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싶어.

일본의 수탈

by Unikim Feb 21. 2025

"순이야~니 자나?"

"아직 안 잡니더. 늦으셨네예."

"그리 되었다. 미안타. 자는데 깨웠나?"

"아입니더. 근디 뭔 일입니꺼? 내 이름을 다 부르고?

급한 일입니껴?"

"암 껏도 아이다.... 울 집에 방물장수 몇 명이나 드나 들드노?"

"다섯입니더."

"아무래도 그중에 울 윤철이 다치던 날 우리 윤철이를 본 사람이 있는 거 같은데...."

"아직도 그 얘깁니꺼? 접기로 한 거 아입니꺼"

"접을 것이 따로 있지 우웨 그 일을 접는단 말이가?"

"만일 캐다가 쇼오타 짓이면 우웨 할라꼬요?

가뜩이나 요즘 중일전쟁 여파로 인적 물적 수탈이 심하다 합니더.

자칫하면 엄청난 곤란에 빠질 수 있단 말 입니더."

"그렇다 해도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어찌....."

"그럼 이리 하입시더. 지가 알아봐 드릴게요. 방물장수들한테 슬쩍 물어 볼께예.

하지만 거 까집니더. 더는 캐지 마이소."

"알았다. 벌집은 건드리지 않을 끼다. 내 약속한데이~"

"알았심더. 일단 주무시소."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생각을 품은 채 잠이 듭니다.




"아부지~ 어무이~"

춘식이 마당에서 윤석과 순이를 부릅니다.

고민하다 늦게 잠든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깹니다.

"어~ 춘식아~ 일찍 일어났나?"

춘식이의 소리를 듣고 마당으로 나오던 순이가 대문 앞에 서있는 사람들을 보고 놀랍니다.

"누구십니꺼?"

"누가 왔나?"

윤석도 따라 마당으로 나옵니다.
그 순간 대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문 열어라! 조선 총독부에서 나왔다!"
윤석은 놀라 대문을 엽니다.

대문이 열리자, 두 명의 일본 순사가 집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옵니다.
"이 집주인은 어디 있나?"
"……제가 주인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총독부의 명령이다. 중일 전쟁이 한창인 거 모르나? 황국의 승리를 위해 조선인들도 협조해야 한다!"
"……그래서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순사 한 명이 종이를 내밀며 말합니다.

"읽어 봐라. 전시 경제 조달을 위해 모든 가구는 금속류와 현금을 바칠 의무가 있다. 쌀도 남은 게 있으면 헌납해야지."
"이건 너무 가혹합니다! 저희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순사는 비웃으며 다시 말합니다.

"흥, 조선인이 먹고사는 게 중요한가? 대일본제국의 승리가 중요하지! 대일본제국이 있어야 너희도 있는 것이다."
"쌀이며 놋그릇, 동전, 반지 같은 귀금속까지 전부 내놔라. 아, 혹시라도 숨기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 집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삽니다. 가져갈 것이 없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가 직접 찾아봐야겠군."
윤석은 그들을 가로막으며 말합니다.

"그럴 순 없습니다!"
"조선 놈이 감히 일본 순사를 가로막는가?"
"소속이 어찌 되십니까?"
"황국의 은혜를 입고도 협조하지 않겠다? 조선인이 우리 덕에 문명인의 삶을 사는 걸 잊었나?"

"강제로 빼앗는 걸 은혜라 부르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그때 갑자기 집 앞에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쇼오타가 내리며 빠르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물건은 내놓을 생각이 없나? 현금, 금속, 쌀 다 내놓으라고!"
"저희 집에 그런 것들은 없습니다. 아무리 강제로 빼앗으려 해도……."
"잠깐! 너희들,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두 순사는 잠깐 멈추고 쇼오타를 쳐다봅니다.
"우리는 조선 총독부에서 나왔다. 더 이상 말을 할 필요 없다. 물건들을 내놓으라고!"
"너희들, 누구냐? 여기 이 구역은 내 관할이다. 내가 책임지고 있는 구역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도대체 너희 소속이 어딘가? 너희는 내 구역에서 이럴 자격이 없다!"
"뭐? 조선 총독부 소속이라는 말 못 들었나?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는 조선총독부 쇼오타 다케시 경무부장이다. 이곳은 나의 구역이다. 너희들이 내 구역에 들어와서 함부로 조선 사람을 괴롭히는 걸 나는 용납할 수 없다."
"허…이런 촌구석에 경무부장이라니.....

