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썩엿점빵
끄적끄적 도과는 열심히 장부를 적고 있습니다. 지만은 열심히 사업 계획서를 세우고 있습니다.
지모는 여기저기 장비들을 점검하고 있고 병철과 일도는 엿을 고으느라 바쁩니다.
"여보게 지네들~ 혹시 내가 준 만년필 모두 가져왔는가?"
"그럼 그럼"
"어디 들 함 보세나."
친구들은 옷 주머니나 가방에서 만년필을 꺼냅니다.
"아~ 이렇게들 잘 간직해 주니 고맙네."
"당연한 거 아닌가 우리 공장 처음 시작할 때 우리 우정을 다지면서 나눠 가진 게 아니겠나..."
"왜 아니겠는가... 고맙네들..."
"그런데 갑자기 왜 만년필을 가져오라고 한 겐가"
"아~ 우리 공장 분점을 하나 낼 작정이네. 그래서 또 다른 시작을 하기 전에 우리의 마음을 다시 한번 다지자는 의미에서 펜을 좀 가져오라 했네. 모두들 이리 한 마음으로 지켜주고 또 모아 주어 고맙네.
그나저나 자네들 중에 한 명이 분점을 좀 맡아 주면 좋겠는데."
"규모는 얼마나 큰가?"
"규모가 많이 크지는 않네만 그래도 키우는 재미가 있지 않겠나!!?
바로 옆 마을에 작게 하나 만들 생각이네. 자네들 중 관심 있는 사람이 있는가?"
"내가 맡아서 해 보고 싶네. 나중에 나도 엿공장을 운영해 보고 싶어서 말이야."
병철이 손을 들며 말합니다.
"그럼 자네가 맡아 주겠는가?!!"
"고맙네. 내가 잘해 보겠네."
"저.... 지만이! 일전에 말하던 건 다 계획이 세워졌는가?"
"음... 여기... 일전에 말했던 바로 그 게획의 계획서일쎄."
"그게 무언가?"
"우리 엿을 낱개로 포장을 해서 팔아볼 생각이네"
"어떤 방식으로 말인가?"
"점빵에 물건을 보내 팔기도 하고 또 우리 엿만 파는 우리의 점방을 하나 차려 볼까 하는데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엿 파는 점포라"
"엿 전문점~ 뭐 이런 거 말하는 겐가?!!"
"맞네. 엿 전문점~ 엿만 파는 점포"
"언제까지나 엿을 행상으로 팔게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이젠 손님이 찾아오게 하자구~"
"오~ 그거 좋구먼~ 점빵 문 여는 시간에는 언제든 엿을 사 먹을 수 있을테구..."
"좋네, 아주 좋아."
"그나저나 점빵 아름은 정했는가? 정말 엿 파는 점포라고 붙인 겐가?!!"
"'철썩이네 엿' 어떤가?"
"오~~ 그 이름 좋구먼~~"
"저 그런데 말이야~ 엿 종류가 너무 적지 않겠나?"
"모름지기 전문점이라 하면은 전문적이어야 하니까 엿의 모든 종류들이 모여야 하는 거 아닌가?"
"엿의 다양화~ 뭐 이런 걸 말하는 건가?"
"엿에 과일맛을 내는 건 어떻겠는가?"
"과일맛이라~"
"호박엿 말고 과일엿?"
"만들기만 한다면 맛나겠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시국에 과일 값이 비쌀 터인데 이윤을 남기고 팔 수 있겠는가?"
"맞네. 엿은 우리 서민들의 주전부리가 아닌가?"
"맞는 말이네. 일단 고민을 좀 해 봄세."
"그럼 지역엿은 어떤가?"
"지역엿이라?!!!"
"조선 8도의 유명한 엿들을 조사해가 우리가 만들어 보면 어떻겠는가?!!"
"임금님 진상품목 같구먼..."
"각 곡식으로다 만들어 보면 어떤가?"
"어차피 지역엿도 곡식들 위주 아니겠는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네만..."
"좋은 의견들 고맙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떻겠나? 우리 공장 식구들 모두 엿에 대한 계획서를 만드는 걸쎄.
만들어가 그때 의견을 다시 나눠 보세나."
"그라믄 엿 공모전으로 방을 한번 붙여 보면 어떻겠나?"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각 집마다 잘 만드는 엿이 있지 않겠나?!!"
"그것 좋겠네. 우리 철석엿공장의 엿과 잘 어울리는 엿 계획서를 채택하면 되겠구먼..."
"그럼 당선된 사람에겐 쌀 한 가마니를 준다고 방을 부쳐 보세나...."
"저... 그런데 말이네. 글을 모르는 이들이 많을 텐데 계획서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겠나?"
"쌀 한 가마니네. 쌀 한 가마니가 걸렸으니 어쩌든 참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방법을 찾지 않겠나?!!"
"그러지 말고 우리 중 한 명이 대필을 해 주면 어떻겠는가?"
