 가만히 보면 이 시절에 가장 필요한 엿으로 선정된 엿들 말이네. 꼭 우리 건강에 필요한 엿들인 거 같지 않나? 찹쌀은 소화가 잘 되고 생강은 호흡기에 좋고 호박은 부기를 빼주고 순환을 도와주네.. 매실은 소화를 돕지.... 그리고 흑마늘은 면역을 올려 준다지?"

"그러면 흰엿은 무엇에 좋나?"

"음.... 흰 엿은 우리 민족이 백의민족이니까 우리의 민족성과 자주의식에 의미를 두고 싶어서 고른 것이 아닐까?!!!"

"오~ 맞네. 그렇 수 있겠네."

"음.... 듣고 보니 의미 있는 엿이구먼...."

"여기 보면 갱엿이 있고 또 여긴 흰엿이 있네. 사람들이 갱엿을 원하는 거 아닐까?

흰엿도 갱엿에서 나오는 엿이니까.....

만드는 과정이 공이 더 들어가기는 하지만 흰엿을 만들어 사람들이 쉽게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떻겠나?" "와우~ 좋은 생각인 거 같네."

"하지만 쇼오타 귀에 이 의미가 들어간다면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겠나?!!!"

"그야... 우리만 알고 있으면 되지 않겠나..."

"잊었나?!! 이 흰 엿이 공모전에 올라온 엿이라는 걸...."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의미에서 이 엿을 적어 올렸을 수도 있네."

"우리의 생각이 여기에 미쳤다는 건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도 이미 그런 생각이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입소문은 빠르게 퍼질 걸쎄."

"음.... 그렇다고 빼기에는 사람들의 바람이 크네. 만들어 보네나."

"글쎄.... 그러기에는 쇼오타를 비롯한 일본인들이 달가워하지 않을 테고.... 또 이걸로 트집을 잡을 수도 있을텐데... 너무 위험하지 않겠나?!!"

"하지만 그건 억지고 트집이라 우리도 우기면 되지 않겠는가?!!! 우리 흰엿도 넣어 보세나...."

"흰엿은 만드는 과정에 공이 좀 들어 가기는 하지만 재료도 그렇고 선호도도 높을 꺼 같아 만들면 좋을 꺼 같기는 하네. 하지만 시국이 하도 어수선하여 망설여 지는 것이 사실이네."

"그러게 신중해야 할 꺼 같네...."

"일단은 흰엿도 염두에 두고 고민해 보세나."

"우리가 어떤 것을 선택해 어떤 형태를 갖추냐에 따라서 우리 공장의 미래가 만들어 질 것일쎄. 그러니 조금 더 고민을 해 보세나."

"이 시대에 필요한 소박한 우리의 엿..... 그게 핵심이네. 누구나 싸게 단것을 사 먹을 수 있도록 최대한 단가를 낮추어야 하고 또 사람들에게도 이로운 엿.... 이걸 염두에 두고 추진하면 좋겠네."

"음... 알았네. 우리 오늘의 일도 해야 하니 이 나머지는 내일 다시 의논하기로 하고 오늘의 회의는 여기까지라는 걸로 하겠네. 그리고 오늘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네. 요즘 중일 전쟁의 여파로 일본의 만행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네. 언행을 많이 아끼고 조심해야 할 거 같네. 가급적이면 저들 눈에 띄지 않게 조심들 해 주게...."

"알았네.... 참 힘든 시국일쎄...."

"자~자~ 그럼 다들 제자리로 가서 일들 하세나~"

모두들 재자리로 돌아가고 윤석의 사무실에는 지만과 윤석만 남았습니다.

"자네 괜찮은가?! 어제 일본 순사들에 쇼오타까지 자네 집에 갔었다면서?"

"그건 어찌 알았는가?"

"소문이 벌써 파다하다네...."

"벌써 그리 되었는가?!!"

"윤철이 일에 쇼오타까지..... 차라리 공장 문을 잠시 닫아보면 어떻겠나?"

"그리한다고 해결될 인인가?!! 나 하나 편해지자고 그리할 수는 없네. 여긴 조선... 우리나라일쎄. 저들이 침입자인 것이고..... 주인이 침입자를 피해 도망을 한다면.... 그건 저들만 배 불리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대로 있다가 자네에게 곤란이 닥칠까 걱정이네."

"그렇다 한들 많은 이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네. 쉽게 문을 닫고 도망칠 수는 없네. 분명 무슨 방법이 있을 것이네.....방법이....."

"하도 답답해서 해 본 말이네. 현실이 답답하고 자네도 걱정이 되어서....."

"아네. 내 자네 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곧 가파치가 돌아올 것 같네. 요 인근 마을에서 그를 보았다는 얘길 들었네."

"그런가?!! 연락이 닿걸랑 바로 이야기해 주시게... "

"물로이지!!!"

"두렵네...알게될 과거도... 닥치게 될 미래도....."

"자넨 혼자가 아니네. 어떤 곤란이와도 우리가 함께할 것이네.

"늘 고맙네. 가파치 소식 듣거든 꼭 말해 주게"

"알았네. 내 그리함세."

윤석과 지만은 그리 대화를 나누고 서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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