어디서 사칭을 하는 것이냐? 우리는 총독부의 명령을 따른 것뿐이다."
"조선총독부에서 절차도 없이 이리 물건을 갈취하라 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일을 묵인했다?!! 물건을 빼앗는 것조차도 명분 아래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야지. 너흰 누구냐?"

잠시 후 여러 명의 순사들이 윤석의 집으로 들이닥칩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윤석이 차갑게 말을 말니다.
"이곳에서 강제로 빼앗는 것은 모두 불법입니다. 내 오늘 일을 정식으로 청원과 탄원을 넣을 것이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저 두 명의 순사들을 경무부로 데리고 가라."

"하이~"

"너희들은 소속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 당신들이 이런 식으로 대황국의 시민을 잡아갈 순 없다."
"불법적인 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 그것도 이 구역에서..... 이제 그만 가라."
두 순사는 불만을 표하며 짧게 대답하고 윤석의 집을 나섭니다. 쇼오타의 순사들도 이들을 데리고 함께 떠납니다.

"그간 가져간 내 집의 재산들이 부족했소이까 아침부터 어찌 이런 경우 없는 일이 벌어진단 말입니까?"

"우리 대일본제국은 명분에 맞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허나 명분이 뒷받침하는 일에 대해선 김윤석 당신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도대체 명분이라니? 남의 나라에서 당신들이 만든 명분이라는 것이 참다운 명분이긴 한 것이오~"

"지금 시국이 어느 때인지 잊은 겐가?!!! 말이란 것은 말이지... 아껴 두는 것이 좋아."

"조만간 내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도록 하지..... 중일전쟁이 장기화되고 있어. 그래서 당신도 전쟁을 위한 협조를 해야 한다 이 말이지...... 어떤 방식으로든......."

쇼오타는 협박적 협조를 강요하 듯 말을 던지고 윤석의 집을 떠납니다.


춘식은 놀라고 무서워 얼어 버렸습니다.

경황이 없던 순이는 그제서야 춘식을 안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윤석은 윤철의 방 문 앞 툇마루에 걸터앉아 잠시 시간을 갖습니다.

집안에 침묵이 흐릅니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한 이후 일본은 전쟁 수행을 위해 조선에서 인적, 물적 자원을 대대적으로 수탈해 갔습니다.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조선총독부를 빙자한 일본 순사들까지도 만행을 일삼았습니다. 많은 우리의 백성들은 공적인 혹은 사적인 그들의 욕심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배운 것이 많고 가진 것이 많아서 그간 버티고 있던 유지들도 하나둘씩 무너져 가고 있었지요. 윤석의 부모님도 이들의 수탈로 많은 재산을 몰수당했고 이제 겨우 윤석이 일으켜 세운 기반을 빼앗고자 저들은 또 노리고 있습니다.

쇼오타는 일본에서 파견한 고위직 관리로 조선 총독부 경무국장으로 최고 지위를 맡고 있던 자로 현재는 어떤 목적이 있어 경무부장으로 직위를 낮추어 이 지역에 내려와 있습니다. 그는 명분을 중시하는 자로 그 이면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의도가 숨겨져 있는 원하는 것을 위해 자기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술수를 잘 쓰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눈치가 빠르며 사람들의 약점을 잘 파악하며 자신이 맡은 자리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면서 그 자리를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확장하고 자원을 착취하려 합니다. 언제나 주위를 살피며 기회를 기다리고 그 기회를 잡을 때는 주저하지 않고 아주 작은 차이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몰고 갑니다. 한마디로 실속도 챙기고 체면도 세우는 캐릭터입니다. 그런 쇼오타가 지금은 이 지역에서 지혜롭게 간사하게 수탈을 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 게획에 어떠한 차질도 생기면 안 되기에 그는 두 일본인 순사를 엄히 다스립니다. 속을 알 수 없는 이 무서운 자 앞에서 우리의 윤석의 꿈과 미래는 어떻세 될까요? 또 우리의 춘식은 어떤 삶과 마주하게 될까요?

이전 23화 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싶어.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