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어디가 아픈 건지, 아무도 몰라요
1. 현실 - 은서의 아침
은서는 벽을 짚으며 일어섰다.
현기증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여운은 깊었다.
머릿속이 부유하는 듯 어지럽고,
귀 안에서는 누군가 작은 쇠북을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띵~ 띵~ 띵~”
어제도 그제도 그랬다.
병원에서는 “이명(耳鳴)이네요.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신경성입니다.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죠?”
그리고 마지막 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녀의 차트를 덮었다.
“이런 증상은 여자분들한테 종종 있어요. 괜찮을 거예요. 안정제를 좀 드셔 보시지요.”
괜찮을 리가 없었다.
은서는 자꾸만 발끝이 저렸다.
허벅지가 떨리고, 팔꿈치 너머로 감전된 듯한 짜릿함이 올라왔다.
숨을 쉴 수는 있는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어디가 아픈 건지, 아무도 몰라요.”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며
어느 병원에서도 듣지 못한 그 말을, 속으로 삼켰다.
“이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야.”
2. 내부 - 추골동맥 수송로: C3 구간
“이동 중 이상 현상 발생. 혈류 속도 42% 감소.”
“C2, C3 협곡에서 붕괴 감지. 경고등 점등 중.”
추골동맥 수송대장 VA-42는 깊은 탄식을 내쉬며 헬멧을 눌러썼다.
피로 물든 터널은 산소의 흐름을 잃고 붕괴 중이었다.
벽면에서는 미세한 갈라짐이 거미줄처럼 퍼지고,
한 구간은 아예 무너져버렸다.
“이곳은 뇌간 기슭이다.
흐름이 멈추면... 끝이다.”
청신경 통신소에서는 신호를 남발했다.
‘삐~’ ‘삐이익’
감지 센서가 미친 듯이 울려대지만,
대뇌 본부는 응답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이건 ‘소음’ 일뿐이었다.
단순한 불편감. 일상적인 과민 반응.
실제로 뭔가가 무너지고 있다는 걸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소뇌 경계선에서도 이상 반응이 감지됐다.
균형이 흐트러졌고, 미세한 진동이 시작됐다.
몸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그건 붕괴의 신호다.
소뇌는 명령을 외쳤다.
“추골동맥, 응답하라! 혈류를 확보하라!
이건 단순한 장애가 아니다!”
VA-42는 무너진 벽을 지나며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붉게 물든 혈류는 속도를 잃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미 시작됐다.
우린 너무 늦게 알았다...”
3. 현실 - 침대 위, 무너지는 직감
은서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방 안은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 그녀의 머릿속을 밀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이 휘청거렸고,
눈을 감아도 흔들림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무너지고 있어.”
그녀는 손끝으로 자신의 팔을 꽉 쥐었다.
그 손끝마저도,
지금은 아득하게 멀어지는 듯했다.
4. 몸속 - 비상사태,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는다
청신경이 몸부림치며 외쳤다.
“귀에서 이상 신호 발생!
우리, 곧 고립된다!”
소뇌는 기지국에 교신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림프절 방어부대는 “감염 의심”이라는 이유로 엉뚱한 대응을 시작했고,
간헐적 염증과 발열이 발생했지만
진짜 원인은 외면당하고 있었다.
VA-42, 추골동맥 수송대장은
피떡이 된 바닥을 뚫어지게 보았다.
그는 피할 수 없는 한마디를 남겼다.
“이건 경고가 아니라... 절망의 시작이다.”
에필로그 - 두 세계의 숨소리
한 사람은 침대 위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안에서는 한 동맥이 붕괴된 터널 속을 지나며 마지막 힘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제발... 누군가 이 신호를 들어줘요.”
다음 화 예고
제2화 - “통신이 끊긴 도시”
청신경이 보내는 절규와 왜곡된 신호.
이상한 증상이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는 그 아이러니. 몸의 외침은 어디로 흘러가는가?