"대필이라..... 그럼 그림도 잘 그려야 할 텐데..."
"지모가 있지 않는가?! 지모는 지도도 척척 잘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도 잘 그리니 이 역시도 잘 해낼 수 있을 테지..."
"아니 엿 맹그는데 우리가 언제부터 그림 보고 했드나?!"
"음... 아직 회의 중이네...."
"아~~ 엿 만드는데 그림까지는 필요치 않다 싶네만...."
"듣기 좋구먼..."
공장 식구들이 한바탕 까르르 웃습니다. 윤석은 사업을 점점 키워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의 승승장구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도 많은지라 이들에게 이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듯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섯 친구들은 의기투합하여 밀고 나갈 기세입니다.
순이와 영이는 옷을 짓느라 바쁩니다.
"언니 니는 이자 그만 저녁 준비 해야 안 되나? 퍼뜩 나가 보이소."
"알았다. 그라믄 영이 니가 이거 마무리 잘해야 한데이."
"알았다. 걱정 말그라."
때마침 윤석이 들어옵니다.
"형부 우에 됐습니꺼? 다 만년필이 있었습니꺼?"
"맞다. 다 있었다."
"거... 글씨도 다 써져 가 있었는겨?"
"우에 하나씩 다 확인하겠노? 하지만서도 얼핏 글씨가 다 있어 보였다."
"둘이 뭔 소리 하는 겁니꺼?"
"그 일은 접기로 한 거 아입니꺼?"
"그래도 공장 돈에 손 덴 사람은 잡아한다 아이가?!
형부가 다 알아서 하실 거니까 언니 니는 신경 끄그라."
"아직 저녁 준비 전이면 나가가 국밥 먹으면 어떠노?"
"좋십니더."
"춘식아~ 어여 온나. 국밥 먹으러 가제."
"누이들~ 어무이가 다 집에 와가 저녁 묵으랍니더."
철이가 대문을 들어서며 말합니다.
"와~ 무신 일 있드나?"
"아님더. 어무이가 만두 했다컵니더."
"와~~ 신난다."
오랜만에 현수는 온 가족을 불러 모았습니다. 온 식구가 둘러앉아 맛있게 식사를 합니다.
"자자~ 과일들 먹그레. 귀한 사과다."
식구들이 둘러 앉아 만둣국을 먹고 후식으로 사과를 먹습니다. 현수는 옷소매에서 누런 봉투 하나를
"이거 받그라."
"뭡니꺼?"
"땅 쪼메 팔았다. 이번에 공장 새로 맹그는 데다 보태서 써라."
"아입니더. 괘안습니더."
"됐다. 이거는 니그들 몫이니께 가져가그라."
"어무이 고맙습니더. 잘 쓸께예."
"뭐 합니까? 얼른 받으이소."
"그라믄 지분으로 드리겠습니더."
"참말이가? 고맙네. 꼭 대성하시게"
"예. 고맙십니더."
"형부~ 도식이가 이번에 사기를 쳤다 합니더. 도박 빚 때문에 돈 되는 일이라카믄 다 덤벼든다 합니더. 그 형제들 멀리해야 한다고 소문이 파다하던데요. 조심하이소."
"그라믄 공장 돈 빼 돌린 사람도 그놈 아이가?!"
"어무이~ 도식이 형님이 춘식이 아부지랑 어릴 적부터 동무 아입니꺼. 그리 말씀 마이소."
"맞나? 내 괜한 소리를 했구먼...."
"그 도박이란 것이 그리 끊기 힘든 건가 봅니다."
"그니까요....."
"아무리 친구락케도 매형도 조심하셔야 합니더. 조심해 가 나쁠 건 없는 거 아니겠는겨?"
"맞네.. 조심할 거구먼."
"어무이~ 만두가 너~무 맛있네예."
"응. 할머니 최고~~"
"잘 먹고 갑니더,"
"고맙네. 조심히 가시게..."
"엄마~ 들어갈게요."
"언니는 서울 말씨도 참 잘해."
"사람들 상대하려면 기본이다."
"맞네~~~"
식사를 한 가족들은 제 각기 자기 자리로 돌아갑니다.
"어~ 도과 삼촌이다~"
윤석과 순이는 옆으로 지나가던 차를 응시합니다.
잠시 후 차에서 도과와 쇼오타가 내립니다.
파출소로 들어가려는 두 사람을 향해 윤석이 다가섭니다.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
"아~ 별일 아닐세."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아니네... 자네는 여긴 어쩐 일인가?!!"
"나는 지나는 길일쎄."
"그럼 어여 가 보시게... 내일 공장서 봄세"
"어이~ 윤석 사장~ 여기서 보는구먼. 요즘 공장에 좋은 소식들이 있다구~~~
좋아~아~~주 좋아."
쇼오타의 빈정거리는 말이 영 거슬리는 윤석입니다. 도과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난처함을 드러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